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가 입사 첫날 산업재해로 양손 손가락 7개를 잃은 뒤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판결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측은 회사 측이 '폐업 예정'을 이유로 임의변제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해당 회사 대표는 같은 주소에서 별도의 제조업 법인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사 첫날 1시간 40분 만에 사고…양손 손가락 7개 절단
방글라데시 국적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 2024년 1월 27일 경기 화성시 소재 플라스틱 재생원료 제조업체 B사에 입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쯤 처음 출근했다. 그러나 불과 1시간 40분 뒤 플라스틱 분쇄기에서 작업하다 양손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오른손 2·3·4번째 손가락과 왼손 2·3·4·5번째 손가락 일부가 절단됐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등급 6급을 인정받았다.
A씨는 지난해 5월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와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은 지급받았지만 사고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7단독은 지난 6월 10일 B사가 A씨에게 위자료 2천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사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기계의 구체적인 조작방법 및 위험성에 대해 A씨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위자료 2천만원 판결…"폐업 예정이라 못 준다"
연합뉴스그러나 A씨는 승소 판결을 받고도 두 달 넘게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판결 이후 A씨 측 법률대리인은 B사 측에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는 임의변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B사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A씨 측을 법률 대리하고 있는 조성연 변호사(법무법인 원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B사 측 소송대리인에게 임의변제를 요청했지만, '회사가 폐업할 예정이어서 임의변제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CBS노컷뉴스가 B사의 법인등기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회사가 해산하거나 청산 절차에 들어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 측은 회사가 실제 폐업할 경우 승소 판결을 받아놓고도 배상금을 받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B사 측이 폐업 예정이라는 이유로 임의변제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판결에 따른 배상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로서는 결국 강제집행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가 법인등기를 확인한 결과 B사 대표 김모씨는 경기 화성시의 같은 주소지에 본점을 둔 또 다른 법인 C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는 대표자와 본점 주소가 같고, 플라스틱 관련 제조·판매업 등 사업 목적도 일부 겹친다. 다만 C사는 A씨의 산재 사고 이후 만들어진 법인은 아니다. 법인등기상 C사는 2004년, B사는 2016년 각각 설립됐다.
이 때문에 피해자 측에서는 B사가 '폐업 예정'을 이유로 판결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동일 대표가 같은 주소지에서 유사업종의 다른 법인을 운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B사의 배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B사 측 법률대리인에게 폐업 계획 여부와 판결금 미지급 사유, 향후 지급 계획, B사와 C사의 관계 등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입장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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