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소장파 '대안과 미래' 조찬 모임. 이날 모임에선 최형두 의원(왼쪽)이 "정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연합뉴스"멱살 논란이 눈에 불을 켜고 있던 당권파에 먹잇감을 준 셈이다."(대안과 미래 소속 국민의힘 A 의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주장해온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가 곤경에 처했다. 당대표 중심 체제에서 '원내 중심 정당'으로의 개혁 청사진을 함께 띄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된 데 이어, 모임의 주요 스피커인 권영진 의원이 '멱살 파동'으로 징계 위기에 봉착한 것.
특히 모임 당사자가 벌인 육탄전은 '쇄신파'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대안과 미래를 플랫폼 삼아 보수 재편 로드맵을 구상하려던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는 자평도 나온다.
'원내 중심 정당' 함께 외치던 吳 사법리스크 가시화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을 주축으로 결성된
대안과 미래는 지난해 12월 3일 이들이 연명해 발표한 '계엄 사과문'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성찰과 반성, 뼈를 깎는 혁신으로 거듭나겠다"면서 당 지도부에 '절윤'을 비롯한 전면적 노선 변화를 촉구했다.
이후 지방선거 때는 활동을 자제하다가, 최근 다시 정례 모임을 재개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특히 지난 22일 조찬모임 화두였던
'원내 중심 정당'으로의 혁신안이 당 안팎에서 많이 회자됐다.
'당대표제 폐지' 시나리오까지 아우른 이날의 논의가 근래 오세훈 시장이 강조한 당 개혁 방향성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당대표 한 사람이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현 중앙당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원내 지도부가 키를 쥐어야 소모적 정쟁보다 건전한 정책 경쟁이 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면서
"'굳이 당 대표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정치 초짜(초선 국회의원) 때부터 했었다"고도 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만에 대안과 미래가 '제왕적 당대표'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공천권과 당대표 권한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띄운 것. 이는 큰 틀에서
강성 당원에 의존하는 당원 중심 정당보다 중도 확장을 통한 국민 중심 정당이 바람직하다는 양측의 공감대로 읽혔다. 모임의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대안과 미래가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오 시장과 보폭을 맞추며, 장 대표를 견제하는 '합리적 보수'를 세력화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린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 시장은 대안과 미래가 이같은 목소리를 낸 당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내년 초 형이 확정된다면 시장직 상실은 물론, 미래도 장담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안과미래 소속 B 의원은 "우리가 특정 주자를 밀진 않는다"라면서도 "당분간은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을 거 같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설상가상 권영진 '멱살 논란'…"이 기회에 재정비" 목소리도
이런 가운데, 권 의원에 대한 당내 징계 착수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권 의원은 선수로는 재선이나, 중진급 무게감으로 대안과 미래의 입장을 대변해온 인사다.
간사는 이성권 의원이지만, 권 의원 지역구가 당의 핵심 기반인 TK(대구·경북)인 데다 대구시장을 2번 지내고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거친 만큼 목소리에 힘이 더 실려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권 의원이 국회 상임위 배정 문제로 정점식 원내대표와 실랑이를 하다가, 원내대표 멱살까지 잡은 사건의 파장은 컸다. 이후 당 윤리위에 제소된 권 의원이 사과했지만, 지도부는 최고 수준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공언한 상태다.
물리력을 썼다는 점에 더해, 상임위 문제가 트리거였다는 점도 '구태 정치' 논란을 불렀다. 대안과 미래는 권 의원이 모임을 대표하진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관련 여파는 부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초 내달 초중순 계획하고 있던 공개 토론회도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C 의원은 "실제로 징계 조치를 하는 것은 '오버'라고 본다"며 원내 지도부의 상임위 배정이 불공정했다는 권 의원의 문제 제기 자체엔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권 의원이 감정을 절제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모임 소속 D 의원도 "'멱살잡이'는 백 번 생각해도 잘못된 것"이라며 "(대안과 미래가) 데미지를 입은 것은 맞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대안과 미래가 이 시기를 재정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더 이상 계엄 옹호 반대나, 장 대표 퇴진 요구만으로 모임의 성격과 목적을 정의할 순 없다는 얘기다. 철 지난 담론 또는 개혁파 사이에선 너무 당연해진 '컨센서스'를 넘어서자는 지적이다.
모임 관계자는 "지도부에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럼 너희가 생각하는 보수의 가치와 당의 방향성은 뭔데?'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D 의원도 "'오픈 플랫폼'으로 모임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의외의 인물들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2대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기준에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았던 권영진 의원이 27일 국회 내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사과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