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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신 유령에 웃고 오열하고…어른이 마음 훔친 '고스트밴드'[쪼중만의 공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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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쪼중만' 기자들의 저품격 리얼 공포 콘텐츠 체험기.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지만, 공포는 나눠도 배로 무서울 뿐이다. 혼자서는 절대 안 되고, 누군가와 함께해도 힘든 공포 세계에 '자의 10+타의 90'으로 뛰어든 쪼렙·중렙·만렙의 도전장.

[제7화]음악 애니 즐기러 갔다 오열하고 나왔습니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 스포일러 주의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은 오랜 시간 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법이다. 장르나 완성도, 흥행 여부를 떠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인생작'이 될 수 있다.
 
'고스트밴드'(감독 금동호)는 영혼을 보는 싱어송라이터 미타(김연우)가 어느 날 개성만점 고스트 4인방과 친구가 되어 '고스트밴드'를 결성하고 보컬을 맡아 난생처음 누군가의 앞에서 함께 노래하는 기쁨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이다.
 
'고스트밴드'의 시놉시스는 낯설지 않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세상에 놓여 하루하루 힘겨운 날들을 버텨가고 있는 우리, 단순함 속에 담긴 반짝이는 이야기들을 잊고 사는 바쁜 우리에게 '고스트밴드'는 어쩌면 가장 필요한 영화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영화가 끝난 후 "와, 우리가 지금 뭘 본…"라며 Y2를 돌아본 순간, '고스트밴드'가 Y2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오열하고 있던 Y2. '고스트밴드'가 일상에 지친, 직장 생활에 지친 어른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증거'였다.

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 스틸컷. NEW 제공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 스틸컷. NEW 제공 

귀여워! 짜릿해! 고스트 최고야!

Y3 : Y2를 울린 '고스트밴드', 정말 "귀염뽀짝 힐링 가득한 오컬트 SF 메카닉 밴드물!"이었다. 오열했던 Y2는 어떻게 봤나?
 
Y2 : 아니, 오열은 아니고, 눈물을 흘리긴 했는데. 암튼, 스토리라인은 예측가능하며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명쾌하게 즐거웠다. 17세 싱어송라이터 미타와 2등신 유령들의 밴드 결성기! 으시시할 것만 같은 '고스트' 네이밍과 달리 보이지 않는 유령들이 세상에 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때의 뿌듯함, '귀신 보는 체질'로 따돌림당하는 미타의 '친구 찾기' 서사가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Y3 : 확실히 그동안 한 [쪼중만의 공포체험] 중에서 가장 맘 편하게 보는 걸 보면서 나도 반성했다. 귀염뽀짝 지수(캐릭터들이 얼마나 귀여웠나), 둠칫둠칫 지수(영화 속 노래들로 귀호강 했는지), 힐링힐링 지수(영화 보면서 힐링했는지), 오열눈물 지수는 5점 만점에 각각 얼마였나? 나는 오열만 1점이고, 나머지는 전부 만점! 영화 보는 내내 리듬 탔다. 인정한다. 고스트들? 데포르메 된 고스트들이 귀여워서 내적비명 지르며 봤다. 힐링? 귀여움이 세상을 구하고, 나도 구했다.
 
Y2 : 전부 다 만점에 오열눈물 지수 4점. 너무 후한가? 사람이 죽으면 모두 '2등신' 유령이 된다는 설정이 귀여웠다. 처음엔 캐릭터 디자인이 낯설었는데 조연 귀신들까지 정말 성의 있게 포인트를 살렸다. 윤상 음악감독의 터치가 들어가서 그런지 밴드사운드 역시 심장을 뛰게 했다. 무엇보다 가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AI를 의심했지만, 영화 내용을 보면 그럴 수는 없겠더라. 맨날 두려움에 떨다가 간만에 마음 편하게 영화를 즐기니 '그래, 이 맛이지' 싶었다. 생눈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행복감 아니었을까. 역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다.

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 포스터. NEW 제공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 포스터. NEW 제공 
Y3 : 업무 만족 지수 최상이었던 편이라는 걸 알겠다. 영화의 핵심인 유령들은 인간형 유령의 데포르메 된 버전이다. 그런데 또 '고스트밴드'에서 인간형 캐릭터가 3D 형태라면, 데포르메 된 유령들은 마치 2D의 향기를 풍긴다. 그게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 같다. 그리고 정통성도 나름 유지했는데, 고스트 망토(?)를 뒤집어쓰면 캐스퍼 같은 정통 할리우드 유령과 같은 모습이 된다.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고스트였다.
 
