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교향악단 제공1910년 독일 뮌헨의 한 무대, 1000명이 넘는 연주자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소리의 홍수 속에서 인류는 예술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이상을 목격했다. 구스타프 말러가 남긴 가장 거대한 유산이자, 인간 목소리와 기악의 완벽한 결합을 꿈꿨던 교향곡 제8번 '천인(千人)교향곡'이다. 거대한 규모와 예술적 난이도 탓에 오늘날에도 쉽게 무대에 올리기 힘든 이 대작이 부산의 초여름 밤을 장엄하게 수놓는다.
부산문화회관과 클래식부산은 오는 6월 18일 오후 7시 30분, 새롭게 문을 연 부산콘서트홀 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31회 정기연주회 <부산, 말러>를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2024년 교향곡 제1번 '거인'으로 돛을 올린 부산시향의 '말러 사이클' 중에서도 단연 정점이자 가장 치열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말러 교향곡 8번은 8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오케스트라, 그리고 수백 명에 이르는 성인·어린이 합창단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거대한 음악적 건축물이다. 제작 규모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공연을 위해 부산과 울산, 김해 등 동남권 세 도시의 예술단체들이 뜻을 모았다.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의 지휘 아래 부산시향을 비롯해 부산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 김해시립합창단, 클래식부산합창단, 그리고 소년소녀합창단까지 연주자 약 400여 명이 하나의 무대에서 호흡한다.
작품은 9세기 오순절 찬미가인 '성령찬미가'를 바탕으로 한 1부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을 텍스트로 삼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시대를 관통하는 이 텍스트들은 말러의 치밀한 스코어 안에서 '사랑을 통한 인간의 구원과 창조'라는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로 수렴된다.
소프라노 박소영·김은희·박하나,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양송미, 테너 이범주, 바리톤 김종표, 베이스 송일도 등 한국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성악가 8인이 솔리스트로 나서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세 도시의 각기 다른 색채를 지닌 목소리와 연주가 하나의 거대한 울림으로 결합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인간과 예술이 지닌 보편적 가치와 연대의 힘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시민들의 기대를 증명하듯 이번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한 세기를 건너온 거장의 위대한 울림이, 마침내 부산에서 다시 깨어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