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질주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20여년 만에 삼성전자를 넘어서자 재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에 따른 산업 구조의 변화가 시장 심리에 반영된 중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도체 뿐 아니라 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가 여태까지 이어져왔다면, 이제는 AI 성능 고도화를 견인하는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의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평가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SK하이닉스, 코스피 시총 1위로 올라섰다
박종민 기자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시총)은 2080조 3782억 원으로 '코스피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시총은 2066조 6595억 원으로 2위로 내려갔다. 삼성전자 우선주 시총(179조 7311억 원)까지 합치면 삼성전자의 합산 시총이 약 166조 원 가량 많기는 하지만, 보통주만 따졌을 때 삼성전자가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건 2000년 11월 21일 이후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만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비해 AI 기술 고도화와 맞물린 '메모리 초호황기'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지속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 기업의 시총이 이례적으로 역전됐다는 건, 현재의 증시 흐름이 'AI 반도체 중심 강세장'이라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이기도 하지만 모바일과 가전제품 등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이기도 한데, 소비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계획에 따른 주식 가치 추가 상승, 주주환원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도 한꺼번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독주 체제 변화 맞이해…의사결정 구조 차이도 시장 평가에 반영"
이번 시총 순위 변동에는 최근 양사가 보여준 경영 행보에 대한 비교 평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 계획부터 ADR 상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비전 등을 제시하는 등 강한 리더십에 기반한 의사결정 구조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총 순위가 바뀐 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외 기업'으로 나뉘었던 기존 독주 체제가 변화를 맞이했음을 의미하는 사건"이라며 "그 변화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평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리더십의 강한 권한이 부각된 반면, 삼성전자는 노동조합 문제 대응 등에 있어 리더십의 공백이 아쉬웠던 대목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영학계 인사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불거진 노조 사태는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었다. 시장에는 비교적 약점으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메모리 투톱, 치열한 경쟁…2분기에도 기록적 실적 성장 전망
연합뉴스시장에선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과 맞물려 양사의 기록적 실적 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삼성전자 87조 1570억 원, SK하이닉스 62조 6401억 원이다. 사상 최대치였던 1분기보다도 각각 29조 9242억 원, 25조 298억 원을 더 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사는 AI의 두뇌에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옮겨주는 고대역폭메모리 6세대 제품 HBM4를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지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7세대 제품 HBM4E까지 샘플 공급을 시작하며 기술 개선에 역량을 초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