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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가능성·추론 아닌 실제 검증으로 밝혀야" 아들 잃은 父 간절히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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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난 13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 열려
재판부, 피고 측에 전자제어장치(ECU) 사양서 목차 제시 명령
사고 차량 주행 상황 감정 진행…감정인 지정, 장소·방법 등 협의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결국 저희가 항소심에서 계속 요구해 온 것은 단순합니다. 가능성에 대한 추론이 아니라 실제 검증을 통해 확인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2부(심영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도현이 가족 측이 KGM을 상대로 제기한 9억2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KG모빌리티(KGM)에 전자제어장ECU 사양서의 목차에 대한 제시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원고 측에서는 사고 차량의 ECU가 오류를 감지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토크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는지를 확인하려면 관련 사양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제조사 측은 ECU 사양서가 방대한 데다 영업비밀이 포함될 수 있어 전체 자료를 제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들은 뒤 우선 ECU 사양서의 목차를 제출받아 검토하기로 했다. 목차를 토대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의 범위를 판단한 뒤 필요한 자료의 추가 제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CU 사양서와 관련한 심리는 오는 9월 4일로 예정된 변론 기일에서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고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13일 오후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고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13일 오후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
이와 관련해 이씨는 "오늘(13일) 재판부가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우선 ECU 사양서의 목차를 제출받고, 이를 토대로 실제 제출받아 확인할 자료의 범위를 판단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호인 측에서도 이 같은 결정에 대해 ECU 사양서의 목차라도 법원에 제출하도록 한 것은 대한민국 자동차 급발진 소송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역사적인 결정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마치고 지금까지의 재판 흐름을 정말 운전자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차량의 전자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정리했다.

그는 첫 번째 축인 '정말 운전자의 실수였는지'에 대해 1심은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사고 원인을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고, 항소심에서 그 판단의 근거가 과연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것인지 하나씩 다시 확인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국과수 감정의 추론과 실제 차량의 움직임이 일치하는지를 직접 실도로에서 재현해 영상증거로 제출했고, 재판부도 국과수 감정관 증인신문과 차량 파손부위에 대한 보완감정, 음향분석 감정인에 대한 사실조회 등을 받아들였다"며 "지난 7월 9일 국과수 감정관 증인신문에서는 중요한 사실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수의 D→N→D 변속 추론에 대해 실제 사고 차량을 이용한 실도로 주행시험이 이뤄지지 않았고, ECU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한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또한 감정인은 감정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에 대해 관례적으로 사용해 온 표현이라는 취지로 답변했고, 그 가능성을 구체적인 확률로 제시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결국 저희가 항소심에서 계속 요구해 온 것은 단순하다. 가능성에 대한 추론이 아니라 실제 검증을 통해 확인해 달라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사고 차량의 N→D 변속 시점에서 나타나는 RPM 변화량 등 실제 주행 상황에 대한 감정을 진행하기로 하고, 앞으로 감정인 지정과 감정 장소·방법 등을 협의하기로 한 것은 저희가 이미 실도로에서 재현해 영상증거로 제출했던 부분을 법원이 지정하는 감정을 통해 다시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이상훈씨. 독자 제공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이상훈씨. 독자 제공
두 번째 축인 '차량의 전자제어 시스템에 문제'에 대해서는 차량의 ECU가 어떻게 설계돼 있었는지 하나의 중요한 검증이 남아 있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ECU는 가속페달의 전기적 신호를 받아 운전자의 요구를 판단하고 엔진 토크를 전자적으로 제어하지만, 만약 신호나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는지, 서로 다른 신호를 어떻게 비교·감시하는지, 이상이 감지됐을 때 토크를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안전제어가 어떻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저희가 ECU 사양서 제출을 요구하는 이유는 'ECU에 결함이 있었다'고 미리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고 당시와 같은 현상이 전자제어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지, 그리고 그러한 오류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어떻게 설계돼 있었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검증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사 측은 ECU 사양서가 핵심 기술자료라는 이유로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열람 범위를 제한하거나 비밀보호 절차를 통해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에 대한 검증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재판부가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우선 ECU 사양서의 목차를 제출받고, 이를 토대로 실제 제출받아 확인할 자료의 범위를 판단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그는 "저희가 바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결론을 미리 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추측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실제 검증으로 밝혀 달라는 것"이라며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그동안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검증할 수 있는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씩 확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훈씨가 지난 달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이상훈씨가 지난 달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이번 사건은 지난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당시 도현군을 태운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서 급가속 현상이 나타난 뒤 사고로 이어지면서 도현군이 숨지고 운전대를 잡았던 도현군의 할머니가 다치면서 발단이 됐다.

도현이 가족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발생'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도현군의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도현이 가족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결함 입증 책임 주체를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도현이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심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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