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재원 > 안녕하십니까? 이슈철가방 주재원입니다. 지방선거는 끝이 났지만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선 가운데 야당 대표는 재선거를, 대통령은 개헌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의 파장은 더 확산되는 모습인데요. 오늘은 이
사태가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 재선거는 법적으로 가능한지, 헌법기관이라고 하는 선관위는 과연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다양한 법적 쟁점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세라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세라 > 안녕하세요? 김세라 변호사입니다.
◇ 주재원 > 지방선거 이후에 불거진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잖아요. 처음 이 사건을 접하셨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보셨어요?
◆ 김세라 > 일단 제가 포항시 북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거든요. 그래서 서울 송파구 투표용지 부족 사태 소식을 선거일 밤샘 개표를 하면서 계속 들었었어요. 그래서 놀랐죠. 놀랐고, 제가 선관위 위원 일을 지금 6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왜 생기지, 생길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놀랐고요. 어쨌든 너무 큰 실수를 했고.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선관위라도 준비를 잘해도 어떤 실수가 터질 수는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부분의 실수가 아닌 것 같고, 일부러 한 게 아니라면 너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터진 실수라고 보여져요.
◇ 주재원 > 황당하기도 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에 가장 핵심적인 사건으로 거론되는 곳이 송파구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투표소에 투표를 하러 갔다가 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있잖아요? 만약 똑같은 일을 제가 당했다고 해도 굉장히 황당할 것 같은데요. 이런 부분은 헌법상 참정권 침해로 볼 수 있겠죠?
◆ 김세라 >
참정권이 침해된 것입니다. 참정권이 뭐냐 하면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정치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거든요. 그것은 기본권이고요. 왜냐하면 헌법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참정권은 국민에게 있는 기본권인 것이죠.
참정권 중에는 선거권, 공무담임권, 국민투표권 등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선거권인 것이고, 선거권은 헌법 제24조가 규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장이나 구청장, 의원들을 뽑는
선거에 참여하려고 투표소까지 갔다가 선관위 측의 잘못으로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된 거잖아요. 그렇다면 선거권을 침해당한 것이고, 결국 참정권을 침해당한 것입니다.
김세라 변호사 (포항시 북구 선관위 선거관리위원). 영상 캡처◇ 주재원 > 이런 부분 때문에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어떤 경우에 재선거를 할 수 있습니까?
◆ 김세라 > 공직선거법을 보면 일단
선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돼야 하고요. 또 당선인이 임기 개시 전에 사퇴하거나 사망하거나 당선 무효가 된 경우에 재선거가 치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당선자 개인의 신분상 문제가 아니죠. 선거 절차의 위법성을 따지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선거의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가 돼야 하는 것이고,
법원이 그런 판단을 내려야 돼요. 절차를 보면
선거소청과 선거소송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거 절차상 위법성을 이유로 선거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게 되면, 그때 재선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주재원 > 선거 절차상 위법성이 명확해야 하고,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재선거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겠네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야 하니까요. 그러면 이게 실제 선거 결과, 즉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증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 김세라 > 그렇죠. 그래서 아예 법이 그렇게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이 소청이나 소장을 접수한 선관위 또는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은
선거에 관한 규정이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가 무효라는 판결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규정을 하고 있고요. 이에 따라서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발생했더라도 무조건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고, 당락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없는 등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선거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어요. 그래서
절차상의 문제나 위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법성이 없었으면 선거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그것도 필요한 것이 재선거가 간단한 게 아니잖아요. 큰 선거 한 번 치르는 데 1조 원 안팎의 예산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루를 휴일로 지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 개인적·사회적 비용 소모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재선거를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가 절차상 위법이 있고, 당락에 결과 변화 가능성이 있을 때 재선거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 주재원 > 역대 선거에서 그러면 선거 무효로 인해서 재선거를 했던 사례가 있습니까?
◆ 김세라 > 극히 드물죠. 예전에 16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과 동대문을, 두 개 선거구에서 선거 무효가 인정된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재선거를 했다고 하는데, 이때는 당선자 측의 조직적인 인력 동원이나 위장전입 같은 것들이 있었고, 그 수가 후보 간 표 차이를 상회하는 등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입증된 경우였어요.이런 경우에 재선거를 했던 사례가 있는데, 그만큼 사례는 드뭅니다.
◇ 주재원 > 그러면 김세라 변호사께서 보실 때는 재선거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김세라 > 현실적으로
전면 재선거,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의 재선거는 불가능해 보이고요. 일부적으로 기초의원, 시의원 선거 같은 경우는 모르겠습니다.
◇ 주재원 > 표 차이가 굉장히 적은.
