연합뉴스모든 투자자, 특히 가치투자자의 최대 관심은 '적정가격(가치)' 찾기입니다. 적정가격을 알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 상태일 때 매수해서 고평가 상태일 때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금융공학적으로 적정가격을 평가하는 방법은 '현금흐름할인모형'이나 '배당할인모형' 등이 잘 알려졌는데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가격이고, 가장 큰 변수는 주식시장이 이성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같은 현실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모든 ETF는 적정가치인 '순자산가치(NAV)'가 공개되는데요. 하지만 NAV와 실제 가격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괴리율'이 발생합니다.
"LP 호가 의무 확대? 정답 아니다"
지난 8일 아주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죠. SK하이닉스 주가가 7.68% 하락하면서 이를 2배 추종하는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15~16%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9.7%나 급등했습니다.
당시 이 종목의 NAV는 1만 6164.3원으로 종가인 3만원과 괴리율은 86%에 달했습니다. 적정가격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은 ETF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없는 오후 3시 20분부터 30분 사이에 '시장가 매수'가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LP는 장중에 괴리율이 벌어지지 않도록 NAV에 맞춰 매매 호가를 제공하는데요. 하지만 장마감 직전 LP의 의무가 없을 때, NAV와 동떨어진 매도 호가에 시장가 매수가 체결된 것이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인위적인 시세 조종만 아니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장 마감 직전 삼성전자 주식을 부르는 값으로 무조건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누군가 1주당 100만원에 팔아서 거래가 성사된 것과 같은 '자유시장의 체결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재발 방지를 한다는 명분으로 LP의 호가 제출 의무 시간을 확대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LP는 △현물 △선물 △레버리지 ETF △채권 △현금 등 상품을 활용해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면서 동시에 헤지(Hedge)를 위한 포지션을 장 마감 전까지 구축하는데요. 오후 3시 20분부터 30분까지 호가 제출 의무가 생기면, 이 시간에 체결된 거래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면 운용역이 구축하지도 않은 포지션을 다음 거래일까지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하고, 이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지냐는 것이죠. 운용역이 스스로 구축한 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과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불가피한 괴리율…금융위도 '괴리율 함정' 주의 당부
삼성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괴리율 허용 범위를 강하게 규제하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괴리율은 ETF 가격과 적정가격인 NAV와의 차이인데요.
그런데 기초자산(실물가격)과 NAV 간의 차이인 '추적오차'도 발생합니다. 삼성전자가 10% 오른다고 NAV가 10% 상승(레버리지는 20%)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인데요. 이유는 복제방법, 운용보수, 기초자산 변경에 따른 거래비용, 배당금, 이자 등에 따라 다양하고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괴리율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괴리율 86%도 이례적인 수준이지만 전례 없는 수치가 아닙니다. 2025년 이후로만 집계(거래정지 종목 제외)해 봐도 △PLUS 200선물인버스2X 66.29%(2025년 7월 8일)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H) -31.86%(2025년 4월 7일) △VITA MZ소비액티브 27.91%(2025년 6월 18일) 등이 존재합니다.
레버리지 ETF에서 높은 괴리율이 발생한다는 건 금융당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앞두고 '괴리율의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금융위는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은 NAV와 시장 거래 가격 사이의 차이(괴리)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면서 "괴리율은 시장에서 시간에 걸쳐 정상화되므로 일시적으로 고평가된 상품을 사서 불필요한 투자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괴리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운용사도 손을 놓고 있지 않습니다. 국내 기초자산 ETF는 괴리율이 1%만 초과해도 공시 대상이고, 괴리율 의무 범위(국내 자산 3%, 해외 자산 6%)의 2배가 되면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죠.
변동성 장세, '괴리율 발작' 또 일어날 수도
핵심은 이런 괴리율 발작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위가 지적한 것처럼 레버리지 ETF에선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인데, 코스피 변동성까지 폭발하고 있어 그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코스피200변동성(VKOSPI) 지수는 9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론상 68%의 확률로 당분간 코스피가 하루 ±5.7%의 등락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95%의 확률상 변동성은 ±11.34%나 됩니다.
즉, 코스피 종가 기준으로 △5일 –5.54% △10일 –4.52% △12일 4.63% 기록은 평범한 일상의 수준이고요. △8일 –8.28% △9일 8.18% 기록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범위의 변동성입니다. 하루에 12% 정도는 오르거나 내려야 '특이한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괴리율 발작이 언제든지, 어떤 상품에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한마디로 비정상이 정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이런 ETF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추적오차와 괴리율을 꼭 참고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장마감 직전에는 시장가 주문이 아니라 지정가 주문을 해야 비정상적인 체결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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