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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에도 결례 범하는 트럼프…'의도된 계산'일까 '아무말 대잔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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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지시
"김정은이 응답했다"는 돌출 발언
"이재명 대통령에게 '왜 한국을 도와야 하나' 물었다"
중간선거 앞두고 마가(MAGA) 유권자 겨냥한 국내정치용
앤디 김 의원 "동맹관계를 경시하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

이란 전쟁에 갇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이란은 물론, 이란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 한국과 유럽연합 등 동맹국을 향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언행이 정치적 자산을 위한 '의도된 계산'인건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감정 표현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응답했다"…구체적 언급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북미 대화 재개 제안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응답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화하자는 제안에 대해 그동안 북한 김 위원장의 반응이 왜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가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취재진이 '그럼 김 위원장이 응답했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Yeah, he has)"고 답했다.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응답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미 민주당은 적대국에 잘못된 신호를, 동맹국에는 안보 우려를 줄 수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긍정적 응답이 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미 대화 관련 답신을 받았는지, 아니면 과거 어느 시점에 받았던 북한의 메시지를 다시 끌고 온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 소환한 트럼프…美 이익 극대화에만 매몰

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왼쪽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의 반응이 있었다는 발언 외에도 한국을 콕 집어 이란 전쟁과 연계시킨 대목도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나. 이란 문제와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원한다면 손을 좀 보태달라'고 말했고, 그는 '아니오.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잠깐만요. 우리는 3만9천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이웃 김정은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될 아주 쉬운 군사 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한미군 병력 약 2만8500명 정도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규모를 확대해 언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We'd rather not get involved)고 답했다면서, 이에 자신은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함께 언급하면서 "이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 모든 나라를 돌아다니며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자신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이면에는 이란 전쟁을 돕지 않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이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자신의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언행으로도 읽힌다.

정치적 자산 위해서라면 동맹국도 이용하는 트럼프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이나 심지어 동맹국 정상과 오간 발언도 꺼리낌 없이 공개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란 전쟁 동참 요구에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오. 사양하겠다"(No, thanks)라고 말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이 왜 한국을 돕느냐', '주한미군이 한국을 지키는데 안 도와줄거냐'라는 취지 발언의 진위(眞僞)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정상간 대화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관례상 상대국에 대한 결례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를 겨냥한 국내 정치용 발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개인 정치활동위원회(PAC·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있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중간선거에서 취약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란 전쟁의 '늪'에 빠진 트럼프 행정부는 치솟는 유가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로 국정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통상 중간선거는 투표율이 다른 선거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강력한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권자들 지지가 절박한 상황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의 희생도 불가피하다'는 마가 유권자들을 겨냥한 '의도된 계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동맹을 가볍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계인 민주당 앤디 김(뉴저지) 연방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한국과의 동맹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 지시)은 이러한 관계를 경시하는 것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연합 훈련에 관한 결정은 (한미) 공동으로 이뤄져야 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들도 가세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적대국 지도자의 편을 들면서 동맹국에 맞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동맹국 한국이 이란 전쟁에서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정책 변화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발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막대한 자원과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아시아 동맹국들의 걱정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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