Y2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미타는 평범하게 예쁜 3D 캐릭터였는데, 고스트밴드 2등신 멤버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너무 과장되게 캐릭터성을 살리기보다는, 인간계에 남아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찡하게 다가왔다. 겉모습은 하찮은 2등신이지만 미타를 부둥부둥 해주는 유령들에게 나까지 위로받은 것 같다.
 
Y3 : 그런데, 고스트 중 최애는 누구인가? 내 최애는 비트! 비트의 앞니에서 동료애를 느꼈다. 자고로 귀여움은 '대대익선'(大大益善)이랬는데, 몽글몽글 귀염뽀짝한 게 엄청 커지면서 엄청 귀여워진다. 귀여운 게 최고야!
 
Y2 : 역시 우리는 이래서 잘 통하나 보다. 나도 막내 비트! '천연캐'에 끌리는 나를 제대로 낚았다. 나도 같은 포인트에서 더 귀여움을 느꼈는데, 드럼을 쳐야 하거나 위기 상황에서는 갑자기 커지는 설정이 그저 '왕크왕귀'(왕크니까 왕귀엽다)였다. 외로운 미타와 까칠한 하이 사이 적절한 중재자가 되기도 하고, 무슨 상황이든 긍정의 힘으로 돌파하는 모습이 든든하면서도 귀여운 '천연막내캐'였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장르의 트위스트, 그 속에 메타포들

Y3 : 밴드 성장기에서 AI 로봇과의 거대 대결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은 어땠나? 나는 정말, '유주얼 서스펙트'와 '식스센스'의 반전을 봤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같은 장르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자면, 마치 '체인소 맨: 레제편'을 봤을 때 충격과 같다. 어떤 의미냐면, 나는 '체인소 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처음 접했다. '체인소 맨'이 그저 드르륵드르륵 톱질하는 액션 애니라고 생각했던 내게 '체인소 맨: 레제편'의 로맨스와 철학적 메시지, 연출과 메타포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마치 그때처럼 '고스트밴드'를 고스트가 등장하는 평범한(?) 밴드 애니로 알고 갔던 내게 장르를 넘나드는 파격 전개와 메타포는 정말 놀라웠다.
 
Y2 : 생각보다 유령 멤버들이 쓰는 공격 속성이나, 전투 액션 장면이 '고퀄리티'고, 꽤나 길게 이어져서 당황스러웠다. 미타의 노래를 부른 가수가 AI는 아니겠다는 확신도 여기서 얻었다. 갑자기 히어로물처럼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예술 영역을 위협하는 AI에 대한 경고장 같은 거였을까? 아니면 온갖 욕망이 뭉쳐 폭주하는 K팝 산업에 날리는 경고장? 뭐가 됐든 고스트밴드는 그 와중에도 하찮고 귀여웠지만 AI 로봇의 빌런력이 생각보다 강력해서 나름 긴장감을 선사했다.
 
Y3 : 맞다. K팝 산업에 대한 경고장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영화의 제목이 '고스트밴드'다. '고스트', 즉 영혼이다. AI 시대의 화두 중 하나이고, 우리는 아무리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영혼'까지 학습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영혼이 담긴 문화 콘텐츠 중 하나가 '노래'라고 믿는다. 이러한 메타포가 '고스트밴드'에 존재한다고 본다.
 
Y2 : 혹시 Y3는 영화를 보면서 연출적으로 좋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 나는 고스트밴드 유령 멤버들과의 첫 협연 장면. 윤상이 작곡한 유명 가요 '달리기'를 불렀는데 지친 직장인의 심금을 뜨겁게 울렸다. 그전까지는 고독한 고양이 같았던 미타가 유령 멤버들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공연을 마친 미타는 동트는 새벽에 악기와 한 몸인 유령 멤버들과 가게로 돌아간다. 반짝반짝 빛나는 한강 풍경과 함께, 고스트밴드의 찬란한 시작을 암시하는 것 같아 좋았다.
 
Y3 : 역시, Y2랑 나는 통하는 게 있다. 다른 장면을 꼽자면, 나는 미타가 처음으로 별다방에 가서 노래할 때, 반짝거리는 별빛들이 미타를 감싸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모두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아무리 주위에서 나를 깎아내리려고 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좋았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성우의 목소리, 경서의 노래 그리고 윤상의 음악에 푹 빠졌네

Y3 : 유명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 맡았는데, 호? 불호? 그리고 목소리 연기는 어땠나? '연기는 배우에게, 목소리 연기는 성우에게'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문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줘서 매우 좋았다. 연예인이 목소리 연기를 할 경우, 캐릭터가 아닌 연예인이 떠올라서 이입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고스트밴드'는 그런 이질감 없이 안정적으로 몰입이 잘 됐다.
 
