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아리랑' 북미 투어가 열린 미국 이스트 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객석 사진.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그룹 에이치오티(H.O.T.)를 시작으로 1996~2025년에 데뷔한 K팝 아이돌 1182개 팀을 전수 분석한 결과, 아이돌의 평균 생존 기간은 4.12년이었다.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는 '단일 앨범 30만 장 이상'을 판 그룹은 42개 팀으로 3.5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아이돌 산업이 "승자 집중 경쟁 구조"(winner-takes-most competitive structure)를 띤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제20권 제4호)에는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의 'K팝 아이돌 음악산업의 생존과 히트 구조: H.O.T. 이후 30년간(1996~2025) 데뷔한 1182개(여성 588팀, 남성 594팀) 그룹 전수 분석' 논문이 수록됐다.
이번 연구는 기획형 아이돌 음악산업 시스템의 '시초'로 평가받는 SM엔터테인먼트의 H.O.T.(1996) 이후 2025년 말까지 30년 동안 데뷔한 아이돌 그룹 1182개 팀(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등록 기준)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 후 통계 분석, 코호트 분석,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거친 '최초의 전수 분석'이었다.
분석 결과, 총 3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첫 번째 '생존율' 분석에서 K팝 아이돌 그룹은 데뷔 후 통상적인 1차 전속계약 기간 7년의 42.9% 선에 해당하는 약 3년 이내에 전체 그룹의 약 45%가 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1~3년이 생존과 투자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구간으로 확인됐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두 번째 '히트 성과' 분석에서는 준히트→히트→대히트→누적 메가셀러 단계로 갈수록 그룹 수가 급감해 극소수만이 대규모 성과를 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디지털 플랫폼 확산과 팬덤 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존속하는 '승자 집중 경쟁 구조'의 결과로 해석했다고 전했다.
연평균 39.4팀(여성 19.6팀, 남성 19.8팀)이 데뷔하는 약 40:1 경쟁률 속, 전체 아이돌 그룹 평균 생존 기간이 4.12년이었다. 김 교수는 "데뷔 후 초기 1~3년에 보여준 시장 성과가 소속사의 4년 차 이후 투자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독특한 산업 구조로 인해 상당수 그룹이 첫 전속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활동을 끝내거나 사실상 해체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앨범 판매량 1천만 장 이상을 넘긴 K팝 아이돌 그룹. 맨 윗줄 왼쪽부터 방탄소년단, 세븐틴.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스트레이 키즈, 엑소. 세 번째 줄 왼쪽부터 트와이스, NCT. 네 번째 줄 왼쪽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각 소속사 제공보이그룹의 평균 생존 기간은 5.11년, 걸그룹은 3.13년이었다. 보이그룹은 충성도 높은 소비 구조를 가진 여성 팬덤 중심이고, 걸그룹은 대중성과 행사·음원 중심의 수익 모델에 상대적으로 의존하기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고 봤다.
데뷔 후 3년 생존율은 55.03%였다. 일반 중소기업의 창업 후 3년 생존율 41.5%보다는 높고, 정부 지원 창업 기업 68.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아이돌 산업이 본질적으로 고위험 산업이지만, 기존의 부정적 인식은 다소 과도한 만큼 음악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 리스크를 보다 객관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진단했다.
평균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BEP) 수준의 '히트 시그널'로 통하는 단일 앨범 판매량 30만 장을 넘긴 팀은 3.55%로 42개 팀에 그쳤다. 팬덤 안정화를 이루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단일 앨범 판매량 100만 장은 1.61%인 19개 팀만 달성했다.
장기적인 브랜드(IP)와 글로벌 팬덤 구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앨범 총판매량 1천만 장을 돌파한 그룹은 방탄소년단(BTS) 세븐틴(SEVENTEEN)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엑소(EXO) 트와이스(TWICE) 엔시티(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ENHYPEN)으로 총 8개 팀뿐이었다. 이는 전체의 0.68% 수준이다.
논문은 K팝 아이돌 음악산업이 '강한 성과 집중 및 승자 독식 구조'를 나타낸다고 짚은 후, "산업이 성장한 후에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 글로벌 팬덤의 반복 소비 구조가 강화되며, 일부 상위 그룹 중심의 누적 판매 확대 현상이 확인됐다"라고 부연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높은 초기 실패율과 극소수 성공 사례가 공존하는 고위험·고경쟁 산업"이자 "상위 일부 그룹에만 (생존율과 히트 성과가) 몰리는 승자 집중 구조이며, 재도전과 회생 가능성이 제한적인 폐쇄적 시장"이라는 데 일치된 의견을 냈다.
경쟁과 성과 두 측면에서 모두 양극화된 K팝 아이돌 음악산업을 앞으로 더 발전시키기 위한 개선 과제로는 △아이돌의 장기 성장형 육성 체계 도입 △실패 이후 재도전 구조 마련 △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지원 △사전 검증 강화로 데뷔 난립 방지 △글로벌 확장과 국내 생존 간 균형 유도 등 5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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