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정부가 가족을 장기간 돌보다 자살 위기에 처하거나 숨진 사례를 별도로 파악하기 위한 국가 통계를 처음 구축한다. 지금까지 자살 관련 통계에서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던 '돌봄·간병 부담'을 자살 원인으로 새롭게 분류하고, 돌봄 대상자 중심이던 지원 정책도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까지 확대한다.
12일 보건복지부의 '돌봄·간병 부담 자살예방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자살 원인에 '돌봄·간병 부담'을 새롭게 분류한다. 자살 사망자의 가족 돌봄·간병 여부를 파악하고 소득·재산·질병 등 관련 정보와 연계해 위험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돌봄 부담이 자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는 중증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다 가족 구성원이 자살한 사례에 관한 언론보도 60건도 별도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7년 6개월간 홀로 돌봄을 떠맡은 가족이 본인마저 중증 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겪고, 더 이상 돌봄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자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돌봄·간병 부담을 별도의 자살 원인으로 분류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관련 실태를 보여주는 국가 통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자료에 따르면 돌봄 부담에 따른 자살은 고령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 경우가 51.7%로 절반을 넘었다. 중증 장애 자녀를 돌보던 부모가 25%, 부모를 돌보던 자녀가 13%를 차지했다.
다만 이 수치는 정부가 별도로 조사한 최신 통계가 아니다. 복지부가 대책 수립 과정에서 2018년 출간된 책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에 담긴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2006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수집된 사례를 토대로 한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신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공적 돌봄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지만 정작 가족 내에서 돌봄을 맡는 사람에게 지원이 충분히 닿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2024년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2025년 가족돌봄청년 지원체계 구축에 이어 올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 시행됐지만, 정책의 초점은 주로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1년 대구 간병 청년 사건을 계기로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이 새로운 정책 대상으로 편입됐지만, 홀로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자살 통계 구축과 함께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해 노인·장애인 등 돌봄 특성별 자살 고위험군 가족을 올 하반기부터 집중 발굴할 계획이다. 장기요양 신청 단계에서 돌봄 부담이 큰 수급자 가족을 확인하고, 장애 등록 때도 가족의 돌봄 환경을 살피는 등 자살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가족 돌봄자가 잠시라도 돌봄에서 벗어나 쉴 수 있도록 지원도 강화한다. 중증 재가·치매 수급자를 대상으로 연간 12일의 단기보호 또는 하루 12시간씩 연간 24회 이용할 수 있는 종일 방문요양을 활성화한다. 단기보호가 가능한 주·야간보호기관도 현재 417곳에서 2030년까지 8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신질환자 가족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상담 등 지원체계를 확대하는 것도 올 하반기 추진 과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돌봄 위기를 비롯해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위기 요인을 복합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위기가구 통합 발굴 플랫폼'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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