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 조성된 어업다목적센터 청사랑. 정혜린 기자 지자체와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어촌뉴딜사업 시설이 오히려 참여하는 지역 어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설 완공 후 정작 실제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이 미비해 '어촌 활성화'라는 본래 사업 취지마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촌 활력 위해 조성된 '청사랑'…난관 잇따라
평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바닷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중심가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면 깔끔한 외관의 어업다목적센터 '청사랑'이 자리해 있다. 건물 1층에 들어서 각종 해산물이 가득한 수조를 지나자, 식당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청사랑은 국비 69억 원 등 총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청사포 어촌뉴딜300' 사업의 핵심 시설로, 전체 면적 466㎡,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됐다. 지역 주민과 해녀 등 17명이 '청사랑 협동조합'을 결성해 1층에서 현지 수산물 직판장과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을 증대시키고 어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기대를 안고 지난해 8월 문을 열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게 깔려 있다.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경제적·행정적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지 수산물만 쓰다 '세금 폭탄'…어촌 활성화 취지 무색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에 조성된 어업다목적센터 청사랑. 정혜린 기자사업 초기 해운대구와 조합은 '어촌 활성화와 현지 수산물 소비'라는 취지를 살려 식당 식재료를 현지 어민들에게서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으로 돌아왔다.
청사포 바닷가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 대다수는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별도의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에게 현금으로 수산물을 구매할 경우 매입 증빙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없어, 식당 입장에서는 사용한 돈 없이 벌어들인 소득만 잡히는 셈이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식당은 결국 지난달부터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는 어민 1명에게서만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청사랑 협동조합 관계자는 "처음에는 우리 청사포 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 해산물과 질 좋은 미역을 알리기 위해 현지 수산물 구매에 동의했다"며 "하지만 어민들에게 현금으로 생선을 사 오다 보니 영수증 처리가 안 돼 부가가치세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첫 분기 부가세만 1천만 원 넘게 나와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조합에 현지 수산물 구매를 강조했던 지자체는 제도적 문제점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인지한 뒤에도 별도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조합 자체적으로 세무·회계 처리나 홍보 등 전문적인 운영 역량 부족도 사업 안착의 걸림돌로 꼽힌다. 식당을 운영하는 조합원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층인 데다 식당 등 자영업 경험이 전혀 없다. 그러나 사업 초기 실제 가게 운영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전문 경영 교육 등 행정 지원이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점사용료 부담 호소…"어촌뉴딜 취지 살리도록 적극 지원해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어촌 모습. 정혜린 기자매년 구청에 내야 하는 점사용료도 어민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현재 조합원들은 1인당 연간 120만 원, 조합 전체로 매년 1,800만 원의 점사용료를 해운대구청에 납부하고 있다. 건강 악화 등으로 고령 어민이 탈퇴할 경우 남은 인원이 전체 금액을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 신규 조합원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탈퇴자가 늘수록 남아있는 조합원들의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조합 관계자는 "다들 나이가 많아 아픈 곳도 많고 너무 힘드니까 그만두겠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갈수록 탈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텐데 점사용료 부담도 더 커지고 결국엔 폐업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지만 미역 채취를 할 때보다 몸은 더 힘들고 생계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어촌 활성화라는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공모 사업으로 시설을 조성하는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후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부산시의원(해운대구2, 더불어민주당)은 "지자체에서 도심 어촌 활성화와 주민 소득 증대라는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에 주민들이 동참한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며 "시설을 조성했다고 끝낼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어촌뉴딜사업의 본래 취지에 맞게 주민들과 사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대구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
평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 거리. 정혜린 기자한편 해운대구 측은 현지 수산물 거래 시 부가세 문제는 사전에 검토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협동조합 단체로 점사용 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조합 전체에 금액이 부과되어 인원이 줄면 남은 분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해당 부지를 어촌관광구역으로 설정해 점사용료를 최대한 감면했고 납부 기한도 유예하는 등 편의를 봐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 요구에 따라 내부 냉난방기 추가 설치나 메뉴판 개선, 홍보 현수막 설치 등을 지원했고, 현재 조리 기술 교육과 전문 경영 종합 컨설팅도 지원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부가세 문제 등은 준공 당시 미처 검토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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