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미디어 제공미국을 설명하는 말은 늘 거대하다. 자유, 평등, 민주주의, 세계 최강국. 하지만 그 말들만으로 미국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자유를 선언한 나라가 오랫동안 노예제를 유지했고, 평등을 말한 나라가 여성과 흑인에게 같은 권리를 늦게 허락했다. 이민자의 나라였지만 배제의 역사도 길었다.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는 그 모순에서 미국사를 풀어가는 이 책은 예일대학교 출판부의 역사 교양 시리즈 'A Little History' 가운데 미국사를 다룬 책으로, 2026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번역 출간됐다.
저자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은 미국이 어떻게 영국의 작은 식민지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섰는지 따라간다. 다만 이야기는 건국의 아버지들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1만4천 년 전 북아메리카 대륙에 사람이 처음 발을 디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륙의 긴 시간 위에 놓고 보면 미국 250년은 손톱만 한 시간에 가깝다는 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좌우명 'E pluribus unum', 곧 '여럿이 하나로'는 이 나라가 내세운 이상이자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숙제다.
저자는 독립혁명과 헌법 제정, 서부 확장, 미국-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산업화, 대공황과 뉴딜, 두 차례 세계대전, 냉전과 시민권 운동을 한 줄로 꿰어낸다. 사건을 외우게 하기보다 그 시대 사람들의 선택과 갈등을 따라가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책의 미국사는 위인전도, 강대국 성공담도 아니다. 남부 농장주의 부유한 식탁 옆에는 노예의 비참한 삶이 놓이고, 서부 개척의 신화 뒤에는 원주민의 땅을 빼앗은 폭력이 따라붙는다. 산업화의 속도 뒤에는 노동자의 불안이 있고, 대공황의 은행 파산 앞에는 평생 모은 돈을 잃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책은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보여준다. 전신과 철도는 대륙을 하나로 묶었고, 산업과 금융은 거대한 경제를 만들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은 미국을 국제 질서의 중심으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그 힘은 늘 내부의 균열과 함께 커졌다. 자유와 차별, 통합과 분열이 미국사의 두 얼굴이다.
개정판은 오늘의 미국까지 끌어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의 시민권 운동,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2024년 대통령 선거까지 다루며 미국사가 아직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미국 대선은 국제 질서를 흔들고, 실리콘밸리의 기술은 일상을 바꾸며, 미국 경제는 세계 시장을 움직인다. 이 책은 결국 미국이 어떤 나라였느냐 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려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되짚어 질문한다.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 지음 | 고든 앨런 그림 | 이선주 옮김 |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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