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전북에서 한 해 8천억 원이 넘는 진료비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지역에서 믿고 치료받을 병원이 없다'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전문진료 역량이 부족해 환자들이 수도권과 광역시로 향하고 있고, 농촌지역에서는 환자 4명 중 3명 이상을 지역 밖으로 떠나보내고 있다.
전주시정연구원이 발간한 'JJRI 이슈브리프 제28호'에 따르면 전북의 의료 역외유출률은 16.1%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연간 역외 유출 진료비가 8337억 원에 달해 다른 지역에서 전북으로 유입되는 진료비를 감안해도 5023억 원의 의료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주시를 제외한 일부 농촌지역의 실제 의료자급률은 22~24% 수준까지 떨어졌다. 장수군의 의료 역외유출률은 80.7%, 임실군 80.4%, 완주군 79.8%로 나타나 환자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주시도 중증·희귀질환 진료 역량이 광주 등 인근 광역시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관내 이용률 역시 45.1%에 그쳤다.
특히 전주시민의 외부 진료 가운데 서울 유출 비중이 42.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안에서 중증·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수도권과 광역시로 환자가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대병원 전경. 전북대병원 제공
연구원은 의료 유출의 핵심 원인으로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 부족과 지방 국립대병원의 역량 부족을 꼽았다.
단순히 병원과의 물리적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과 중증·전문진료 역량이 부족한 것이 의료 유출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주를 중심으로 대형병원과 지역 병원, 농어촌 보건기관을 연결하는 '거점 중심 통합 의료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전주가 의료 '허브' 역할을 맡고 농어촌 의료기관이 '스포크'가 돼 진료와 협진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농촌지역 주민들이 가벼운 질환부터 만성질환 관리, 중증질환 진료까지 지역 의료체계 안에서 연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연구원은 이를 위한 전략으로 △전북대병원 등 거점 국립대병원 역량 강화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 △지역완결형 의료거점의 재정 기반 확보 △중증·전문진료 역량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또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필수진료과 우선순위 건의, 복지부 국립대학병원 종합 육성방안 발표에 따른 예타 면제 대상 사업 수요조사 착수, 지역 우대수가와 연계한 전주시 자체 병원동행 바우처 패키지 설계를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한 '전북형 지역의료구상' 마련 및 '전주형 의료기관 신뢰지수' 공개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박미자 전주시정연구원장은 "전북의 의료수지 적자는 지역 경제 유출일 뿐만 아니라 도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전주시의 의료거점 강화는 단순한 일개 지자체의 성장을 넘어 전북 취약 지역민들을 책임지는 '광역 보건의료 배후 기지'로서의 공공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며, 향후 전북도와 전주시가 협력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견고한 의료 통합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JJRI 이슈브리핑 제28호'의 자세한 내용은 전주시정연구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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