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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 첫 인하…미·이란 재충돌에 기름값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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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상한선…변수는 호르무즈

국제유가, 중동 전쟁 이전 수준까지 하락
민생 물가 고려해 석유 최고가격 선제 인하
주유소 기름값 서서히 하락 전망…정부 1800원대 예상
변수는 호르무즈…기뢰 제거·운송 문제 여전
미·이란 재충돌에 유가 변동성 확대 우려

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시행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하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조치지만, 양국이 다시 무력 충돌하면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가격 인하로 주유소 기름값은 당분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하락 폭과 속도는 예상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가격 시행 3개월 만에 첫 인하…국제유가↓·물가 압박 고려

28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부터 4주 동안 적용되는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150원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리터당 가격은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설정됐다.

석유 최고가격이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중동 전쟁 발생 이후인 지난 3월 13일 기름값 안정화를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이후 2주 뒤인 3월 27일 2차 최고가격을 각각 210원씩 올린 이후 최고가격을 약 3개월간 동결해 왔다.

최고가격 인하의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5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73.14달러로 떨어지며 전쟁 직전 수준(72.48달러)까지 돌아왔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69.92달러까지 내려가며 70달러선 아래로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67.29달러를 기록하며 전쟁 전보다 내려가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점차 늘어나는 등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이란이 상선 공격과 보복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긴장이 다시 높아져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진 점도 최고가격을 조기에 인하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며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3%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자 최고가격 하향으로 이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고가격 인하와 관련해 국제유가 하락과 민생 부담,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서 "최고가격도 낮춰가야 할 것 같다"고 주문한 바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출입기자와 만나 "현재 유가 수준은 종전에 비해 내려온 상황이라 최고가격 자체를 내릴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름값은 내려가겠지만…변수는 '호르무즈 통항 물량' 회복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최고가격 인하에 따라 주유소 기름값은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름값은 중동 전쟁이 한창이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휘발유가 리터당 2005.8원, 경유 1996.72원, 등유 1633원이다. 이는 전쟁 전 가격보다 여전히 약 300원씩 높게 형성된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빠르게 하락했지만 국내 기름값은 아직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름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시차 때문이다. 주유소는 통상 2~3주 간격으로 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기존에 들여온 고가 재고가 소진돼야 인하된 가격이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정부는 통상 기름값이 최고가격보다 100원 비싸게 형성되는 점을 고려해 휘발유 기준 18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름값이 전쟁 전 수준으로 빠르게 내려갈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물량이 정상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의 잠정 협정이 중동산 원유 수출 회복을 예고하고 있지만 기뢰 제거 장기화와 미해결 운송 문제 등으로 향후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중동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이후 처음으로 무력 충돌을 벌이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최근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도입 가격 전망'에서 본격적인 유가 하락은 설비 재가동과 기뢰 제거가 진행된 뒤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신속한 가격 하락을 위해 주유소의 재고를 살펴볼 계획이다. 주유소가 기존 재고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 공공기관 등과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모니터링하면서 고강도 현장점검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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