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대재해 빈발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산재 발생 책임을 사실상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나섰다.
경총은 23일 발표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중 58.5%는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가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경총이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제조업과 건설업 등 117개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경총은 "설문조사 응답 내용에 대한 증빙 서류는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가 가장 자주 위반하는 안전수칙은 '작업순서·절차 미준수'(49.5%)와 '보호구 미착용'(43.2%) 등이었다.
이를 두고 경총은 "사업주의 산재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작업 절차 미준수와 보호구 미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73.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경총은 전했다.
이어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불편하고 번거로워서'(36.5%)와 '할당된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36.5%)',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서'(20.0%) 등 순이었다.
특히 경총은 "근로자가 법과 사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실질적 불이익이 없다는 인식과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중대재해 감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응답 기업 61.5%가 안전수칙 위반자 징계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고, 그 주된 사유가 '근로자 반발 및 노사관계 마찰 우려'(52.8%)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경총은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산업재해 감소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주장이다.
경총은 "기업의 천문학적인 안전 투자와 정부의 처벌 강화 정책에도 중대재해 감축 추세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해결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이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의 노사 공동책임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