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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물차주 '사업장 밖' 산재사망 승인 1년새 2배…절반은 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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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CBS노컷뉴스의 연중 기획 '오늘도 다녀왔습니다' 두 번째 시리즈는 다변화된 산업재해의 '과녁'을 추적한다. 유족급여 승인 통계를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른 죽음의 지형도를 3회에 걸쳐 분석한다. 산재 승인 통계는 사고 발생과 승인 시점 간 시차가 있어 즉각적인 예방 효과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국가 산재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산업재해사고사망만인율 산출의 근거 자료다. 이번 기획에서는 만인율 저감이라는 목표 이면에서 실제 위험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산재예방, 과녁이 달라졌다]②사업장 밖 교통사고 급증에도 조사체계 '공백'
화물차주 교통사고 산재사망 승인 22명→46명 급증
사망 화물기사 2명 중 1명, 심야 도로서 참변
과로·운행압박은 누가 보나…'노동요인' 빠진 조사체계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물류의 동맥을 잇는 화물차주의 산재 사망 승인이 불과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사업장 안에서 끼이고 떨어지던 산업재해의 위험이 도로 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특수고용 노동의 확산과 함께 '사업장 외 교통사고'가 산업재해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고 배경에 깔린 과로와 시간 압박 등 노동 요인을 들여다보는 조사 체계는 사실상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주 산재사망 승인 1년 새 2배…특고 사망 70%는 교통사고

23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노무제공자 중 화물차주·퀵서비스기사·대리운전기사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산재 승인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화물차주의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사망 승인 건수는 2024년 22명에서 2025년 46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화물차주 사망 승인 건수는 2023년 12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 22명, 2025년 46명으로 매년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도심 물류를 담당하는 퀵서비스기사 역시 2023년 38명, 2024년 32명, 2025년 40명이 산재 사망 승인을 받았다. 대리운전기사는 큰 변동이 없었다.

이들 세 직종의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산재 사망 승인 건수를 합하면 2023년 54명에서 2024년 59명, 2025년에는 91명으로 급증했다.

노무제공자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산재가 승인된 노무제공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사고사망자 137명 가운데 96명(70.1%)이 사업장 밖 교통사고로 숨졌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 사망 10명 중 7명이 도로 위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들이 다수 포함된 운수·창고·통신업의 사고사망자 수 역시 2021년 72명에서 지난해 176명으로 4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해당 업종의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고사망자 수)은 1.12로 전 산업 평균(0.38)을 크게 웃돌았다.

결국 지난해 전체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산재 사망자는 123명으로 전년보다 36명 늘어 모든 산재 사망 유형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적 착시"라는 정부…그래도 만인율은 높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정부는 이러한 증가세의 배경에 제도 변화가 불러온 일종의 '통계적 착시'가 있다고 설명한다. 2023년 7월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던 화물차주와 배달기사 등이 대거 산재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됐고, 과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던 사고들이 승인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망자 증가가 전적으로 사고 위험 증가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제도권 밖에 있던 노동자들의 사고가 비로소 공식 통계에 드러난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이를 단순한 통계적 착시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국가 산재 예방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 사망자 수가 아니라 사고사망만인율이다. 가입자 규모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운수·창고·통신업의 만인율이 전 산업 평균의 약 3배 수준인 1.12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해당 노동환경이 여전히 고위험 상태라는 점을 보여준다.

심야 도로 위 화물기사들…"밑바닥에는 과로 문제"

전문가들은 사업장 밖 교통사고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법적 규제가 미비해 과로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목한다. 최근 쿠팡의 새벽배송을 둘러싸고 '과로사 논쟁'이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벽 시간대 화물 운송 업무가 단순히 과로사 위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노동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화물차주·퀵서비스기사·대리운전기사의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사망자 91명을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 발생한 사망은 32명으로 전체의 35.2%를 차지했다. 밤 10시~새벽 2시 16명, 새벽 2~6시 16명으로 인적이 드문 심야·새벽 시간대에도 사망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이 시간대 사망은 사실상 화물차주에게 집중됐다. 화물차주 사망자 46명 가운데 22명(47.8%)이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 발생했다. 새벽 2시~6시 사망자 16명 중 12명도 화물차주였다. 전국의 물류 거점을 연결하기 위해 밤새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거리 운송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업무 미숙과 고령화 문제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사망자 91명 가운데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은 60명으로 전체의 65.9%에 달했다.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던 화물차주의 경우 사망자 46명 중 30명이 6개월 미만 신규 진입자였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27명을 더하면 전체의 64.8%를 차지했다. 경험이 부족한 신규 진입자와 고령 노동자가 야간 운행에 집중되면서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사이버대 산업안전보건학과 강태선 교수는 "고령 운전자 문제는 두 번째 문제고, 근본적으로는 과로 문제가 깔려 있다"며 "화물차의 졸음운전은 노동자 개인의 위험을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물차 교통사고는 산업재해를 넘어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속도로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3년 71명, 2024년 89명, 2025년 93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벌써 43명이 숨져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상태다.

지난 19일 경북 구미시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는 25톤 화물차가 승용차를 들이받아 탑승객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 노동자의 과로와 안전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직종의 산업재해에 그치지 않는다. 도로 위 대형 화물차 사고가 일반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면서 국민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업장 밖 교통사고 '조사' 제한적…노동 요인은 누가 보나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이처럼 도로 위 산재 사망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사고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맞춤형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의 조사 체계는 단절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고 현장이 사업장 밖 아스팔트 도로라는 이유로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여부나 보험상 과실 비율을 중심으로 사고를 조사한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일반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소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재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도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출동이나 경찰 조사 결과 등을 통해 사고 경위는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에 따라 도로교통사고가 산안법 위반에 기인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종결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행 산안법상 노무제공자에게 적용되는 조항이 제77조와 78조로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도로 위 교통사고에서 산안법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결과적으로 사고의 배경에 있는 노동 요인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된다.

이 노동자가 사고 직전까지 얼마나 장시간 운전했는지, 무리한 배송 일정이나 운송 압박은 없었는지, 화주나 플랫폼 업체가 사실상 과속과 과로를 유발한 것은 아닌지 등 사고의 구조적 배경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결국 사업장 안에서 발생한 산재와 달리, 사업장 밖 교통사고는 노동과 교통의 경계에 놓인 채 어느 기관도 충분히 분석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노동 요인'까지 조사…화주 책임도 묻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통사고와 산업재해를 분리해서 보는 현재의 조사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2014년부터 국토교통성 산하에 '사업용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단순히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운행 일정, 휴식시간, 회사의 안전관리 체계 등 사고 배경에 있는 조직적·구조적 요인까지 함께 분석한다.

또 2024년부터는 화물차 운전자의 연간 시간외근로를 960시간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본은 운전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화주의 요구로 장시간 대기나 무리한 운행이 발생한 경우 노동당국이 화주 측에 개선을 요청할 수 있고, 과로 운전에 화주가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 국토교통성이 화주의 명칭과 위반 사실을 공개하기도 한다.

물론 일본 제도 역시 한계는 있다. 화주에 대한 조사 상당수가 강제력이 없는 행정조사에 머물고 있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된다. 그럼에도 사고 원인을 운전자 개인의 실수로만 보지 않고, 일을 지시한 사업자와 화주, 노동환경까지 함께 들여다본다는 점은 우리와 다른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사업장 밖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죽음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산재 예방 체계의 시선은 여전히 사업장 안에 머물러 있다. 위험이 사업장 밖에서도 커지는 만큼 조사와 예방의 범위 역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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