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통합특별시 제공정부가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첫 기업결합이 조건부로 승인됐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대산 석유화학 설비 통합은 허용됐지만, 경쟁 약화에 따른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국내 판매가격과 공급에는 5년간 제한이 붙었다.
"수출가보다 더 올리지 마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대산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결합을 이 같은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결합 대상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별도 회사로 떼어낸 뒤 HD현대케미칼이 이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은 그 대가로 HD현대케미칼 지분을 받는다. 결합이 끝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갖고 공동 지배하게 된다.
다만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건 전선 피복·종이컵 코팅 등에 쓰이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신발 밑창·요가매트 등에 쓰이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이다. 결합이 이뤄지면 이들 제품의 국내 공급업체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든다. 판매량 기준 3사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에 이른다.
공정위는 특히 HD현대케미칼이 2021년 말 시장에 진입한 뒤 최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온 사업자라는 점을 주목했다. 경쟁사와 대략 10% 수준의 가격 차이가 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에 공정위는 앞으로 5년간 국내 LDPE·EVA 가격의 변동 폭을 수출가격에 연동하게 했다.
수출가격이 오르거나 그대로면 국내가격은 수출가격보다 더 많이 올릴 수 없고, 수출가격이 내려가면 국내가격을 적어도 같은 비율만큼 내려야 한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과 HD현대케미칼의 수출 비중은 모두 생산량의 70% 이상이다.
공정위는 국내보다 경쟁이 치열한 수출시장의 가격이 경쟁가격에 가장 가깝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5년이라는 기간은 사업재편 기간이 약 3년인 데다 재편 이후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시점과 과거 사례 등을 고려해 정했다.
저가 제품도 공급 유지…중소업체 보호장치
연합뉴스가격뿐 아니라 공급도 제한 대상이다. 결합 당시 생산하던 모든 종류의 LDPE·EVA 제품은 국내 업체가 요청하면 계속 공급해야 한다.
공정위는 통합회사가 수익성이 낮은 저가 제품 생산을 중단하면 주요 구매자인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이 대체 공급처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나머지 경쟁사들의 설비 가동률도 이미 95~100%에 달해 물량을 대신 공급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가격이나 물량 등 경쟁에 민감한 정보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HD현대오일뱅크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도 금지된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도 제한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옮긴 롯데케미칼 직원이 복귀하면 1년 동안 LDPE·EVA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없다.
전성복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브리핑에서 "구조적 조치에 이를 만큼의 경쟁제한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결합 자체를 막지 않더라도 이 같은 시정조치로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시정조치는 우선 5년간 적용하고, 이후에도 경쟁 제한 우려가 남아 있으면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가운데 첫 기업결합 승인 사례다. 공정위는 현재 심사 중인 '여수 1호' 사업재편에서도 이번 결합으로 달라진 시장 구조를 반영해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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