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왼쪽)과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오른쪽). 부산시의회 제공전재수 부산시장이 취임 후 처음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강무길 의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절대다수의 부산시의회에서 험난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시의회는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동백전 캐시백 확대 등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에는 3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재원 배분이 적절한지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인 '민생회복 100일 비상조치'가 여소야대 시의회와 맞닥뜨리는 첫 예산 심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동백전 15% 캐시백에 1290억 추가…기재위 첫 관문
부산시는 14일 6374억 원 규모의 '2026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추경안이 확정되면 부산시 올해 예산은 기존 18조7635억 원에서 19조4009억 원으로 3.4% 늘어난다. 부산시는 지난해 결산에 따른 잉여금 등 추가 재원을 반영해 민생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 미래성장 동력 등에 재원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시의회가 가장 먼저 들여다볼 부분은 전 시장의 '민생회복 100일 비상조치' 관련 예산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이번 추경에서 '민생경제 회복으로 다시 뛰는 부산'에 2747억 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 경영위기 지원에 961억 원, 시민부담 경감과 상권 활성화에 1611억 원, 민생 안전망 구축에 175억 원을 각각 투입한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민선 9기 첫 추경예산안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이날 시의회에 추경안을 제출했다. 송호재 기자
특히 동백전 캐시백을 100일 동안 기존 10%에서 15%로 높이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인센티브 보상금 1290억 원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기존 1천억 원에서 229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부산시는 소비를 촉진해 침체한 골목상권에 돈이 돌게 한다는 구상이지만, 시의회에서는 단기간의 캐시백 확대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와 실제 경기부양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생경제 관련 예산의 첫 관문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경위원회다.
기재위에는 국민의힘 김태효 위원장과 민주당 김태희 부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한갑용 원내대표, 국민의힘 배관구·강영두·김보언·김은명·류도희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기재위에서부터 전 시장의 핵심 민생 공약을 놓고 강도 높은 예비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효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장. 부산시의회 제공
김태효 기재위원장은 "민생 100일 비상조치 공약 자체를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겠다"며 "동백전 캐시백 5%포인트 인상은 사실상 일회성 현금 배포와 같은 공약인데, 이것이 시장경제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캐시백 늘리면서 오페라하우스는 빚?"…예결위도 벼른다
상임위 예비심사 문턱을 넘더라도 또 한 번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추경안의 종합심사와 계수조정을 맡는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예결특위는 국민의힘 최홍찬 위원장과 이용운 부위원장, 민주당 최은영 부위원장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명은 국민의힘이다. 전체 시의회뿐 아니라 실제 예산의 증·감액을 결정하는 예결특위에서도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쥔 구조다.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재원 배분을 둘러싼 견제 움직임도 나타났다. 지난 12일 부산시와 예결특위 위원들이 가진 추경 관련 간담회에서는 민생 대책과 오페라하우스 지방채 발행을 둘러싼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운 예결특위 부위원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백전 캐시백 확대에 1200억 원이 넘는 추가 예산을 투입하면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에는 3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내는 것이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을 지원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산시가 빚을 내면서까지 캐시백을 확대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인지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오페라하우스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시는 이번 추경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비를 기존 863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437억 원 늘렸다. 이 가운데 300억 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지방채 발행은 재정 여력을 고려한 정상적인 재원 조달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재정담당관은 14일 추경 브리핑에서 "전체적인 채무 규모와 재정 여력 등을 판단했고 행정안전부와 협의도 완료한 상황"이라며 "지방채는 법적으로 보장된 지방재정 확보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페라하우스는 기본적으로 투자사업이고 지방채를 발행하기에 적절한 사업이 대상이 돼야 한다"며 "인프라는 지방채를 투입해도 문제가 없는 사업이다. 여러 사업을 감안했을 때 인프라에는 지방채를 적절하게 배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방채 관리 역시 중장기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힘 37 대 민주 11…상임위·예결위 '겹겹 관문'
이번 추경은 정치적으로도 민선 9기 부산시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부산시의회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 민주당이 11석이다. 민주당 소속 전재수 시장 입장에서는 취임 이후 처음 직접 편성한 예산안을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특히 민생경제 예산을 1차로 심사하는 기획재경위원회에 이어 최종 계수조정을 담당하는 예결특위 역시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심사 단계마다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생 지원이라는 큰 방향에는 여야가 일정 부분 공감하더라도 지원 규모와 방식, 한정된 재정의 우선순위를 놓고서는 입장차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의회 본회의.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제339회 임시회를 열어 추경안을 심사한다. 28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29일부터 각 상임위원회가 소관 예산에 대한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이어 다음 달 8일부터 10일까지 예결특위 종합심사와 계수조정을 거쳐 1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최종 확정한다.
이에 따라 동백전 캐시백을 비롯한 민생경제 예산은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기재위의 예비심사와 예결특위의 종합심사·계수조정이라는 두 차례 핵심 관문을 넘어야 한다. 시의회가 실제 어느 정도까지 예산에 손을 댈지가 전재수표 민생 정책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전재수 "시의회와 생각 다를 것 없어…진심 다해 설명"
전 시장은 별도의 정치적 협상 전략보다는 민생 추경의 필요성을 앞세워 시의회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시장은 14일 추경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주축인 시의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별도의 전략은 없다. 진심을 다해서 설명하고 또 시의회의 의견을 잘 청취해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준비한 추경안은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적기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살림살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뭔가 다시 일어서서 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담은 내용이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이번 추경 예산안에 대한 생각이 저희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심성의껏 설명하고 양해도 구하고 지원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고 최대한 머리를 맞대 나가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추경 심사의 쟁점은 민생을 지원할지 여부보다는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취임 초부터 민생 회복을 앞세워 재정 투입에 속도를 내는 전 시장과 지방채까지 발행하는 상황에서 일회성 지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증하겠다는 국민의힘 시의회가 오는 28일부터 민선 9기 첫 본격적인 예산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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