Y2 : 맞다. 역시 성우는 성우다. 이름을 들어본 성우도 있고, 캐릭터를 아는 성우도 있는데 확실히 이 정도 인지도면 화려한 라인업이다. 어찌 보면 좀 '오글'거릴 수도 있는 장면도 성우의 연기로 살려내니 영화에 설득력이 더해졌다. 대표적으로 이미 스타인 앤호와 미타의 첫 만남에서 살짝 이성적 텐션이 감지되는데, 앤호의 '노림수'가 너무 뻔히 보이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걸 심규혁 성우가 연기로 가소롭지 않게 만들어냈다.
 
Y3 : 내가 앤호 장면에서 조용히 속삭였잖나? "폭스다, 폭스." 음악감독 윤상과 주인공 미타 역의 노래 부분 맡은 가수 경서의 조합은 어땠나? 전반적으로 영화 사운드트랙이 "괜찮아. 지금 이 순간, 이 노래의 주인공은 너야. 너는 그 자체로 충분히 반짝이는 존재야.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얼핏 보면 아이들을 위한 애니 같지만, 노래의 가사나 멜로디는 홍대 소극장에 온 느낌을 줬다. 그리고 경서의 목소리가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있어서 가사와 가창의 시너지가 생기며 정말 '울컥'하게 만들었다. 또 기본적으로 밴드 음악 특유의 두근두근한 감성이 있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발로, 손으로 '둠칫둠칫' 리듬을 맞추며 신났었다.
 
Y2 : 그냥 첫 소절부터 밴드 음악에 찰떡이었다. 왜 윤상이 '픽'했는지 알 것 같은? 알고 보니 '밤하늘의 별을'이란 히트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거기서도 본인 스타일이 확고하면서도 기본 목소리톤이 귀에 딱 각인되더라. 밴드음악은 비트에 설렐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17세 싱어송라이터의 감성 그대로 잘 영화에 녹여냈다. 두 사람이 함께할 다른 컬래버도 기대해 보고 싶다.

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 스틸컷. NEW 제공판타지 케이팝 애니메이션 '고스트밴드' 스틸컷. NEW 제공 

애니라고 무시하지 마라…어른이를 오열시킨 '고스트밴드'

Y3 : 그런데 Y2…. 영화 보고 나서 왜 울었나? 영화 끝나고 옆자리 Y2를 본 순간 너무 놀랐다. 영화가 감동적이긴 했지만, 힐링하긴 했지만, Y2가 울고 있어서 정말 놀랐다. 그걸 보면서 "아, Y2 오늘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구나" 싶었다.
 
Y2 : 내 10대 시절이 생각났다. 물론 나는 유령 보는 특이체질은 아니었지만 조금 특이한 자기 세계로 인해 종종 내 또래 친구들의 메인 감성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왕따를 당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스스로 주류 세계와 분류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나와 너무 다르지만, 미타가 가진 외로움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며 잊고 있었던 감정이 울컥 올라와서 나도 그때 저런 유령 친구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Y3 : Y2, 내가 옆에 있다. 그렇다면 Y2를 울린 국산 오리지널 극장판 애니 '고스트밴드'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사운드트랙! 그리고 고스트들! 현실에 데이식스가 있다면, 스크린에는 고스트밴드가 있다! 낮이 데이식스의 영역이라면, 밤은 고스트밴드의 영역이다! 주접 좀 떨어봤다. 그 정도로 음악과 고스트들이 좋았다는 의미다.
 
Y2 : 화려한 CG와 웅장한 스토리로 짜인 애니도 좋지만, 솔직히 이렇게 일상적이면서도 아주 단순한 플롯에 주인공의 시선과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애니도 좋다. 따뜻한 노래와 스토리, 거기에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 자막이 필요 없는 한국어 대사, 막판엔 '어벤져스'를 능가하는 '고스트밴져스'까지, 나름 일관성 있게 한길로 완성도를 높인 애니였다.
 
Y3 : 그렇다면 어른이들도 봐도 괜찮아? 추천? 비추? 난 단순한 진리를 잊고 힘들어하는 어른이들, 음악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은 어른이들, 장르의 드리프트를 경험하고 싶은 어른이들에게 '추천'!
 
Y2 : 완전 추천. 나는 이미 미타의 시절을 지났지만, 그때 그 시절 노래와 위로하듯 다가오는 미타의 목소리에 사르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
 
Y3 : 오 역시! 마지막으로 '고스트밴드' 별점(5점 만점)과 한 줄 평을 해보자. 난 '3.5점'.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힐링 있다는 것♬"
 
Y2 : '4점'. "유치한 애니? 어른이들 저격하는 K-뮤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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