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의 한 홈플러스 매장 정육식품 코너에 육류 대신 효자손과 수저 등이 진열돼 있는 모습. 독자 제공"내부 촬영은 불가능합니다."30일 오전 찾은 강원 춘천시 퇴계동 홈플러스 매장. 취재진이 카메라로 촬영을 하자 한 직원이 곧바로 다가와 촬영을 제지했다.
취재진이 항의하자 홈플러스 본사 측은 "외부 건물은 촬영할 수 있지만, 내부 촬영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부 모습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였다.
매장안 분위기는 현재 홈플러스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신선한 고기로 가득했어야 할 정육 판매대에는 식기류들이 놓여 있었고, 냉동 육류 매대 상당수는 비어 있었다.
계란과 콩나물, 두부가 진열돼 있어야 할 냉장 코너 역시 각종 냄비와 저장용기, 칼·도마 세트가 자리를 대신했다. 전병과 한과는 반찬 코너를 차지했고, 곳곳은 자사 브랜드(PB)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강원지역의 한 홈플러스 매장 조리식품 코너에 라면들이 빼곡히 진열된 모습. 독자 제공매장 안은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카트를 끌고 장을 보는 고객보다 직원들의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들어왔고, 남은 직원들은 묵묵히 상품을 정리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트를 찾은 한 주민은 "장을 보려고 오랜만에 왔는데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말아야 할 물건들이 놓여져 있어서 눈을 의심했다"며 "뉴스를 통해 보기는 했는데 이런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강릉 시내 중심의 홈플러스 매장도 최근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재진에게 전해진 사진을 보면 정육 코너에는 육류 대신 효자손과 국자, 젓가락 등이 진열돼 있었고, 조리식품 코너는 인스턴트 라면으로 채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강릉단오제 기간 이곳을 찾았던 관광객 한모(35)씨는 "과자 코너나 3분 카레를 파는 곳은 빈 박스가 많았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생수와 주류도 모두 없다고 해서 그냥 마트를 나왔다"며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춘천지회와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오전 춘천 퇴계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정상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구본호 기자장기간 경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불투명해지면서 고용 불안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결국 거리로 나왔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춘천지회와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오전 홈플러스 춘천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정상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본의 탐욕이 지나간 자리에는 노동자들의 피눈물만 남았다"며 "지난 1년 동안 3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해고됐고 3500명이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원도에는 휴업 매장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춘천과 원주, 강릉, 삼척 매장에서도 임금 체불과 폐업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사직서를 내는 노동자들이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월 180만 원 안팎의 급여로 생계를 이어오던 직원들이 최근 임금 체불까지 겹치면서 마트를 떠나거나 빚을 내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직원들은 기존 월급의 약 25%인 50만 원 정도의 임금 만을 지급 받았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미지급 임금이 지급됐지만, 직원들은 언제 다시 임금 체불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직원 수도 절반 정도가 퇴사하면서 현재 50여 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대출을 받아 버티려 했지만, 회사의 체납 문제 등으로 대출마저 거절돼 결국 퇴사를 선택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춘천점은 본사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지방세를 체납해 지난 1월 춘천시로부터 건물을 압류당했다. 지난 5월에는 시가 부과한 교통유발부담금 체납으로 추가 압류 조치도 이뤄졌다.
함나영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춘천지회 사무국장은 "늦어진 급여에도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는 경영진의 태도는 정상화를 기다리던 직원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겼다"며 "하루하루 상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매장에 출근하는 직원들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전날 126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자구 노력을 반영한 수정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오는 7월 3일로, 자금 조달 여부가 회생 여부를 판가름 할 최대 변수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