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배재고 야구부를 응원하는 내용의 화환들이 놓여있다. 김하영 수습기자3일 오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는 배재고 야구부를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전날 구청에서 야구부 비판 및 응원 화환을 수거한 뒤에도 다시 놓인 것인데, 이날 오전에도 수거되고 새로운 화환이 다시 놓이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날 오전 8시쯤 배재고 정문 앞은 시험기간을 맞아 형광펜으로 줄이 그어진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등 긴장된 얼굴의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학생들이 지나는 정문 앞에는 화환 7개가 줄지어 놓여있었다. 화환에는 "후배들아 힘내라", "자랑스런 아들들아 기죽지 마라", "국민 입을 막지 마라 배재고 파이팅" 등 문구가 적혔다. 모두 배재고 야구부를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학교 정문 앞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환이 익숙한 듯, 화환을 쳐다보는 학생은 없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해당 표현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0일부터 배재고 앞에 놓인 야구부 비판 근조화환의 모습. SNS 캡처이에 다음날부터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학교 정문 앞에 놓이기 시작했다.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국민에게 민주주의는 과분하다', '지금 여러분이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완성된 것입니다'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곧 극우성향 인사와 일부 시민들이 야구부를 응원하는 화환을 보내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변호한 이하상 변호사 이름으로 된 '배재학당 자유정신 지지한다'는 문구의 화환도 있었다.
비판과 응원의 화환이 뒤섞인 가운데 전날 오후 강동구청은 배재고 앞에 세워진 비판 및 응원 화환을 수거했다. 불법적치물 정비 및 물품보관 안내장이 바닥에 붙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바로 옆 배재중학교로 등교하던 중학교 1학년 남학생 2명은 "형들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다들 완전 잘못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배재고 선수들에게 6개월 출전정지 조치가 내려진 것에 대해서도 과도하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못한 것이니 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배재고 2학년 학생은 "다른 학생들은 억울해 한다. 왜 다같이 싸잡아 욕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3일 오전 구청이 화환을 수거해간 뒤로도 새로운 화환이 도착하고 있다. 김하영 수습기자
구청은 다시 이날 오전 9시 20분쯤 화환을 모두 수거해갔다. 하지만 오전 10시 "배재고 파이팅"이라고 적힌 새로운 화환이 트럭에서 내려져 학교 앞에 설치됐다. 10분 뒤 그리고 30분 뒤에도 또 다른 응원 화환이 도착해 그 옆에 놓였다. 결국 이날 오전 구청에서 화환을 모두 치운 지 1시간 30분 만에 새로운 화환 9개가 줄지어 있었다.
학교 앞을 가득 채운 화환에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과 주민들도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시험이 끝나고 나오던 배재중학교 학생들은 10분 전 구청이 수거해 텅 비어있는 화단을 보고 "뭐야 화환 치웠네?", "오 없어졌다. 대박"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교 앞을 지나던 한 여성 주민은 "아우 이런 것 좀 치우지. 보내지 마세요" 말하며 지나갔다. 이에 배재고를 응원하는 1인 시위를 하던 여성이 "이게 다 응원의 메시지다"라고 했고, 해당 주민은 "응원처럼 보이지 않는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배재고는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는 등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구청은 배재고 앞 화환들을 도로법 제47조에 따라 계속 수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