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아직 베일에 싸인 미국·이란 간 종전 MOU(양해각서) 내용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종전 합의의 일환으로 이란이 즉시 석유와 연료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MOU 초안에는 이란의 석유 판매와 더불어 향후 추가 협상을 통해 광범위한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제, 재건 자금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19일 MOU 대면 서명 직후 이란의 석유 판매 제재 면제 조항이 발효되며, 여기에는 판매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은행, 운송, 보험 등 필수 서비스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SJ는 이미 전자 서명을 마쳤고, 오는 19일 최종 확정될 MOU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의 전투를 장기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봉쇄가 해제되며, 향후 두달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도 있는 회담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재정적 지원 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안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 때의 '이란 핵합의'(JCPOA)에 대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영구적으로 막지 못하고 단지 지연시켰음에도 이란에 너무 많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한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MOU 내용과 관련해 "오는 19일 서명식 이후 곧 공개될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끔찍한 문서와는 다른 매우 강력한 문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WSJ 보도가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 대신 석유 판매 허용이라는 우회로를 통한 '회유책'을 택한 셈이 된다.
호르무즈 재개방과 맞물려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석유 판매 관련 제재 역시 풀리면 이란은 원유 수출 확대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란에 대한 석유 수출 제재 완화가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이란 핵 반대 연합(United Against Nuclear Iran)'은 이란의 원유 운반선이 미국의 봉쇄선을 뚫고 오만만을 빠져나가고 있고, 곧 이어 또 다른 초대형 유조선도 미국의 봉쇄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 4월 미국의 이란 봉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돌파인 것이다.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와 관련해서도 양측간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WSJ는 "MOU 체결 이후 두달간의 후속협상을 거쳐 핵 합의가 최종 타결되고 관련 합의 사항이 이행될 경우, 이란은 보다 광범위한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는 물론 3천억 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재건 기금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3천억 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에는 미국 정부 자금이나 보조금이 포함되지 않는 대신, 미국·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체 재건 기금의 절반이 넘는 자금이 이미 출자 약정된 상태"라며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 등을 거론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현금 다발을 건넸다'고 맹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확실한 비핵화 성과도 없이 일종의 전쟁 배상금을 미리 상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 지원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미국은 손을 떼고 거액의 기금은 다른 국가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이른바 '꼼수'라는 비판을 회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