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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사건' 후폭풍…경찰 내부도 "보완수사권 폐지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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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증거인멸 의혹 드러난 장윤기 사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다시 불붙어
일선 경찰들조차 폐지 반대…"현장 부담만 가중"
전문가들 "부실수사 우려…감시장치 마련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이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 중인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경찰 내부에서조차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 경찰 죽어 나간다"

10일 경찰 내부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장윤기 사건 이후 검찰 보완수사권 유지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보완수사권마저 없어지면 앞으로 수사의 종결책임은 경찰이 떠맡는 건데 부담이 너무 크다"며 "보완책으로 경찰 공판 의무 참여제까지 나오는 마당인데 감당이 가능하냐, 사건 빼느라 바빠 죽겠는데 법원까지 들락거리면 그냥 죽으라는 것"이라고 썼다. "차라리 예전처럼 전(全)건 송치하던 시절이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동안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수사 종결 책임이 모두 경찰로 넘어와 현장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현장 수사관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강북권 일선서 수사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솔직히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보완수사를 감안하고 송치하는 사건도 있다"며 "수사 종결권이 전부 경찰로 넘어오면 수사관들은 아마 죽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권 일선서 수사팀 소속 경찰관도 "지금도 사건이 넘쳐나는데 수사권이 모두 경찰로 오면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할지 걱정"이라며 "최소한 인력 충원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으면 검찰은 사실상 책임은 지지 않고 경찰에 지시만 하는 구조가 될 텐데 결국 현장 경찰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남권 일선서 수사팀 소속 한 경찰관은 "(장윤기 사건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은 수사여서 할 말이 없다"며 "전반적인 수사 부실을 목격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윤기 사건에서 초 경찰은 장윤기에게 단순 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미행한 뒤 범행한 정황을 확인해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더해 사건 직후 장윤기 부친의 증거인멸 정황과 사건 담당 경찰 간부들의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도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파장이 커지자 경찰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미국 출장 중이던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장윤기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고려해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새벽 귀국했다.

경찰청은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TF'를 구성해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유사 사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홍석기 신임 국수본부장도 지난 6일 취임 직후 사건과 관련해 "유구무언"이라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경찰 견제장치, 이대로 괜찮나

장윤기 사건처럼 경찰의 초동 수사 과정에 문제가 드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고(故)김창민 영화감독 사망 사건의 경우 경찰은 상해치사 혐의로 피의자를 불구속 송치했으나,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살인 고의를 뒷받침하는 피의자 통화 내용이 확인돼 살인죄가 적용됐다.

지난 2022년 부산돌려차기 사건도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의류 감식 결과 성범죄 단서가 추가로 드러났고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합쳐서 약 67%로 '전면 폐지'(31.3%)의 두 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주도로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로 수사권을 일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검사는 보완수사요구권을 가지며 각 수사기관에는 수사인권보호관을 두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부실 수사나 수사권 남용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경찰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인호 교수는 "수사권은 국민의 신체를 구속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인 만큼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장윤기 사건과 같은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선 경찰들의 경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 수사 영역도 적지 않은 만큼 검찰의 보완 기능을 없애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도 "이같은 논쟁을 하는 이유는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어떻게 사법제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검찰 보완수사처럼 특정 수사기관의 판단이 단계를 거쳐 가면서 걸러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보완수사권을 폐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외부 견제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개정안에 담긴 수사인권보호관 등 역시 경찰 소속 기구가 아닌 독립성과 권한을 갖춘 외부 기구로 운영돼야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시민감시위원회(Civilian Review Board)처럼 경찰과 독립된 외부위원회가 경찰 비위와 수사 민원을 심사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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