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교회 황성수 목사(CBS 자문위원). 본인 제공개신교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 부터 자주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세미나는 수도 없이 열리고요. 종종 어떤 교회에는 젊은이들이 몰려온다는 좋은 소식도 들려오곤 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미세먼지처럼 교회의 공기 속에 퍼져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불안감을 증폭시킨 사회적 현상들이 있습니다. 조계종에서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2013년부터 하고 있죠. 이게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박이 난 거예요. 2024년에는 김영수라는 30대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기획을 담당했는데, 박람회를 다녀온 후기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예를 들어 KLAB에서 올린 영상에는 1300개의 댓글이 달렸어요. 놀랍게도 대부분이 긍정적입니다. 이런 내용이예요. "정말 유연한 종교." "믿으라고 오라고 강요하면 안 가는데, 저렇게 여유롭게 믿으려면 믿어라 하니까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게 아이러니함." "영상에서 배경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음. 거기서 끝난거임." "오늘 다녀왔는데 사람 진짜 미친 듯이 많습니다."
반면에 올해 광화문에서 했던 부활절 퍼레이드의 영상을 CTS에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댓글이 15개 입니다. 이정도면 처참한 결과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거예요. 그나마 올라온 댓글도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이게 뭡니까? 도대체 이런 걸 하나님이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가슴 아픈 댓글은 이겁니다. "…불교처럼 힙하게 해보렴." 올해 CBS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했던 부활절 연합예배의 영상을 올렸어요. 댓글이 28개 달렸더군요. 대부분 욕설을 포함한 댓글들이었고, 그 중에 나름 마일드한 것을 소개하자면, "실망. 한국교회여 어디로 향하는지." "북한을 연상케 하는군." "교회가 썩어가고 있어요. 정치판이 되어 버렸네요."
젊은이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 같습니다. 그럼 그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얼마 전에 "5무교회가 온다"는 책을 쓴 황인권 디자이너가 책을 한 권 소개해 줬습니다. 제목은 "커뮤니티 빌더들." 카카오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커뮤니티 전문가로 활동하는 백영선이라는 분이 쓴 책입니다. 록담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목회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사람이 커뮤니티에 대하여 이렇게 구체적이고 깊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커뮤니티에 대한 책이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걸 "세상적인 학문"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현상들이 많아서 저는 제법 심각하게 받아들인 편입니다. 요즈음 젊은이들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그리고 매력적인 커뮤니티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커뮤니티 안에서 교제도 하고, 안정감도 얻고, 치유도 경험하며 심지어 비즈니스의 가능성까지 발견하고 있는 거예요. 트레바리나 Meet Me 같은 커뮤니티는 공동체 그 자체로 이윤까지 만들어냅니다. 떡볶이의 모든 것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하여 '두끼 떡볶이'가 탄생한 이야기는 유명하죠.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지만, 그게 커뮤니티를 떠나는 것은 아닌 거예요. 커뮤니티는 여전히 인간의 기본적인 바탕색 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전통적 교회는 다른 커뮤니티로 대체되는 중인 거죠. 록담 백영선은 교회가 아닌 세속 커뮤니티를 만들자며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뭉쳐야 한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교회가 우왕좌왕 하는 동안, 세상은 이미 저만치 앞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성경에 나와 있는 에베소 교회, 빌립보 교회…다 지역기반의 오프라인 커뮤니티죠.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 만나 식사도 하고 같이 예배도 드리는 관계적으로 끈끈한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관계적으로 끈끈한 구조는 요즈음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은 조금 더 느슨한 연대를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얻고 그 안에서 재미와 지지, 그리고 훨씬 넓은 성장의 기회를 얻기를 원하거든요.
젊은이들은 목사와 장로, 평신도가 아닌 운영자, 멤버, 회원, 팔로우어, 인플루언서, 참여자, 구독자, 크루 등의 낯선 이름으로 불려지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기꺼이 속해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회비도 내고 오프라인 모임도 가지면서요. 지금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처음 보는 커뮤니티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요? 느슨한 연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멋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지 않나요? 케케묵은 70년대의 부흥논리를 내려놓고, 대형집회를 통해 내부의 결속만 다지지 말고, 이제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공동체를 만들 마음에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감사하게도 유목민이야기 등의 유튜버들이 교회 안에서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뭉치는 신앙 공동체에 대하여 열심히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를 끌어안으려고 노력하는 목사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십 수년 이상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목회방법론을 고집하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더 싫어하지 않을까요?
종종 사람중심이 아닌 복음중심이라는 논리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려는 노력을 꺾는 분들을 봅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초기부터 아랍어 혹은 히브리어를 쓰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언어를 헬라어와 라틴어로 바꾸어 세상에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래야죠. 게다가 선교하는 일은 유대인의 문화를 지키거나 혹은 예루살렘 교회의 문화를 지키는 것 보다 훨씬 앞선 개념이니까요. 다음세대에게 믿음을 물려주길 원한다면, 젊은이들의 언어와 문화, 그들의 정서로 교회의 복음을 번역해서 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었을지 모르지만, 젊은이들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기독교 초기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신학적으로 더 부지런할 수 있다면 다음세대의 정서와 문화에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교회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