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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해 평생 일한 남편의 억울한 죽음…영정사진 안은 아내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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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조선소 작업 중 쓰러져 숨진 노동자 유족 '울분'
사측 "개인 질환" 몰아가고 노동부는 "조사 의무 없다"

14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숨진 노동자 A씨의 아내가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흐느끼고 있다. 한아름 기자14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숨진 노동자 A씨의 아내가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흐느끼고 있다. 한아름 기자
"가장으로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일했던 사람입니다. 회사는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더니, 정작 뜨거운 크레인 위에서 숨져갈 때는 왜 아무도 지켜주지 않았습니까."
 
14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 검은 옷을 입고 선 아내는 남편 A씨의 영정사진을 품에 꼭 안고 있었다.
 
한참을 소리 없이 울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입장문을 읽는 아내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 숨진 남편의 억울함을 꼭 풀어주고 싶다"며 마이크를 잡은 아내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가족을 위해 궂은일 마다하지 않던 가장의 허망한 죽음

지난달 24일 오전 8시 50분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삼호읍의 한 조선소 작업장에서 50대 남성 A씨가 10m 높이 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다 쓰러져 숨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소방본부 제공지난달 24일 오전 8시 50분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삼호읍의 한 조선소 작업장에서 50대 남성 A씨가 10m 높이 크레인 위에서 작업하다 쓰러져 숨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4일 오전 8시 50분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대한조선 공장에서 10m 높이 크레인 위에 올라 작업 중이던 50대 노동자 A씨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숨졌다.
 
A씨를 떠나보낸 그날 이후로 가족의 시간은 완전히 멈춰 섰다.
 
숨진 A씨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평생을 노력해 온 사람이었다. 24년간 재직한 이전 직장에서는 노동조합에 가입해 삭발 투쟁까지 벌이며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싸웠다.
 
아내는 "남편은 늘 동료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꿈꿨다"며 "노조 활동에 핍박받는 남편을 보고 노조 탈퇴를 권유했을 때도 '아들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할 만큼 올곧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평생을 바친 직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을 때도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두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거친 조선소 현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낯설고 거친 환경이었지만,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끝까지 버텼다.
 
아내는 "회사가 시도 때도 없이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남편을 호출했다"면서 "심지어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날에도 불려 나가기 일쑤였다"고 했다. 아내는 직접 운전해 술 취한 남편을 회사까지 데려다준 적도 수없이 많았다고 말했다.
 

"추락·끼임 아니면 조사 의무 없다?"…유족 두 번 울린 노동부

14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숨진 노동자 A씨의 아내가 발언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14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숨진 노동자 A씨의 아내가 발언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사고 당일인 지난달 24일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다.
 
A씨는 환기가 제대로 되는지조차 의심되는 협소한 철제 구조물 크레인 위에서 뜨거운 복사열을 고스란히 받으며 쓰러졌다.
 
하지만 대형 사업장에서 119 구급대를 안내할 인솔자조차 없어 구급대는 공장 여러 곳을 돌아야 했고, A씨가 겨우 구조됐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후였다.
 
평소 당뇨나 심장병 같은 지병 하나 없이 건강했던 남편이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폭염 속 열악한 작업 환경이라는 구조적 책임은 외면한 채 사망 원인을 '개인 질환'이나 '원인 불명'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다.
 
아내는 "사측은 원인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자료 요청마저 무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노동부의 무책임한 대응까지 더해져 유족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고 절규했다.
 
유족은 관할 고용노동청을 찾아가 철저한 초동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추락이나 끼임 사고 같은 명백한 중대재해가 아니면 사인이 불분명해 조사할 의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대학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아버지의 비보를 접해야 했던 첫째 아들, 해병대 훈련병 신분으로 까까머리를 한 채 아빠의 빈소를 지켜야 했던 둘째 아들. 그리고 평생 일터에 몸 바친 남편의 영정 사진을 꼭 껴안은 아내는 여전히 뜨거운 거리 위에서 목 놓아 외치고 있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 복무를 하고, 세금 한 푼 밀리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일하다 죽어간 우리 남편의 억울함 앞에서는 국가가 아무런 의무도 다하지 않습니까? 제발 최소한의 조사라도 진행해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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