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해 8200선을 간신히 지키며 마감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코스피가 23일 10% 가까이 급락해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8200선을 간신히 사수했다. 전날 SK하이닉스의 상승으로 사상 최고치 마감을 한지 단 하루만에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이드카 발동 횟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뛰어넘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p(9.99%) 내린 8203.8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전장 대비 31.01p(0.34%) 내린 9083.54로 출발해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낙폭이 커지면서 이날 오전 11시37분에 코스닥 시장에서, 오전 11시40분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시장의 매도 사이드카 발동은 이날을 포함해 총 27회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6회)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수 사이드카는 14회, 매도 사이드카는 13회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 당시 코스피 200 선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6.06포인트(5.12%) 내린 1407.54였다. 코스닥150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6.70포인트(6.01%) 내린 1667.80, 코스닥150 현물 지수는 93.26포인트(5.33%) 내린 1653.67이었다.
오후 들어서는 낙폭이 더욱 확대됐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을 1분간 지속해 오후 2시 33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매매 거래가 2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폭은 910.71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락률로 살펴보면, 지난 3월 미-이란 전쟁 당시 -12.06% 하락한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 하락률을 보였다. 코스피 역사상으로는 역대 5번째다.
반도체 투톱 -12% 급락…시총 1위 엎치락 뒤치락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크게 흔들렸다. SK하이닉스는 -12.47%로 255만5천원에 장을 마쳤고, 삼성전자도 -12.31%로 31만원까지 떨어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수 급락으로 하루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가 장 마감 직전 다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가 1820조 9545억원, 삼성전자가 1812조 3464억으로 집계됐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지난 금요일과 유사하게, 반도체 쏠림현상에 대한 단기적인 부작용이 또 나타난 것 같다"면서 "더군다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간 시가총액 1위 쟁탈전을 하는 과정에서 전날 쏠림현상이 유독 심했는데, 이날은 이들 주식에서도 외국인 중심으로 차익실현 압력이 더 거세지다보니 이 같은 급락과 변동성 증폭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 하락폭-하락률 순위(자료 제공=한국거래소)개미들, 11조원 역대 최대 규모 순매수 '기록'
개인은 이날 11조112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내는 매물을 모두 받아냈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액수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 합산 5조7925억원을 '투매'했다. 기관도 5조4854억원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함께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는 증시 하방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통해 저점을 지지하는 '소방수' 역할을 해 주었다"고 분석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다시 90선에 가까워졌다.
이날 VKOSPI는 장중 한때 89.69까지 치솟으며 90선까지 올랐다. 장 마감 기준으로는 전장 대비 2.35% 오른 89.41를 기록했다.
VKOSPI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5일 장중 83.58까지 치솟은 뒤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으며 지난 4월에는 46대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코스피 급락 배경으로 우선 간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주가가 하락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커진 점이 지목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9월과 10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25bp(1bp=0.01%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채 금리가 오르고 투자 심리는 위축된 탓이다.
여기에 그간 코스피 급등을 견인해온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한 점도 증권가는 한 원인으로 꼽는다.
한지영 연구원은 "유가와 미국 10년물 금리, 달러 등 지표에 큰 변화가 없어 매크로 악재 충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1원 오른 1539.1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