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리브르 제공탈진실의 문제는 거짓 정보에만 머물지 않는다. 프랑스 사회학자 제랄드 브로네르는 신간 '현실에 대한 공격'에서 오늘날 더 근본적인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단계를 넘어, 현실 자체의 경계를 자기 욕망에 맞게 다시 그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허위 정보와 여론 양극화 이후의 시대를 다룬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탈진실' 논쟁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책의 관심은 특정 정치인에 갇히지 않는다. 트럼프는 거대한 흐름의 한 장면일 뿐, 문제의 뿌리는 인간의 오랜 욕망과 현대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분석이다.
브로네르는 현대 사회를 "세상이 우리의 욕망에 굴복하기를 바라는 개인화한 열망의 시대"로 읽는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트랜스휴머니즘, 메타버스 같은 기술은 현실을 우회하거나 변형하려는 인간의 상상력에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다. 죽음, 나이, 신체, 종(種), 건강 상태처럼 한때 비교적 분명해 보였던 범주도 흔들린다.
책은 자신을 동물로 느끼는 사람들, 가상 세계에 정체성을 두는 사람들, 사물이나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 등 낯선 사례들을 다룬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단순한 기행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현실과 상상, 욕망과 한계 사이의 벽이 약해질 때 공동체가 무엇을 함께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는다.
브로네르가 경계하는 것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집단적 좌절과 만날 때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을 때 그 실망은 음모론, 급진적 사고, 폭력적 반응으로 번질 수 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자기 뜻대로 다시 쓰려는 태도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적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제랄드 브로네르 지음 | 강현주 옮김 | 에코리브르
통나무 제공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1979년 부마항쟁을 '부마 시민혁명'으로 다시 규정한 책을 냈다.
이 책 '도올이 본 부마 시민혁명'은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시민항쟁을 박정희 유신독재 체제를 끝낸 20세기 한국 민주화 투쟁의 전환점으로 읽는다. 저자는 이 사건을 단순한 '항쟁'이 아니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시민혁명'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출발점은 동학이다. 도올은 한국 민주주의를 서구 민주주의의 이식으로만 보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사상적으로 밀어 올린 동학의 흐름이 현대사의 민주화 투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김지하와 함께 '동경대전'을 읽고 토론했던 과정도 책에 담았다.
저자는 박정희 시대의 성과와 함께 유신독재의 실상을 짚는다. 3선 개헌과 유신체제, 반대 세력 탄압, 민주화운동의 확산을 따라가며 1970년대 말 한국 사회에 쌓인 분노와 좌절이 어떻게 부산·마산의 거리에서 폭발했는지 설명한다.
책은 부마 시민혁명의 에너지원으로 한국신학대학과 부산 지역 기독교·민권운동의 역할도 비중 있게 다룬다. 특히 부산 도시산업선교회에서 활동한 박상도와 저자의 인연을 중심으로, 당시 현장의 분위기와 민주화운동 인물들의 삶을 서술한다.
책 말미에는 1961년 5·16쿠데타부터 1988년 전두환 정권 말기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연표가 실렸다. 저자는 부마 시민혁명을 5·18 광주민주항쟁, 1987년 6월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주주의의 원점으로 놓고 다시 보자고 제안한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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