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대통령(오른쪽)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가자지구의 참상이 길어질수록 질문은 더 날카로워진다. 이스라엘은 왜 멈추지 않는가. 팔레스타인 문제는 왜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가.
한쪽에는 이스라엘 국가 이념의 뿌리를 묻는 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전쟁과 협상, 미국과 이란, 아랍 세계의 이해관계를 따라가는 책이 있다.
야코프 랍킨의 '이스라엘을 고발한다'(피비미디어)와 이타마르 라비노비치의 '중동 미로'(한울아카데미)는 같은 지역을 다루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가 시오니즘과 유대교의 관계를 문제 삼으며 이스라엘 국가의 이념적 토대를 비판한다면, '중동 미로'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부터 2026년 현재까지 이어진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외교사를 추적한다.
두 책은 모두 이스라엘을 단순한 '안보 국가'나 '피해자의 후손이 세운 나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흔든다. 다만 방식은 다르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는 표지 문구부터 선명하다. "시오니즘 비판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다."
이 책은 이스라엘 국가 비판과 유대인 혐오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구분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논쟁에서 가장 예민하면서도 자주 흐려지는 지점이다.
반면 '중동 미로'는 한쪽을 고발하기보다, 분쟁이 왜 풀리지 않는지 구조를 펼쳐 보인다. 저자 이타마르 라비노비치는 전 이스라엘 외교관으로, 시리아와의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오슬로 협정을 한때 찾아온 짧은 온기, 곧 '인디언 서머'에 비유한다.
평화의 가능성은 있었지만, 이스라엘 내부 정치와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한계, 하마스의 부상, 미국의 정책 변화, 이란 문제 등이 겹치며 그 가능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자지구 칸유니스를 폭격하는 이스라엘. 연합뉴스'중동 미로'의 강점은 사건을 시간순으로만 나열하지 않는 데 있다. 오슬로 협정, 캠프 데이비드 협상, 제2차 인티파다, 아랍의 봄, 아브라함 협정, 2023년 가자 전쟁, 이스라엘-이란 충돌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국제정치의 맥락 속에 배치한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라진 적이 없지만,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국가의 관계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한동안 외교 의제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저자는 바로 그 긴장이 2023년 이후 더 파괴적인 방식으로 되돌아왔다고 본다.
여기서 두 책은 만난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가 묻는 것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어떤 이념 위에 세워졌는가"이고, '중동 미로'가 묻는 것은 "그 국가가 주변 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고 협상해 왔는가"다.
하나는 뿌리의 문제를, 다른 하나는 경로의 문제를 다룬다. 뿌리를 보지 않으면 폭력의 정당화 구조를 놓치기 쉽고, 경로를 보지 않으면 현실의 복잡한 힘의 관계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만 읽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을 고발한다'는 시오니즘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몰아가는 담론에 제동을 건다.
유대교 전통과 이스라엘 국가주의를 동일시하는 순간, 이스라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곧 유대인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되기 쉽다. 책은 이 지점을 분리해야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동 미로'는 그 비판이 실제 정치 현실 속에서 어떤 장벽과 마주하는지 보여준다.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문제보다 이란 핵 위협과 안보 의제를 앞세웠고, 아브라함 협정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회한 채 일부 아랍국가와의 관계 정상화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우회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2023년 하마스의 공격과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국제적 정당성의 훼손과 내부 정치 위기를 동시에 맞닥뜨렸다.
피비미디어·한울아카데미 제공두 책의 차이는 문체와 시선에서도 뚜렷하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는 제목 그대로 문제 제기의 책이다. 독자에게 이스라엘을 둘러싼 도덕적·역사적 판단의 기준을 다시 세우라고 요구한다. '중동 미로'는 분석의 책이다. 외교 협상, 국가 안보, 지역 패권, 미국의 중동 정책,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의 관계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중동 정세가 왜 '미로'가 됐는지 설명한다.
처음 이 문제를 접하는 독자라면 두 책을 함께 읽는 편이 낫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만 읽으면 국제정치의 층위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중동 미로'만 읽으면 팔레스타인 문제의 윤리적 핵심이 외교사의 한 항목처럼 지나갈 수 있다.
두 책을 나란히 놓을 때, 비로소 질문은 입체가 된다. 이스라엘 비판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평화 협상은 왜 실패했는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우회한 중동 질서는 왜 다시 폭발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편의 구호를 더 크게 외치는 일이 아니라, 분쟁을 가능하게 한 말과 제도, 협상과 실패의 역사를 함께 읽는 일이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와 '중동 미로'는 그 출발점에 놓을 만한 두 권이다.
하나는 이스라엘을 향해 묻고, 다른 하나는 중동 전체의 미로를 펼친다. 두 질문이 겹치는 자리에서 오늘의 가자와 팔레스타인을 다시 보게 된다.
■이스라엘을 고발한다
야코프 랍킨 지음 | 김재용 옮김 | 피비미디어
■중동 미로
이타마르 라비노비치 지음 | 이용빈·김강석·손도희 옮김 |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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