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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지'냐 '미래 공원'이냐…용산 주택공급, 접점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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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오세훈, 공원 보존엔 공감했지만 본체 활용 놓고 평행선
캠프킴 등 주변 국유지는 협상 여지…국회도 법안 처리 미뤄
국제업무지구 '1만 vs 8천가구'…다음 주 2차 회동 분수령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용산공원 주택공급' 관련 회동을 가진 후 밖으로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용산공원 주택공급' 관련 회동을 가진 후 밖으로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짓는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입장 차만 확인했다.

두 사람 모두 '용산공원 보존'과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장교숙소 등 이미 건물이 들어선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다만 서울시가 용산공원 본체 대신 캠프킴 등 주변에 흩어진 국유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 양측은 다음 주 다시 만나 용산 지역의 주택 공급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훼손지 제한 활용" vs "본체 전용 불가"…출발점부터 달랐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의 모습. 연합뉴스
2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전날 회동의 최대 쟁점은 용산공원 본체 부지의 활용 여부였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 등 이미 건물이 들어서 녹지 기능을 잃은 일부 부지를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 공급에 제한적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용산공원 전체를 밀고 집 짓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이미 훼손된 곳에 대해 정화하고 제한적으로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산공원을 잘 지키는 것과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게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며 "장교 숙소처럼 이미 집을 짓고 살고 있던 곳은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상 부지를 미리 확정하기보다는 토론회나 공론화위원회 등 숙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부가 말하는 '훼손지'라는 개념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용산공원 본체는 과거 미군과 우리 군이 사용했던 땅인 만큼 애초부터 상당 부분에 건물과 콘크리트 포장 등이 존재했고, 이를 철거해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용산공원특별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오늘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평행선이었다"며 "용산공원 본체 부지에 대해서는 아파트 부지로의 전용은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본체 부지 일부라도 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는 것은 서울시장으로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훼손지 활용'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마치 지금 녹지나 숲이 조성된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서울숲처럼 앞으로 조성해 국가 정원을 만들자는 게 특별법 취지"라고 반박했다.

결국 양측 모두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건물이 들어선 땅을 정부는 '훼손된 부지'로 보는 반면 서울시는 '앞으로 공원이 돼야 할 부지'로 보고 있는 셈이다.
 

본체 밖에선 접점…캠프킴 등 '산재 부지' 절충안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장교숙소 5단지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장교숙소 5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용산공원 본체에서는 입장 차가 뚜렷했지만 공원 주변에 흩어진 국유지로 논의 범위를 넓히면서 협상의 여지도 생겼다.

오 시장은 본체 부지 대신 용산공원 주변의 이른바 '산재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김 장관에게 제안했다. 캠프킴을 비롯해 녹사평역 인근 국군재정관리단 부지와 한국은행 후암생활관, 외교부 주차장 등이 대상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인근 산재 부지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게 논의해보자는 일종의 절충안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들 부지에 대해 교통과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여건을 따져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도 회동 이후 "오해가 많이 풀렸다"며 "청년, 신혼부부 문제가 심각하니까 이것만은 시장과 저랑 힘을 모아서 해보자는 취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국회도 두 사람의 추가 협의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야는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과 도시정비법·도시재정비촉진법 개정안의 처리를 오는 26일로 미뤘다.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은 캠프킴 등에 적용되는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법안이다. 정부는 지난 1·29 대책에서 캠프킴의 공급 물량을 기존 1400가구에서 2500가구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 논의 내용을 지켜보고 그 내용을 반영해 다음 주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다음 회동 결과는 관련 법안의 처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업무지구도 '1만 vs 8천가구'…다음 주 협의가 분수령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연합뉴스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연합뉴스
용산공원만이 풀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토부는 1만가구 공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당초 6천가구에서 최대 8천가구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동에서도 양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김 장관은 정비사업이 중요한 공급 수단이라면서도 기존 주택 멸실에 따른 단기적인 공급 감소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도심 내 나대지 등을 활용한 공급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시장은 용산공원 개발에는 특별법 개정과 토양오염 정화, 교통대책 마련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청년 금융지원 등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결국 용산공원 본체를 둘러싼 근본적인 입장 차를 남겨둔 채 다음 주로 논의를 넘겼다. 다만 주변 산재 부지와 용산국제업무지구, 정비사업 등으로 논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절충의 여지도 남아 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각자의 제안을 추가로 검토한 뒤 다음 주 다시 만나 용산 지역의 주택 공급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본체 부지를 둘러싼 평행선을 좁힐지, 주변 부지에서 별도의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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