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이다현이 23일 인도네시아와 평가전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에서 9월 아시안게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노컷뉴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미들 블로커 이다현(24·185cm)이 태극 마크의 굳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배구 여제'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흥국생명) 등 이른바 황금 세대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침체된 한국 여자 배구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배구국가대표팀 평가전 2026 제천' 인도네시아와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3-25 25-20 25-13 25-15) 역전승을 거뒀다. 이다현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1점을 올리며 나현수(12점), 육서영, 정윤주(이상 10점) 등과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차 감독이 "이다현이 빠른 속공을 펼쳤는데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보다 몸놀림이나 스피드, 파워, 각이 살아나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그래서 중앙이 탄탄해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지난달 14일 필리핀에서 열린 AVC컵 대회 결승에서 대만을 꺾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다현은 지난 시즌 뒤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임대 이적으로 일본 SV리그 NEC 레드로케츠 가와사키에서 뛰기로 한 것. 소속팀 흥국생명의 배려 속에 이다현은 2026-2027시즌을 일본에서 뛴 뒤 복귀할 예정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부진이 계기가 됐다. 이다현은 "VNL에서 연패했을 때 해외 진출을 결심했다"면서 "다른 나라 대표팀 선수들과 차이점을 분석했는데 가장 도드라지는 게 외국 리그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VNL에서 1승 11패 최하위에 머물러 강등됐다.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각오를 밝히는 이다현. 연합뉴스
이다현은 "국내 V리그에서는 일단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려면) 6년 있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편한 데 머물게 된다"면서 "그런데 해외 리그로 가면 멘털적으로나 배구 면에서 강하게 만든 것 같았다"고 짚었다. 이어 "AVC컵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NEC 구단에서 3일 훈련을 함께 했는데 내 스스로 이겨내야, 서바이벌해야 한다는 느꼈다"면서 "나만의 확실한 기준이 중요하고, 무너져도 티를 안 내려고 하다 보니 멘털이 강해져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고 강조했다.
황금 세대 이후 구심점이 사라진 대표팀에 중심을 잡겠다는 각오다. 이다현은 "대표팀 경력이 꽤 오래 됐는데 올해 들어올 때는 성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성장도 좋지만 대표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왔다"고 짚었다. 이어 "마냥 어리게 언니들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외 리그의 경험을 대표팀에 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다현은 "NEC를 가니 정말 개인주의고 혼자 버텨내야 하는 부분 많은데 외국 리그는 매시즌 그렇게 치른다"면서 "일본에서 7~8개월 있을 거 같은데 인간적으로, 배구적으로도 위태위태한 모습보다 확실하고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제 중심이 돼야 하는 연차라 강해져서 돌아오고 싶다"면서 "이런 경험을 대표팀에도 끼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2021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여자 배구 대표팀 황금 세대 김연경(왼쪽부터), 양효진, 김수지. 박종민 기자
김연경 역시 해외 진출 이후 기량이 부쩍 늘어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시절 4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팀을 올려놓고 3번의 우승을 이끈 뒤 2009년 임대로 일본 JT마블러스에서 뛰었다. 이후 튀르키예 리그까지 진출해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받았고, 2012년 런던과 2021년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이다현 역시 김연경처럼 해외 진출로 기량과 경험을 쌓아 더 성장하겠다는 의욕으로 넘친다. 이다현은 "NEC에는 일본 국가대표도 있는데 무조건 주전으로 뛰고 싶다"면서 "다른 팀들과 달리 NEC는 미들 블로커가 모두 자국 선수인데 내가 높이는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보완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 메달의 아픔을 겪었던 이다현과 한국 여자 배구. 과연 대오각성한 이다현이 오는 9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강한 책임감의 결실을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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