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석열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발(發) 리스크가 국민의힘을 또다시 덮쳤다. 윤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대로 확정될 경우 2022년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여 원을 토해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당 안팎에선 당사 매각까지 거론된다. 계산이 분주해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마찬가지 상황 아니냐며 화살을 돌렸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을 경우 민주당 역시 대선에서 보전받은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尹 당선무효형 확정되면 397억 반환…술렁인 국힘
연합뉴스
27일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1심 당선무효형 선고 소식에 술렁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법원은 역시나 유죄를 선고했다"며 허탈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다. 다만 이후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정당이 이를 전액 반환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대선에서 보전받은 397억 5600만 원을 그대로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397억여 원 반환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보유한 현금·예금만으로 반환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민의힘 자산은 약 1315억 원으로, 현금성 자산 116억 원, 부동산 916억 원, 기타 재산 273억 원 등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반환금 마련을 위해 당사 등 부동산 매각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판결에 대비해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하지 않겠나. 최종 결정에 따라 자산 매각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당 내에서 이 같은 판결을 염두에 두고 검토를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이 당사를 매각한 전례도 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인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 사건' 여파로 불법 대선 자금 823억 원을 갚기 위해 2004년 여의도 10층 규모의 당사를 매각했고, 시세 1천억 원이 넘던 천안 연수원도 국고에 헌납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보수 혁신 차원에서 여의도에 3개월 동안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후 국민의힘은 2020년 7월 여의도 남중빌딩을 480억 원에 매입해 6년째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이 빌딩 시세는 현재 6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다만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의 준비는 하고 있다"며 "당사 매각과 같은 방안은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 "징수 회피 말라" vs 국힘 "李 재판 재개…확정 시 434억 반환"
민주당은 즉각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추악한 거짓말에 철퇴를 내린 판결"이라며 "꼼수로 선거비용 보전액 징수를 회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은 민주당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맞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신속히 재개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둘러싼 발언 등으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민주당 대표이던 2024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즉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2022년 대선 비용 434억 원 반환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다시 파기환송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취임하면서 재판은 중단됐다. 헌법 84조가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추후 재판이 재개돼 벌금 100만 원 이상(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434억 원을 그대로 반환해야 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미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며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어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국민 혈세로 보전받은 대선 선거보전금 434억 원을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사안"이라며 "반면 이 대통령 사건은 이미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위헌 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2024년 당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당선무효형을 받을 경우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위헌소송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24년 김민석 당시 최고위원이 했던 '위헌소송도 가능하다'는 발언도 맞는말인 것 같다"며 "검토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 대통령 선거법 재판이 진행되지 않으면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 판결도 하고) 우리도 당사를 내놓고, 민주당도 당사를 내놓고 다같이 새로 시작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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