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NASA 달 기지에 한국 기술 들어갈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기술력만큼 중요한 '우주 실전경험'

착륙선·통신·로버·전력 등 협력 후보
유인 탐사는 안전·검증 문턱 한층 높아
실제 임무 이력이 좌우하는 '헤리티지'
K-라드큐브·다누리로 경험 쌓는 한국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달 남극 문베이스 구상도. 우주인과 로버, 전력·화물 시스템 등이 장기 유인 탐사를 지원하는 모습이 담겼다. NASA 제공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달 남극 문베이스 구상도. 우주인과 로버, 전력·화물 시스템 등이 장기 유인 탐사를 지원하는 모습이 담겼다. NASA 제공
한국의 로봇이 달 표면을 달리고, 한국의 통신 기술이 달 기지를 연결하는 모습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한국을 달 기지의 주요 협력국으로 주목하면서 가능성은 열렸다. 착륙선과 통신, 모빌리티, 전력 등 협력 후보도 다양하다. 다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달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우주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한 경험, 이른바 '헤리티지'가 또 하나의 관문이다.

착륙선·통신·로버…한국 강점 찾는 NASA

16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NASA 문베이스 대표단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통신·위성 시스템과 로봇공학, 모빌리티, 과학 연구 등을 한국의 강점으로 꼽았다. 구체적인 협력 후보로는 달 착륙선과 통신, 로버 등 달 표면 모빌리티, 과학 시료 채취·보관 등을 제시했고 전력 생산도 가능한 분야로 거론했다.

한국 우주항공청 역시 통신·모빌리티·에너지·반도체 등을 경쟁력 있는 분야로 보고 있다. NASA가 달 기지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과 국내 기술, 한국의 우주탐사 계획을 대조해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 분야를 가려내는 중이다.

아직 한국이 특정 분야를 맡거나 참여 기업이 정해진 단계는 아니다. 우주청과 NASA는 지난달 달 기지 구축·운영에 한국의 역량을 활용한다는 의향을 공식화한 뒤 후보 분야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우주항공청(NASA) 대표단 자격으로 지난달 29일 한국 우주항공청(KASA) 주최 국내 언론 초청 브리핑에 참석한 누주드 메랜시(Nujoud Merancy) 문베이스 부국장,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Carlos Garcia-Galan) 총괄 책임자, 에릭 마이어(Eric Maier) 국제협력 총괄(왼쪽부터). 김광일 기자미국 우주항공청(NASA) 대표단 자격으로 지난달 29일 한국 우주항공청(KASA) 주최 국내 언론 초청 브리핑에 참석한 누주드 메랜시(Nujoud Merancy) 문베이스 부국장,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Carlos Garcia-Galan) 총괄 책임자, 에릭 마이어(Eric Maier) 국제협력 총괄(왼쪽부터). 김광일 기자

유인 탐사는 '안전'부터…관건은 헤리티지

달 기지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계획됐다. 초기에는 로봇 임무가 중심이지만 장차 인간의 장기 체류를 전제로 장비를 설계해야 한다. 무인 탐사보다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검증 기준이 한층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한국도 유인 달 탐사의 기준을 실제 임무에서 경험하기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을 총괄한 큐브위성 'K-라드큐브'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Ⅱ에 탑재됐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위성 시스템 개발을 맡아 위성체 설계·제작과 검증, 발사장 이송 등을 수행했다.

지난달 CBS노컷뉴스와 만난 누주드 메랜시 NASA 문베이스 부국장은 K-라드큐브를 거론하며 "큐브샛 참여 기회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르테미스Ⅱ에서는 작동한 부분도, 작동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앞으로 운용 경험이 쌓이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랜시 부국장이 강조한 '운용 경험'은 우주산업에서 말하는 '헤리티지(heritage)'와 맞닿아 있다. 기술이나 장비를 실제 우주 임무에 투입해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한 이력을 뜻한다.

지상에서 기술 개발과 시험을 마쳤다고 곧바로 우주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사 과정의 진동과 극한 환경을 견디고 달까지 이동한 뒤 현지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유인 임무에서는 장비 고장이 우주인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검증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2025년 8월 12일 우주항공청과 참여기관 개발자들이 미국 NASA 케네디우주센터로 이송되는 큐브위성 'K-라드큐브' 비행모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2025년 8월 12일 우주항공청과 참여기관 개발자들이 미국 NASA 케네디우주센터로 이송되는 큐브위성 'K-라드큐브' 비행모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K-라드큐브에 참여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오형직 운영이사는 통화에서 "우주 산업에서는 어떻게 만들겠다는 계획보다 실제로 우주에 보내 작동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문베이스 같은 유인 탐사에서도 실제 임무를 수행해본 '헤리티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기술을 개발할 역량이 있는 것과 실제 달에서 검증된 기술을 보유하는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진정근 교수는 "실제로 달에서 사용하는 건 여기서 기술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하고 좀 다르다"며 "달까지 가는 동안에도 괜찮아야 하고 내려서도 괜찮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다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여러 실패를 하면서도 그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조금씩 달 탐사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달 궤도선 다누리는 NASA가 개발한 섀도우캠을 싣고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을 관측하는 등 한미 간 우주탐사 협력의 경험을 쌓았다.

2022년 7월 4일 다누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조립실에서 발사장 이송을 위해 컨테이너에 실리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2022년 7월 4일 다누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조립실에서 발사장 이송을 위해 컨테이너에 실리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독자 기술 키우며 NASA 협력 넓힌다

결국 NASA와의 협력과 한국의 독자적인 달 탐사는 별개의 길이 아니다.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우주 임무를 통해 검증한 뒤, 그렇게 확보한 헤리티지를 다시 국제 탐사 참여의 발판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임무 참여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반대로 국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우주청 류동영 달착륙선프로그램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가지고 협력을 하는 것이지 기술의 교환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기술을 내재화하고, 그것들을 검증하기 위해 해외 협력을 하고, 궁극적으로 가진 기술로 문베이스 구축에 협력하는 식으로 같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 탐사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한국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 임무에 참여해 실제 운용 경험을 축적하는 동시에 핵심 기술은 자체적으로 키워나가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히는 이유다.

관건은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가'를 넘어 'NASA가 필요로 하는 것 가운데 우리가 실제 우주에서 검증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주청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기술 역량을 파악해 NASA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연결할 협력 분야를 찾고 있다. 산업계·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NASA의 달 탐사 계획과 한국의 우주과학탐사 로드맵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한층 세밀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기업별 보유 기술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우주 임무 참여 이력과 운용 경험, 기술성숙도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NASA의 수요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베이스는 미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도 구축해본 적 없는 새로운 영역이다. 기존 달 탐사 경험의 격차는 분명하지만 문베이스에 필요한 기술을 달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검증하는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한국이 가진 강점 기술에 실제 우주에서의 '헤리티지'를 얼마나 빠르게 쌓느냐가 문베이스 참여의 폭을 결정할 전망이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