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5세 소녀 힌드 라자브의 사진을 들고 있는 할머니. 연합뉴스이스라엘군이 2024년 1월 가자지구에서 여섯 명의 친척과 함께 살해당한 다섯 살짜리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잡이 타고 가던 차량에 총격을 가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BBC는 19일(현지 날짜) "이스라엘군이 성명을 통해 '라잡과 그녀의 친척들 그리고 응급구조사들 살해에 관한 범죄 수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라잡이 친척들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 중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지 2년 7개월여 만에 이스라엘군이 해당 사건의 전쟁 범죄 혐의를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사건 발생 초기에 "라잡이 살해당할 때 해당 지역에는 이스라엘군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가 "인근에서 테러 표적에 대한 기습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라잡은 이스라엘군 공격 직후 살아남아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적십자사)와 수 시간 동안 구조를 호소하는 통화를 했으나 끝내 숨졌다.
적신월사와 통화에서 라잡은 자신이 탄 차량을 향해 다가오는 탱크가 보인다고 말했고, 적신월사 라나 알파키흐는 의자 밑으로 숨어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2024년 1월 알파키흐는 BBC에 "라잡이 '누군가 와서 자신을 구해 달라'고 수없이 호소했으며, 어느 순간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파키흐는 "겁에 질려 있던 그녀는 내 집이 얼마나 멀리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무력감에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적신월사 앰뷸런스가 이스라엘군 허가를 받고 라잡을 구조하기 위해 피격 현장에 접근했지만, 이스라엘군이 앰뷸런스를 포격해 안에 있던 응급구조사 두 명도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적신월사는"이스라엘 점령군은 앰뷸런스가 사전에 라자브를 구하기 위한 현장 접근 승인을 받았음에도 고의로 앰뷸런스를 겨냥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응급구조사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라잡의 절박한 목소리가 전 세계에 송출되면서 그녀를 살해한 이스라엘군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유엔은 라잡 사건을 이스라엘 전쟁 범죄 조사 위원회 안건으로 채택했다.
라잡의 죽음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지난 3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힌드 라잡 재단'은 19일 이스라엘군의 범죄 수사 개시 발표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재단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범죄 조사 발표가 정의를 위한 진정한 시도로 오인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스라엘 내부 조사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어서 신뢰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재단은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라잡 사건과 별개로 지난해 3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의료진과 유엔 직원 등 팔레스타인인 15명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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