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연안습지 일대가 콘크리트로 매립된 모습.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제주 서귀포시 한 공유수면에 반려동물 수영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연안 습지를 콘크리트로 매립한 사실이 알려져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녹색당은 15일 오후 서귀포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연의 보고인 생태습지를 훼손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메우는 위선적인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제주녹색당은 "콘크리트로 메워버린 습지는 제주도가 공식 지정 관리하는 도내 21개 연안습지 중 한 곳으로 용천수가 흘러 형성된 생태하천"이라며 "과거 서귀포시 조사에 따르면 은어, 뱀장어 등 15종 약 770마리의 어류가 채집된 '담수어류의 보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산실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 홍수조절, 수질정화 등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자원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며 "서귀포시는 콘크리트를 퍼부은 화순 연안습지를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진보당 제주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공사 추진 과정에 대한 행정당국의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했다. 진보당은 "환경단체의 최초 문제 제기 이후 5일이 지나도록 어떤 책임 있는 답변도 없다"며 "공사 추진 경위와 환경영향 검토 과정을 공개하고 환경 훼손이 확인될 경우 책임 규명과 복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공사 중단과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정의당은 "해당 구역은 멸종위기종과 희귀 생물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지역 주민들이 이용해 온 용천수 공간"이라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진행된 이번 공사는 행정이 제주의 자연자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앞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해당 지역이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이라며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공사 현장에서 환경부 지정 법정보호종인 기수갈고둥 서식을 확인했다. 콘크리트로 정비된 수로 구간에도 해당 종이 서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연안습지임에도 이용 중심의 정비가 이뤄졌고 결국 반려동물 풀장 조성을 위해 생태환경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가 매립되기 전 모습.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이번 논란에 대해 서귀포시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사업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됐다고 해명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환경단체가 근거로 제시한 해양생태도는 2014년 해양수산부 고시 자료로 현재 현황과 차이가 있다"며 "설령 1등급 지역에 포함되더라도 별도의 행위 제한 등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사는 신규 시설을 만드는 게 아니고 기존 용천수 인공수로를 정비하는 것"이라며 "보호종 서식이 추정되는 하류 약 130m 구간은 공사 대상에서 제외해 원형 상태로 보존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사가 쌓이고 갈대가 무분별하게 번식하는 것을 억제하며 어린이들과 반려견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닥면 일부를 콘크리트로 포장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현재는 (콘크리트 위로) 물길이 다시 연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사업은 '화순금모래 반려동물 특화해수욕장 조성사업'으로 화순리마을회 건의에 따라 총사업비 2억 원을 들여 안덕면 화순리 공유수면 350m 구간에서 추진되고 있다. 어린이 물놀이장(308㎡), 반려견 물놀이장(577㎡) 반려견 놀이터(2546㎡)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논란이 된 공사는 350m 구간 중 약 70~90m를 콘크리트로 매립하는 내용이며 사업비 약 2천만 원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