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내 나라는 찾았지만 가족은'…모교로 돌아온 5개의 훈장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편집자 주

충남에는 많은 독립유공자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들을 키워내고, 뜻을 함께하며, 항일정신의 든든한 울타리가 된 '학교'가 있다. 충남에서는 독립유공자가 다녔던 학교를 발굴해 '독립유공자학교'로 지정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27개 학교가 '독립유공자학교'라는 자랑스러운 현판을 달았으며 독립유공자들이 다시 기억되고 학생들의 자긍심이 자라나는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다. 대전CBS는 광복절을 맞아 충남의 독립유공자학교를 4차례에 걸쳐 조명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일상 속 보훈'의 참된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아울러 27곳의 학교와 출신 독립유공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해 마지막 편에 싣는다.

[나는 독립유공자학교를 다닌다②]

충남 예산 대흥초등학교로 돌아온 고(故) 정옥섭 지사의 표창증서와 훈장. 김정남 기자충남 예산 대흥초등학교로 돌아온 고(故) 정옥섭 지사의 표창증서와 훈장. 김정남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초등학생'들도 거리로…105년 후 '독립유공자학교'로 기록되다
② '내 나라는 찾았지만 가족은'…모교로 돌아온 5개의 훈장
(계속)

후손도 묘소도 없이 남겨진 이름…학교는 선배들의 '후손 찾기'

충남 예산 대흥초등학교에 지난 6월, 다섯 분의 '훈장'이 학교로 돌아왔다.
 
김동욱·김용태·김이기·이희주·정옥섭 지사. 지금으로부터 107년 전인 1919년, 당시 대흥공립보통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었다.
 
1919년 3월 13일, 지금은 예당호 물속으로 모습을 감춘 대흥시장에서 독립만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일제가 만세운동을 주도한 6명의 학생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송치하며 이들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조국은 광복을 맞았고 2021년 6명의 학생에게는 대통령표창과 함께 빛나는 훈장이 수여됐다.
 
하지만 훈장을 전해 받을 사람이 없었다. 박동복 지사를 제외한 다섯 분의 독립유공자는 후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다섯 분 모두 묘소의 위치조차 알 수 없으며, 김용태·이희주·정옥섭 지사 등 세 분은 돌아가신 해도 '미상'으로 남겨져있다.
 
다섯 개의 훈장이 100여 년 전의 배움터였던 대흥초등학교로 돌아온 데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모교로 돌아온 고(故) 김동욱·김용태·김이기·이희주·정옥섭 지사의 표창증서와 훈장이 전시돼있다. 김정남 기자모교로 돌아온 고(故) 김동욱·김용태·김이기·이희주·정옥섭 지사의 표창증서와 훈장이 전시돼있다. 김정남 기자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 미전수 포상 전시 지원 사업'을 통해, 훈·포장이 전수되지 못한 독립영웅들의 희생을 가슴에 새기고 후손들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포상 원본을 지자체와 지역박물관 등에 대여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포상이 전시가 된 것은 대흥초등학교가 첫 사례다.
 
'전해지지 못한 포상'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선배들의 훈장을 맞이한 모교는 발 벗고 후손 찾기에 나섰다. 국가보훈부와 충남교육청이 받은 제보 가운데 의미 있는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돌아온 독립유공자 선배들은 재학생들에게도 더없는 긍지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5학년 이효정 학생은 "완전 자랑스러운 학교"라며 "저라면 못 했을 것 같은데, 당연하듯 (만세운동을) 해주신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박채경 학생 또한 "정말 자랑스럽다"면서도, "위대한 일을 하셨는데도 후손을 찾지 못해 (훈장이) 전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전시된 훈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흥초등학교의 윤민기 교장과 재학생들이 독립유공자 선배들의 표창증서와 훈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남 기자대흥초등학교의 윤민기 교장과 재학생들이 독립유공자 선배들의 표창증서와 훈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남 기자'독립유공자학교'로 지정된 예산 대흥초등학교. 김정남 기자'독립유공자학교'로 지정된 예산 대흥초등학교. 김정남 기자

빛나는 역사 지녔지만…사라질 위기에 놓인 '독립유공자학교'

예산 대흥초등학교는 2024년 '독립유공자학교'로 지정됐다. 자랑할 선배들이 있는, 115년의 역사가 있는 학교다.
 
하지만 이같이 자랑스러운 역사 뒤편으로 학교는 뼈아픈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현재 대흥초의 전교생은 1학년부터 5학년까지 12명에 불과하다. '교직원 수가 학생 수보다 많은 상태'가 되면서 분교장으로 개편될 수도 있는 기로에 놓였다.
 
학교 측은 교육 환경이 축소되면 학생 유입이 더 어려워지고 결국 폐교 수순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선배들의 훈장이 돌아온 이번 전시와 함께 대흥초등학교가 지닌 교육적 가치와 의의도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과 사회적 관심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7년 전,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분연히 일어섰지만 묘소도, 후손도 알리지 못한 채 잊힐 위기에 처했던 독립유공자 선배들. 그리고 115년이라는 숭고한 역사를 품고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센 파도 앞에 사라질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대흥초등학교의 오늘.
 
두 안타까운 현실은 묘하게 맞닿아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해 긴 시간을 떠돌던 훈장을 전교생 12명의 어린 후배들이 따뜻하게 품어 안았듯, 이제는 우리 사회가 소멸 위기에 놓인 '독립유공자학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는 고민을 남기고 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