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노상원 수첩 첫 인정…박성재 판결이 앞당긴 '내란 시간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2024년 12월 1일→9월→2023년…법원이 다시 쓴 '내란 시간표'
노상원 수첩 첫 인정…"내란은 즉흥적 결정 아닌 장기 준비"
尹 항소심에 일반이적·박성재 판결문 함께 제출 예정
종합특검엔 양날의 검…2차 계엄·홍장원 수사엔 과제

대통령실 제공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준비 시점에 대한 법원 판단이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은 계엄 이틀 전을, 일반이적 사건 1심은 최소 2024년 9월 무렵으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재판부는 그 출발점을 20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 등 특검이 확보한 증거들을 폭넓게 받아들였다. 반면 내란의 종결 시점은 엄격하게 해석했다. 내란 준비 과정은 넓게 인정하면서도 계엄 해제 이후 행위를 내란 범죄의 연장선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2024년 12월 1일→9월→2023년…당겨지는 비상계엄 준비 시점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22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특검 구형량보다 5년 무거운 형이다.

이번 판결은 박 전 장관 개인의 책임을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판부가 바라본 '내란의 시간표'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법원이 인정한 비상계엄 준비 시점은 점차 과거로 확장돼 왔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는 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일 무렵부터 구체적인 준비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등의 일반이적 혐의 사건 1심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 메모 등을 토대로 최소 2024년 9월 무렵부터 계엄 준비가 진행됐다고 인정했다.

이진관 재판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부터 주변 인사들에게 비상계엄 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혀왔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 등이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내란 계획이 체계적으로 준비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란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은 자신의 추종세력에게 비상계엄으로 군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압하고자 하는 의사를 수시로 밝혔고 이는 내란을 모의한 것"이라며 "윤석열은 내란 준비를 지시했고 김용현은 노상원과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노상원 수첩 신빙성 인정한 재판부…"증명력 부정 못 해"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번 판결에서 '노상원 수첩'이 주목받는 이유는 처음으로 법원이 그 신빙성을 정면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준비를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이 여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등과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마련된 법무부 협조 요청 사항이 박 전 장관에 대한 지시와 역할로 구체화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특검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비상계엄 후속조치와 실제 계엄 당시 진행된 조치들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노상원의 수첩에 기재돼 비상계엄 선포관련 후속조치가 실제 행해졌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수첩 필기가 조악한 것은 노상원이 김용현의 발언을 그때그때 현장에서 받아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수첩이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장소에 놓여 있었던 것은 내란행위가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수사를 개시할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노상원의 수첩 증명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사의 핵심 물증으로 거론돼 온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신빙성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에서는 수첩 작성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필기 내용이 조악하다는 이유로 수첩의 증명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향후 내란 관련 혐의를 심리 중인 항소심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심에서는 내란 관련 사건들이 여러 재판부에 나뉘어 심리됐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지귀연 재판부가, 박 전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은 이진관 재판부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은 류경진 재판부가 각각 맡았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서울고법이 지정한 내란·외환 사건 전담 재판부들이 관련 사건을 심리하게 된다. 개별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증거 판단을 종합해 내란의 준비 과정과 실행 구조, 가담자들의 역할을 하나의 그림으로 재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판결로 '노상원 수첩'의 신빙성을 인정한 판단까지 더해지면서 윤 전 대통령 항소심 역시 관련 증거를 보다 폭넓게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란특검은 향후 윤 전 대통령 항소심에 박 전 장관 사건의 1심 판결문과 일반이적 사건 1심 판결문을 함께 제출할 계획이다.

종합특검엔 호재이자 부담…'양날의 검' 된 박성재 판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잔여 의혹을 수사 중인 종합특검 입장에서는 노 전 사령관 수첩이 처음으로 법원의 신빙성 판단을 받았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특검이 수사 중인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의혹이나 이른바 'A급 수거 대상' 의혹 등에서도 해당 수첩을 핵심 증거로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반면 재판부는 내란의 종결 시점과 특검의 수사 범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계엄 해제 다음 날인 12월 4일 안가 모임과 관련한 이완규 법제처장의 국회 위증 혐의 등에 대해 "일련의 내란·외환 범죄 혐의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또 박 전 장관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내란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혐의는 박 전 장관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특검이 추가 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소한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현재 종합특검이 수사 중인 계엄 후속행위 및 '2차 계엄' 의혹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종합특검은 내란 종료 시점을 비상계엄이 해제된 2024년 12월 4일 새벽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같은 달 14일까지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특검은 이은우 전 KTV 원장 사건에서 계엄 선포 직후부터 12월 13일까지 계엄의 정당성을 선전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계엄 선포 직후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이 미국 등 우방국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한 과정과 관련해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른바 '2차 계엄' 의혹 역시 계엄 해제 이후에도 후속 계획이 이어졌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계엄 해제 이후 행위에 대해 내란·외환 범죄와의 관련성을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향후 종합특검이 이은우 사건이나 홍장원 사건, 2차 계엄 의혹 등에서 내란의 연속성을 주장하려면 이번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넘어설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이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