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태권도협회 이자형 회장. 협회 지난 2013년 판정 문제로 선수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최근까지도 심판 졸속 선발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시태권도협회. 이번에는 무자격 후보가 규정을 무리하게 개정한 가운데 회장에 오르고, 정당하지 못한 절차 속에 전임 회장이 탄핵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제14, 15대 회장을 맡고 있는 현 이자형 회장에 대한 문제 제기다. 2023년 10월 14대 회장 보궐 선거 당시 이 회장은 후보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당선 자체도 무효하다는 의견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최근 CBS노컷뉴스에 "당시 이 회장은 협회 이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협회 선거 관리 규정에 따라 보궐 선거가 확정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사임서를 제출해야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10일 이후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애초에 이 회장이 후보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협회 보궐 선거는 2023년 8월 8일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강석한 당시 회장의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사유가 확정됐다. 이에 이 회장은 8월 17일까지 협회 이사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기한 내에 사임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태권도협회 전경. 노컷뉴스 당시 협회 실무자 A차장은 이와 관련한 자필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신분증까지 첨부했다. 이에 따르면 이 회장은 8월 17일 이후 협회 박창식 상임 부회장을 찾아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에 당시 회장 대행이던 박 부회장은 해당 업무 담당자를 불러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사임서를) 접수하라"고 지시해 기한이 지난 서류를 정상 접수된 것처럼 행작 조작이 강행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지난 5월 기자 회견에서 제출 기간 마감일에 사임서를 박 부회장에게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회견에 동석한 박 부회장은 "사임서를 받아 다음날 협회 사무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출 마감일에 받은 사임서를 굳이 기간을 넘겨 다음날 사무국에 전한 부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박 부회장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바빠서 마감일 오후에 받은 사임서를 다음날 사무국에 줬다"면서 "제출 기간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마감 시한 당일 이 회장의 사임서를 받아 곧바로 사무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회견 때와 말이 다르다고 하자 "내가 회장 대행이니까 사무국에서 사임서를 받았지 그럼 직원한테 주느냐"면서 "다음날 주든 사무실에 받아놓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실상 행정 책임자임을 강조했지만 실무자에게 언제 사임서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태권도협회 선거관리규정 수정과 관련해 어떤 지침도 내린 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서울시체육회의 민원 답변. 제보자 제공 이 회장이 2024년 12월 제15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단과 관련한 규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1월 이사회에서 이 회장은 선거인수 배정 비율 수정안에 대해 "서울시체육회의 지적 사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체육회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문서나 행정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결국 이 회장이 본인의 당선에 유리하도록 상위 기관 승인 없이 선거 규정을 개정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B, C 부회장은 "만약 서울시체육회 승인이 없었다면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역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신분증을 첨부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그건 모르고 당시 선거와 관련된 업무는 모두 선거관리위위원회가 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결정을 해도 행정 업무는 사무국이 맡아서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나는 회장 대행이라 관련이 없고 선관위나 서울시체육회 실무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사임서 제출 당시는 마치 협회 행정 책임자처럼 발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CBS노컷뉴스는 사임서 제출 시기, 이사회 등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연락을 바란다는 문자도 남겼지만 답장은 없었다.
서울시태권도협회 이사회 모습. 제보자 제공 강 전 회장의 불신임도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임시 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D 대의원은 "회장 해임안이라는 중대 안건에 대해 충분한 토의와 심의 절차가 이루어져야 했으나 회의 주도 세력 및 의장은 정당한 발언권과 토론 요청을 묵살했다"면서 "수적 우세를 이용한 다수결로 뭉개버리는 파행적 회의 진행을 강행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해임 찬반이 비밀 투표가 아닌 사실상 공개 투표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D 대의원은 "정식 회장 선거와 달리 당일 현장에는 외부 시선을 차단할 독립된 기표소나 가림막 등 비밀 투표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면서 " 다닥다닥 붙어 앉은 개방형 테이블에서 강제된 기표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헌법과 정관이 보장하는 '무기명 비밀 투표'의 대원칙이 전면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좌석 배치도 의도적이었다는 의견이다. D 대의원은 "총회 좌석에 대해 주최 측이 미리 책상에 명패를 고정 배치했다"면서 "찬반 의사가 확실하지 않은 중립 성향이나 해임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의원 좌우로 특정 세력의 행동 요원 및 감시 성향 인물들이 밀착하여 앉도록 철저히 계산된 배열"이라고 전했다. 3인 1조로 밀착 배치돼 대의원이 좌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2024년 1월 서울시태권도협회 이사회에서 이자형 회장의 선거관리규정 개정과 관련한 논란의 발언에 대한 B 부회장의 사실확인서. 제보자 제공 강 전 회장이 불신임과 관련해 2023년 9월 제기한 '임시총회결의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은 일단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당시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절차적 하자에 대해 양심 선언을 담은 사실확인서를 다수 제출하면서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강 전 회장은 본안 소송도 검토 중이다. 강 전 회장은 "평생 태권도를 위해 살아왔고, 서울시협회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이 회장, 박 부회장 등의 기득권을 무너뜨렸다는 이유로 횡령 및 배임 프레임을 씌워 억지로 해임을 시켰다"면서 "또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회장에 올라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태권도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할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서울시체육회는 협회를 철저하게 조사해 만일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지난 2013년 판정 문제로 피해를 입은 고등부 선수의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회장의 임기 중이던 지난 2024년에는 심판 선발 과정이 일부 졸속으로 진행돼 물의를 빚기도 햇다. 이런 가운데 협회장 해임과 선거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또 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