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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당신의 물벗은 누구입니까…공동체 삶 '제주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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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②]
강인한 여성 그리고 '함께 숨 쉬는 사람들'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공동 기획 전시 눈길
2018년 '사진'메세지서 2026년 공동체 서사 진화

제주도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정정희)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가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문화원 본원에서 전시돼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고미 칼럼니스트제주도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정정희)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가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문화원 본원에서 전시돼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고미 칼럼니스트

브라질 심장부 울린 숨비소리

 브라질 경제수도인 상파울루 중심 파울리스타 거리. 주브라질한국문화원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주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천이 물결처럼 공간을 가른다. 어두운 조명 아래 잔잔한 바닷소리가 흐르고, 그 사이로 짧고 날카로운 숨비소리가 들린다.

전시 입구에 적힌 문장은 이 공간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를 압축한다. '우리는 혼자 숨 쉬지 않는다'

제주특별자치도해녀박물관과 주브라질한국문화원이 공동 기획한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는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오는 8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사진과 영상, 물옷과 테왁망사리, 수경 등 해녀의 물질 도구를 활용한 몰입형 전시다.

그러나 제주가 브라질에서 보여주기로 한 것은 산소통 없이 깊은 바다를 오가는 해녀의 비범한 능력만이 아니었다.
 

해녀 '공동체' 주목

 전시가 선택한 중심어는 '공동체'였다.

전시는 한 해녀의 삶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공간 '내 엄마는 제주 해녀였다'는 해녀의 어린 시절과 노동, 공동체, 상실과 회복의 시간을 사진과 글로 풀어낸다. 엄마와 바다에서 보낸 기억, 고된 물질, 불턱에서 동료들과 웃던 순간, 물벗을 잃고 마주한 빈 바다, 그리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과정이 하나의 생애 서사로 이어진다.

해녀를 문화유산의 상징이나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로 먼저 소개하지 않고,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딸이고 이웃인 한 사람으로 만나게 한 것이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물질을 준비하는 해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옷과 수경, 까구리, 테왁망사리가 놓였지만 도구의 기능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변화하는 작업 모습 속에서 오랜 시간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축적한 지혜와 해녀들의 관계를 함께 드러낸다.

특히 전시는 '물벗'과 '불턱'에 주목한다. 물벗은 단순히 함께 잠수하는 동료가 아니다. 바다에서 서로의 위치와 숨을 살피고, 위급한 순간에는 생명을 지키는 존재다. 불턱 역시 물질 전후에 몸을 녹이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해녀들이 물때와 날씨를 살피고, 서로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작업 경험과 공동체의 규칙을 전하는 사회적 공간이다.

물질이 개인의 잠수 기술이라면, 물질을 지속하게 한 힘은 이 관계와 공간에서 나왔다.
 
제주도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정정희)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가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문화원 본원에서 전시돼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고미 칼럼니스트제주도와 주브라질한국문화원(원장 정정희)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바다의 숨 제주 해녀, 여성 그리고 공동체'가 지난 6월 15일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문화원 본원에서 전시돼 오는 8월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고미 칼럼니스트

당신의 물벗은 누구입니까

 세 번째 공간은 영상몰입관이다. 관람객은 해녀들이 물질을 준비하고 바다에 들어가 작업한 뒤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과정을 영상과 음향으로 경험한다. 바닷속 물소리와 심장 박동을 닮은 저주파가 긴장감을 높이고, 위기에 처한 해녀를 물벗이 돕는 장면을 지나 여러 해녀가 동시에 수면을 뚫고 올라온다.

이때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것은 한 사람의 숨비소리가 아니다. 여러 해녀의 숨이 겹쳐진 소리다. 영상은 "우리는 함께 숨을 쉰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가파도 해녀들의 공동 작업과 개별 해녀들의 삶을 소개한다.  바다에서 울고 웃는다는 것이 단순히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순수하고 건강한 표정이 눈을 맞춰준다.

전시는 제주해녀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브라질 관람객에게 질문을 돌려준다. "당신의 물벗은 누구입니까."

이번 전시는 제주가 해외에서 해녀문화를 보여주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보여준다.

2018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주해녀 전시는 30여 점의 사진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해녀의 존재와 물질 모습을 알리는 데 무게를 뒀다. 유네스코 등재 직후였던 당시에는 제주해녀가 누구인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를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2026년 전시는 그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제주해녀는 누구인가'에서 '제주해녀는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가'로, 물질 장면을 보여주는 데서 그 삶을 가능하게 한 공동체의 구조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사진을 중심으로 한 소개형 전시에서 한 사람의 생애와 공간, 소리와 영상, 관객 참여를 결합한 서사형 전시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에서 인정한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등재의 대상은 뛰어난 잠수 기술만이 아니었다. 여성들의 협력과 상호 돌봄, 세대 간 전승, 공동체가 유지해 온 어장 관리와 지속가능한 바다 이용이 결합된 살아 있는 문화체계였다.

그동안 해녀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사용된 말은 '강인한 제주 여성'이었다. 분명 틀린 표현은 아니다. 척박한 섬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거친 바다를 견뎌온 해녀의 삶에는 강인함이 있다.
 

함께 살아남기 위한 연대

 그러나 강인함만을 강조하면 해녀가 혼자 모든 위험을 견뎌온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해녀는 혼자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서로의 숨을 확인했고, 위험을 알렸으며, 먼저 올라온 이가 아직 물속에 있는 물벗을 기다렸다. 해녀문화의 지속성은 개인의 강한 신체보다 함께 살아남기 위해 만든 관계와 규칙에서 나왔다.

브라질 전시가 보여주기로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제주가 세계에 내놓은 해녀의 모습은 특별한 잠수 능력을 지닌 여성 영웅이 아니었다. 위험한 바다 앞에서 서로를 살피고, 한정된 자원을 나누며, 다음 세대에 삶의 기술과 공동체의 질서를 전해온 사람들이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사진 몇 장을 훑고 곧바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한 해녀의 생애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고, 영상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질문 앞에는 자신의 답을 적으려는 사람들이 멈춰 섰다.

제주가 건넨 이야기는 브라질에서 어떤 의미로 읽혔을까.

푸른 천 아래 옮겨 놓은 제주 바다는 이제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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