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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와이가 기억한 홍콩…"잿더미뿐이어도 내가 지나온 길"[현장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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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상실과 기억 담은 연작 출간
"이야기로 사라진 시대 잇는 다리 되길"

영화 '첨밀밀' 각본 기획에 참여와 타이완 금전문학상을 수상한 홍콩 작가 찬와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 CBD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영화 '첨밀밀' 각본 기획에 참여와 타이완 금전문학상을 수상한 홍콩 작가 찬와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 CBD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남는 것이 고작 잿더미뿐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니까."

홍콩 출신 소설가 찬와이는 사라진 도시를 기억하는 일을 잿더미 속에서 자신의 흔적을 되찾는 과정으로 그린다. 무너진 집과 흩어진 가족, 사라진 거리 뒤에도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감정은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 홍콩의 반환 전 기억은 짙은 향기로 기억의 저편을 차지한다.

찬와이는 2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장편소설 '기억을 지키다'와 후속작 '기억을 태우다'의 한국어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 사실은 검색하면 알 수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소설만이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작품은 한 가족의 연대기를 따라 홍콩의 성장과 중국 반환 이후의 변화를 그린다.

1998년 처음 출간된 '기억을 지키다'는 광저우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롄청 부부와 열 자녀의 삶을 통해 1970년대부터 반환 직전인 1996년까지의 홍콩을 담는다. 자녀들의 이름에는 아버지가 일군 가게와 공장 등 가족의 역사와 도시의 성장 과정이 새겨져 있다.

후속작 '기억을 태우다'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재개발과 실업, 가족의 해체를 겪는 인물들의 삶을 좇는다. 찬와이는 "전작이 홍콩이 어떻게 지금의 홍콩이 됐는지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그렸다면, 후속작에는 이후 사회 변화를 지켜보며 느낀 격렬한 감정이 담겼다"고 말했다.

두 작품의 원제에는 공통으로 '향기 향(香)'자가 들어간다. 그는 "향기는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홍콩이라는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상징한다"며 "이야기는 사라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설명했다.

민음사 제공민음사 제공
찬와이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우산혁명에 대해 "실패한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좌절과 무력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시위 현장에서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고 홀로 나온 노인을 본 경험도 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소설 속 인물 롄청을 떠올렸고, 롄청 일가가 오늘날의 홍콩에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생각하면서 '기억을 태우다'를 쓰게 됐다고 했다.

찬와이는 2018년 대만으로 이주했으며,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홍콩의 역사적 사건은 검색하면 알 수 있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검색만으로 알 수 없다"며 "문학은 당시 사람들의 온기와 사랑, 미움, 슬픔을 남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기억에 대해서도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짚었다. 그는 "'기억을 지키다'의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판에서 '기억은 사랑이다'라고 번역됐지만, 원문의 의미는 감정이 담긴 '추억'에 가깝다"며 "추억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함께 있고,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까지 담긴다"고 말했다.

이어 "AI 활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AI와 인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인간은 정보뿐 아니라 그때의 분위기와 감정까지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첨밀밀' 각본 기획에 참여와 타이완 금전문학상을 수상한 홍콩 작가 찬와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 CBD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영화 '첨밀밀' 각본 기획에 참여와 타이완 금전문학상을 수상한 홍콩 작가 찬와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 CBD에서 열린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찬와이는 한국 독자들이 작품을 읽은 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독자가 소설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세계의 일부를 발견하고, 읽은 뒤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면 가장 좋다"며 "그것이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찬와이는 오는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이 기억의 책들을 들고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도서전 기간 배문주 번역가와 북토크를 열고, 소설가 조해진과도 대담을 진행한다.

찬와이 지음 | 배문주 옮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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