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황진환 기자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기행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 직원들에게 "대통령 권위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고 압력을 넣고, 윤 전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선 "경부고속도로 건설 후 가장 고독하고 큰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감사원 직원들에겐 "도둑놈", "수십 년 묵은 때"라고 부르며 인사상 불이익까지 암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언짢다" 보고받자…공문·문답조사 제동
19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유병호 전 총장(구속) 공소장에 따르면 평소 유 전 총장은 윤 전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 결정을 '경부고속도로 건설 후 가장 고독하고 큰 결단'이라고 칭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같은 발언 등을 토대로 유 전 총장이 애초 대통령 관저 이전을 문제 삼는 감사원 감사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고 봤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인식이 감사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유 전 총장이 대통령실의 청탁을 사실상 수락해 본건 감사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고 감사결과를 무마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보고 이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3년 2월 당시 감사단장 등은 유 전 총장에게 '대통령실의 비협조로 감사가 어렵다'고 보고했다. 감사단 구성원은 "자료도 제출되지 않고, (대통령실이) 현장에 감사팀이 못 가게 막고 있다. 감사가 불가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유 전 총장은 "현장 상황은 알겠다. 원칙대로 감사하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 권위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러한 발언이 감사 강도를 조절하라는 취지의 지시로 판단했다.
그리고 얼마 후 유 전 총장이 감사에 제동을 건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총장은 같은 달 중순쯤 감사원 출신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문서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대통령실이 언짢아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
이에 유 전 총장은 감사단장을 사무총장실로 불러 "대통령실에게 문서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공문은 감사단이 대통령실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인데, 이를 하지 못하도록 유 전 총장이 지시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문답조사 △관저 공사업체인 21그램 관계자에 대한 대면조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반발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유 전 총장이 모두 금지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마음에 안 드는 직원엔 공개적으로 "도둑놈·묵은 때"
반면 유 전 총장은 사무총장 취임 전부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감사원 구성원들을 간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도둑놈", "5월의 잔설", "수십 년 묵은 때"라고 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조치 필요성까지 강조하며 "대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사무총장 취임 뒤에는 직원 인사평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총장은 2023년 1월 '2022년도 직무성적평가' 과정에서 이미 내부 평가와 확인이 끝난 직원 평가 서열을 자신이 지정한 순서대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를 감사원 운영지침 위반으로 판단했다.
심지어 자신의 지휘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선 퇴직 후 재취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암시한 것으로 특검 조사에서 나타났다. 유 전 총장은 2022년 6월 지휘서신으로 "앞으로 대한민국과 감사원, 동료들에게 기여하거나 마음을 쓴 정도 등에 따라 고민의 양과 강도를 달리하겠다"고 공표했다.
특검은 이런 방식으로 유 전 총장이 감사원을 장악했다고 봤고, 결국 감사원 내부에선 서 유 전 총장과 가까운 구성원들은 '타이거파'로, 더 가까운 구성원들은 '찐타이거(진짜 타이거)'로 불렸다고 한다.
특검은 지난 7일 유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유 전 총장의 첫 공판은 다음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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