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산과 호주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 유럽연합(EU) 5개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추가로 허용되더라도 한육우 생산액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U산 쇠고기는 한우 고급육보다는 미국산·호주산 등 기존 수입육의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표한 'EU산 쇠고기 수입허용 영향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호주와 뉴질랜드, 멕시코, 미국, 캐나다, 칠레, 우루과이 등 7개국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EU 회원국 가운데서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프랑스, 아일랜드 등 4개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돼 있다.
EU 회원국 가운데 독일과 폴란드, 스페인, 벨기에, 스웨덴은 추가 수입허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독일과 폴란드, 스페인은 5단계인 수입허용 여부 결정 단계에 있고, 벨기에와 스웨덴은 4단계인 수입위험평가 보고서 작성 단계에 있다.
다만 이들 국가가 수입허용 절차에서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더라도 당장 국내 수입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5단계 이후에도 수입위생조건 협의와 제정·고시, 수출작업장 승인, 검역증명서 서식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산 쇠고기는 ①수입허용 가능성 검토 ②가축위생설문서 송부 ③답변서 검토 ④현지조사 ⑤수입허용 여부 결정 ⑥수입위생조건 협의 ⑦수입위생조건 제정·고시 ⑧수출작업장 승인 및 검역증명서 서식 협의 등 8단계의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국내 수입이 가능하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쇠고기는 46만 8천 톤으로, 국내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이는 국내 쇠고기 생산량 31만 3천 톤보다 약 15만 5천 톤 많은 규모다.
KREI 보고서. AI 생성 이미지국가별 수입 비중은 미국산이 46.8%, 호주산이 46.6%로 두 나라가 전체의 93.4%를 차지했다. 뉴질랜드산은 3.4%, 캐나다산은 2.5%였고, EU산을 포함한 기타 국가산은 0.7%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 같은 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EU 5개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되더라도 초기에는 전체 수입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되기보다 기존 수입육 시장의 원산지 선택지가 확대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EU산 쇠고기는 한우 고급육을 직접 대체하기보다는 미국산과 호주산 등 기존 수입 쇠고기의 일부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EU의 쇠고기 교역이 역내 시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동아시아 수출 비중도 낮아, 한국 시장 진입은 기존 수출의 단순한 확대가 아닌 신규 시장 개척의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KREI가 농업부문 전망모형인 KREI-KASMO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EU 5개국산 쇠고기 수입허용이 국내 한육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만 그 규모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EU산 쇠고기의 수입허용 시점을 2026년으로 가정하고 2035년까지 10년간의 영향을 분석했다. 위생·검역 조치로 EU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베이스라인으로 설정한 뒤, 해당 조치가 해제돼 수입이 허용되는 시나리오와 연도별 전망치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2026~2035년 한육우 생산액은 베이스라인보다 연평균 0.06~0.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도매가격은 연평균 0.03~0.08% 하락하고, 한육우 사육 마릿수와 쇠고기 생산량은 각각 0.02~0.05%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전체 쇠고기 수입량은 연평균 0.04~0.0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EU산 수입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미국산과 호주산을 비롯한 기존 수입 쇠고기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다.
EU산 쇠고기 수입허용에 따른 국내 농업생산액 감소액은 10년간 연평균 38억~88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한육우 생산액 감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돼지와 육계 등 소비 대체 품목에서도 간접적인 생산액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EU산 쇠고기 수입 확대는 국내 시장에 공급 증가 압력을 가해 한우 가격과 생산액을 낮출 수 있지만, 전반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일정한 생산·수출 기반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폴란드와 스페인이 실제 수출에 나설 경우 미국산과 호주산 등 기존 수입육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수입육 시장 내부의 원산지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은 분석 대상 5개국 가운데 소 사육 규모가 가장 크지만 낙농 기반의 비중과 EU 역내 교역 의존도가 높았다. 폴란드는 생산량과 수출 지향성이 크고 가격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스페인은 육용우 기반이 뚜렷하고 생산량이 안정적인 반면, 벨기에와 스웨덴은 생산 규모가 작아 대량 공급원으로서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EU 회원국별 수입허용 절차와 검역 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 △수입육 시장의 원산지·부위·용도별 모니터링 강화 △한우 산업의 시장 차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U를 단일한 공급원으로 보기보다 국가별 생산 기반과 수출 여력, 가격 수준, 물류 조건, 품질 이미지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KREI 송우진 연구위원은 "한우 산업은 이미 사육 마릿수 감소와 생산비 상승, 가격 변동성 확대, 소비 둔화 우려 등 구조적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며 "신규 수입선이 추가되면 가격 하락 압력이 크지 않더라도 시장 심리와 유통업체의 원산지 선택, 외식·가공업체의 원료육 조달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 둔화나 한우 가격 상승기에 가격에 민감한 수요가 확대되면 EU산 저가·중가 원료육이 기존 수입육과 함께 한우 수요를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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