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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당선무효가 부른 역설…국힘은 '면소법' 솔깃, 민주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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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李도 걸린 '행위'…판박이 두 선거법 사건
같은 처지, 다른 시계…李는 4년 멈춤·尹은 2027년 확정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석열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류영주 기자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 이날 법원은 윤석열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류영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여야 반응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대선 선거비용 보전액 397억 원을 어서 국고에 반환하라고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이 재개돼 유죄가 확정되면 민주당도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고 맞받았다.

서로 공세를 펴지만, 두 당의 처지는 사실상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지난해 야당이 '이재명 면소법'이라며 반대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다시 소환됐다.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빼, 재판 중이던 이 대통령이 면소(免訴·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될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마저 같은 조항으로 유죄를 받으면서, 반대하던 국민의힘엔 이 법을 반길 이유가 생겼고 밀어붙였던 민주당엔 서두를 이유가 사라지는 미묘한 상황이 됐다.

尹도 李도 걸린 '행위'…판박이 두 선거법 사건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은 사실상 비슷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두 차례 발언이 문제가 됐다.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듬해 1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선거 과정에서 당 관계자를 통해 처음 소개받았을 뿐, 배우자 김건희씨와 함께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두 발언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는 후배 변호사를 윤우진씨에게 연결했고, 전씨와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 사건도 뼈대가 같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후보 시절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한다거나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했고, 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심 유죄와 2심 무죄로 판단이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특히 백현동 발언을 두고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두 사건에서 인정된 혐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 위반이다. 이 조항은 '당선 목적으로 후보자 관련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후보자들의 행위 등에 대해 문제 삼으면서 '일반 유권자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를 핵심으로 봤다. 발언이 허위인지 따질 때 문구 하나하나를 사후에 뜯어보는 게 아니라, 발언이 나온 상황과 맥락 속에서 평범한 유권자가 받은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목받는 건 과거 발의됐던 선거법 개정안이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대상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빼는 내용이었다. 처벌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지만, 발의 시점이 이 대통령의 대법원 파기환송 바로 다음 날이어서 곧바로 야당으로부터 '이재명 면소법'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문제는 이 법이 통과되면 윤 전 대통령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범죄 후 법이 바뀌어 처벌 근거가 사라지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건은 면소될 수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의 유죄 근거 역시 '행위'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건이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397억 원을, 민주당도 이 대통령 사건이 확정되면 434억 원을 각각 반환해야 하는 처지다. 두 액수 모두 20대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이다. 양당의 이해관계가 이제는 맞아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법을 추진했던 여당은 잠시 생각해봐야 하고, 거세게 반대했던 야당이 이제는 찬성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처지, 다른 시계…李는 4년 멈춤·尹은 2027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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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야의 태도는 갈릴 수밖에 없다. 두 사건의 '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재판은 현직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중지된 상태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2030년 6월까지인 만큼, 앞으로 약 4년간은 재판이 사실상 멈춰 있게 된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의 시계는 훨씬 빠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 재판을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안에 끝내도록 정하고 있다. 이른바 '6·3·3 원칙'이다.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지난 27일이었던 만큼,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항소심은 10월 말, 대법원 확정은 이르면 2027년 1월 안팎이 된다. 여기에 특검이 기소한 사건이어서, 같은 취지의 특검법 신속재판 규정도 함께 적용된다. 실제로는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늦어도 2027년 상반기에는 확정 판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은 확정 전에 서둘러 법을 바꿔야 하지만,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게다가 의석 수도 민주당이 압도적이어서, 국민의힘으로선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수도 없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윤 전 대통령의 확정 판결까지 기다렸다가, 이후 이 대통령 퇴임 전에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민주당 한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 통과 이후 아직 당 차원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밝혔다. 두 사건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사건과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윤석열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났지만 이 대통령 사건은 2심서 무죄가 났고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역시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그런 식으로 '이재명 면소법'을 통과시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 재판부터 즉시 재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세의 방향이 통째로 뒤바뀐 대목도 눈길을 끈다. 앞서 이 대통령의 1심 유죄 직후엔 국민의힘이 칼을 빼 들었다. 조은희 의원은 후보자의 당선무효형에도 정당이 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으면 경상보조금을 대신 깎는 내용의 '먹튀 방지법'을, 주진우 의원은 1심 직후 곧바로 가압류에 들어가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선거사범들이 국민 혈세를 반납하지 않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1심 유죄 직후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몇 년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선거비용 반환을 겁박해 왔다"며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내뱉은 말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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