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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서울국제도서전의 그늘…탈락한 출판사들의 작은 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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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8일 코엑스서 개막 '인간 선언 Homo duduri' 주제
부스 탈락·대기업 참여 논란 속 중소 출판사 별도 도서전
서울도서전 티켓 매진 속 텍스트힙 다양성 도서전 기대감↑


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도서전은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입장권 조기 매진에 이어 올해도 사전 티켓 예매에 대기자가 몰리며 '오픈런 도서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흥행의 이면에는 논란도 있다. 참가를 신청했다가 부스를 배정받지 못한 중소 출판사들이 적지 않고, 일부 대기업과 출판 관련성이 낮은 기업의 대형 부스 참여를 두고도 공공성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시기 노들섬, 을지로, 마포, 강남 등에서 '작은 도서전'들이 잇따라 열리는 배경이다.

올해로 68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다.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가능성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지를 묻는다는 취지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8개국 538개사가 참가한다. 국내 참가사는 361개사, 해외 참가사는 177개사다. 전시와 강연, 세미나, 현장 행사 등 모두 416개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국내외 작가와 연사 326명이 참여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국내외 18개국 538개사 참가…주빈국 한-프 수교 140주년 프랑스



주빈국은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로 정해졌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아동문학 작가 마리오드 뮈라이유,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등 프랑스 작가와 인문학자, 출판 관계자들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주제 강연과 세미나도 AI 시대의 인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은희경, 김애란, 정보라, 백수린 등 작가들이 참여하고, 배우 김신록과 뇌과학자 장동선은 '인간과 인공지능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를 주제로 대담한다. 행동생태학자 최재천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함께하는 '개미와 인간' 대담도 예정돼 있다.

도서전 안의 독립출판 전시도 커졌다. 아트북과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책마을'에는 국내외 독립출판사 110여 곳이 참여한다. 타이완 독립출판협회와 일본 독립출판 엑스포, 싱가포르 아트북페어 등을 초청해 아시아 독립출판 흐름을 소개하는 기획도 마련됐다.

문제는 도서전의 규모가 커졌지만, 출판사들의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매년 15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는 대형 행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입장권이 개막 전 조기 매진되면서 현장 판매가 어려워졌고, 올해도 얼리버드 티켓 예매 과정에서 대기자가 몰리며 티켓 구매난이 반복됐다.

출판사들에게도 문턱은 높아졌다. 참가 신청은 늘었지만 전시 공간은 제한돼 있어, 중소 출판사와 독립출판사 일부는 부스를 배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출판과 직접 관련성이 크지 않은 일부 대기업이 부스를 확보한 것을 두고, 도서전의 공공성과 선정 기준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떨어졌다고? 우리가 연다"…서울국제도서전 밖 작은 도서전들


출판계 일각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단순한 상업 전시회가 아니라 책 생태계 전체를 보여주는 공공적 축제인 만큼, 참가사 선정 기준과 부스 배정 과정이 더 투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작은 출판사들은 도서전이 신간을 소개하고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형 창구라는 점에서 탈락의 타격이 크다고 호소한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마련된 행사가 '서울 제대로 도서전'이다.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이 주최하며,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열린다. 느린서재, 봄날의곰 등 50여 개 출판사와 책방이 참여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서울 제대로 도서전'은 모든 출판사가 같은 규모의 부스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대형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가 전시 면적과 홍보력에서 크게 갈리는 기존 도서전 구조와 다른 방식을 실험하겠다는 뜻이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오래 지속되기보다, 서울국제도서전이 더 넓은 공공성을 회복해 내년에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을지로 일대에서는 '서울자체도서전'도 열린다. 서울국제도서전에 '못 가거나 안 가는' 출판인들을 위한 작은 도서전으로,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출판물을 소개한다. 대형 전시장 대신 도시의 작은 공간을 활용해 독자와 가까운 만남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출판사 단독 도서전도 이어진다. 터틀넥프레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마포구 사이시옷에서 '거북목도서전'을 연다. 부산의 독립출판사 발코니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카페 포코너스에서 '서울한평도서전'을 연다. 이들 행사는 대형 도서전에서 밀려난 작은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는 자리다.

올해 6월 출판계의 풍경은 서울국제도서전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도서전이 AI 시대 인간의 질문을 전면에 내걸고 독자들을 맞는다. 동시에 노들섬과 을지로, 마포와 강남의 작은 공간에서는 도서전의 공공성, 작은 출판사의 자리, 독자와 만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서울국제도서전의 흥행은 책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신호다. 하지만 그 열기 바깥에서 열린 작은 도서전들은 또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책 축제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고, 어떤 책이 독자 앞에 놓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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