◆ 김세라 > 네. 그럴 것 같은데요. 일단 제일 문제 되는 게 지금 서울시장 선거잖아요. 서울시장 선거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재선거가 가능해지는데, 서울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42개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평균적인 기권자나 투표자 수를 감안해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에서 최종 산출되는 전체 투표자 인원이 약 5만 8천 명 정도가 된다고 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낙선한 서울시장 후보에게 표를 찍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결과는 똑같은 거죠. 지금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었잖아요. 정원호 민주당 후보와의 표 차이가 6만 259표 정도로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이 전부 한쪽에 몰렸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위법성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되는 거죠.
법원에서도 선거 무효 판단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 재선거는 불가능해 보이고요. 대신 아까 말씀드렸듯이 포항 같은 경우도 6표 차이로 당선된 분이 있거든요. 기초의회 선거에서요. 그래서 한두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는 기초의원, 비례대표, 구의원, 시의원 선거 같은 경우에는 법원 판단에 따라서 투표하지 못했던 유권자 수와 비교했을 때 결과를 뒤집을 정도가 된다면 선거 무효 판단과 함께 재선거가 실시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재선거 요구 시위대의 모습. 자료사진◇ 주재원 > 선관위가 어떤 식으로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같은데요. 이게 단순한 행정상 책임을 넘어서 형사상 책임까지도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인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김세라 > 일단 법적 책임 부분은 많이 아시겠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위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수사를 통해 횡령 등이 인정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겠죠. 그런데 그것은 선관위 관계자들의 개인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이고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에 대한 선관위 관계자들의 처벌 문제는 약간 의문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직선거법상 선거방해죄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면 고의가 있어야 하거든요.
범죄의 고의가 있어야 되는데, 일부러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했다거나 숨겨 놓았다거나
◇ 주재원 >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서.
◆ 김세라 > 그렇죠. 그런 고의성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형사처벌까지는 좀 힘들어 보이고요. 다만 별도로 내부적인 징계나 문책은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내부적 징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것 같습니다.
◇ 주재원 >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면 어쨌거나 참정권을 침해받은 시민들이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까?
◆ 김세라 > 일단 나는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다라는 그 행동 자체는 하지 못하실 것 같고요.
◇ 주재원 > 이미 끝났기 때문에 다시 투표를 할 수는 없고.
◆ 김세라 > 그렇죠. 다시 투표하게 해달라는 소송이나 이런 것은 하기 힘드시겠지만, 어쨌든 투표권을 침해당한 것에 대해서
국가를 상대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거든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입니다. 불법행위는 고의가 있어도 되지만 과실이 있어도 되거든요.
◇ 주재원 > 과실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 김세라 > 네. 국가의 과실로 내가 피해를 입었을 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국가의 과실로 내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이익 침해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위자료 성격이 될 것 같긴 하거든요. 위자료 성격이 될 것 같지만 어쨌든 일부라도 법원이 배상하라고 판단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액수가 크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국가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요. 또
헌법소원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제기하는 것인데, 이런 투표 관리 부실이라는 국가 작용이 헌법 위반 또는 기본권 침해라는 점을 헌법재판소가 상징적으로 확인해 주는 것이죠. 그런 방법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주재원 > 알겠습니다. 최근에
이재명 대통령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세라 > 개헌을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일단 지금 문제 된 선관위 문제만 놓고 보면, 선관위가 견제 수단이 없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요.
◇ 주재원 > 그러니까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 김세라 > 그렇죠.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되는데요. 위원장은 호선하게 돼 있거든요. 자기들끼리 뽑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계속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 출신 위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돼 왔고요. 그렇게 되다 보면 선관위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아니면 탄핵되지 않는 신분 보장을 누리거든요.
◇ 주재원 >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죠.
◆ 김세라 > 그렇죠. 그런데 견제나 감독은 힘든 거죠. 개인적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 외에는 사실상 통제 수단이 제한적입니다. 법원 같은 경우는 판결을 잘못하면 항소를 할 수 있잖아요. 수사기관 사이에도 여러 견제 수단이 있고요. 그런데 선관위는 그런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중대한 부실 선거 사태가 벌어져도 개선 명령이나 견제·감독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이것을 다른 헌법 개정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가능하게 하는 부분 개헌이라도 하자, 즉 선관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재선거 요구 시위대의 모습. 자료사진◇ 주재원 > 어쨌거나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잘못했고 문제가 많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기존의 부정선거 의혹과 이번 부실 선거 관리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김세라 > 부정선거론에서 말하는 부정선거는 결국 조작 선거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선거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죠.
◇ 주재원 > 어떤 의도를 갖고.
◆ 김세라 > 그렇죠. 그런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조작 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부정선거론은 우리가 치르는 선거 자체가 조직적으로 조작됐다고 보는 것인데, 저는 그렇게 보기는 힘들 것 같고 오히려 위험한 접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재원 > 그리고 일부에서는
사전투표를 하지 말고 본투표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한 법안 발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변호사님께서는 개표 참관도 많이 해보셨잖아요.
현행 개표 시스템상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있다고 보십니까?
◆ 김세라 > 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거든요.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투표소 한두 군데에서 그런 일을 벌인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작 선거라는 것은 결국 수백, 수천 개의 투표함을 바꿔치기하거나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것인데, 지금까지 그런 사실이 드러난 적도 없고요. 그렇게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조직적으로 한다는 것 자체도 상정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드러난 것도 없고요.
선거 관리나 개표 과정에 참여해 보면 그게 왜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개표원들이 들어오거든요. 개표원들은 공무원도 있고 일일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참여하는 분들인데, 개표장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고요. 그런데
개표원들은 개인 가방도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투표함을 열어서 용지를 모으는 팀이 하나 있고요. 그 용지를 개표기에 넣어서 표를 세는 팀이 있습니다. 만약
불확실하게 나오면 다시 넣어서 재확인하고, 수기로 다시 검증해서 정리한 뒤 후보별 득표수를 확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표를 정리해서 집계하는 팀이 따로 있고요. 그러면 그 결과물을 바구니에 담아서 저희 선관위 위원들에게 가져옵니다.
선관위 위원들은 8명이 함께 바구니를 하나하나 보면서 감시를 하거든요.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선관위 위원장의 검사를 받고 확정이 되면 그 결과를 전산에 입력하는 것이죠. 그런 작업이 계속 반복됩니다. 정말 수백 번 바구니가 오가면서 모든 과정을 확인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또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각 정당의 참관인들이 함께 지켜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 주재원 > 각 정당에서 파견한.
◆ 김세라 > 참관인들이 굉장히 많이 보고 있는 거죠. 선관위가 개표를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다 보거든요. 문제가 있으면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고요. 그런 눈들 속에서 이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작은 쉽지 않습니다.
◇ 주재원 > CCTV도 다 설치돼 있죠.
◆ 김세라 > 그렇죠. 그 다음에 사전투표함도 며칠 전에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관 과정에 대해 말이 많잖아요. 그래서
사전투표함이 이동하는 절차마다 정당 추천 선관위원들이 참여를 합니다. 그리고 선관위 건물 안에 있는 24시간 CCTV가 가동되는 공간에 사전투표함을 보관해 두거든요. 그러다가 개표할 때 가져오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과정들을 보면 조작은 힘들어 보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의 목적을 가지고 조작을 하려면 수백, 수천 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조직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도 힘들고 그런 증거가 나온 적도 없습니다.
21대 대통령선거 당시 개표소 모습. 자료사진그리고 사전투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 일을 두고
부실 선거 관리 때문에 참정권이 침해당했다고 하면서 사전투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재원 > 그렇죠.
◆ 김세라 > 사전투표 역시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거주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투표권도 중요하거든요. 참정권도 마찬가지고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 외국에 체류하는 분들 등
다양한 국민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이익을 비교·형량해서 만든 것이 현재의 사전투표 제도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중요한 제도라는 점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조금 재미있는 사례가 하나 있었는데요. 한 군인이 선관위에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전투표는 조작될 수 있으니까 나는 본투표일에 투표하고 싶은데, 자신은 부대에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투표할 수 없겠느냐고 문의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서 사전투표 제도를 만들어 놓은 건데, 사전투표는 못 믿겠고 또 다른 방식의 사전투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셈이거든요. 그래서 사전투표 제도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이라는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주재원 >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은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선거 관리 체계에 변화는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까요?
◆ 김세라 >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잖아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가장 중요한 국가 작용이고 절차입니다. 그런데 선거는 다른 국가 작용과 달리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영역이에요. 다른 기관들의 결정은 잘못되면 이의신청도 할 수 있고, 항소도 할 수 있고, 불복 절차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선거는 정해진 날 한 번만 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선관위에서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 같고요. 저는 이번 기회에 선관위가 제대로 개혁을 해서 더 투명하고 깨끗하고 일 잘하는 기관, 국민들의 신뢰와 신망을 받는 기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국가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도 회복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지금 이야기 나오는 개선책들을 보면
감사원의 정기 감사 범위를 선관위까지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고,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선관위 운영 구조를 개선하자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선관위원장도 현재는 대부분 지역 법원 판사들이 맡고 있는데, 이런 부분도 전문성을 중심으로 정비하자는 개선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주재원 > 수십 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제도들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선관위 제도 전반에 대한 통찰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6·3 지방선거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김세라 변호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 김세라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