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임명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됐다.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직무유기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위임받은 권력을 배신한 형태는 매우 역설적"이라며 "한쪽에서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국정과 헌법기관을 마비시켰고, 다른 한쪽에서는 권한을 서둘러 행사해 국민이 새 대통령을 통해 행사할 주권적 선택을 빼앗아 선점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이미 결정한 것은 막았고, 국민이 앞으로 결정할 것은 빼앗아 선점하려 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가의 인사검증 제도마저 왜곡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 사건에서 훼손된 것은 헌법재판소의 구성만이 아니다"라며 "국가기관의 공식 절차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 최고의 공직자가 국민 앞에서 하는 말은 최소한 믿을 수 있다는 신뢰까지 모두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특히 한 전 총리 등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헌법보다 권력자의 요구를 따랐다고 질타했다.
특검은 "공직자의 진짜 모습은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권력자의 요구와 헌법의 명령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하는가에서 드러난다"며 "피고인들에게는 선택할 기회가 한 번만 있었던 게 아니지만 그 선택은 거듭 같은 방향을 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섬겨야 할 사람은 대통령도, 정당도, 상급자도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이라며 "국민이 맡긴 권한을 국민을 거스르는 데 사용했을 때는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에게는 각각 징역 4년,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이 구형됐다.
특검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실무자들에게 하루 만에 검증을 끝내도록 지시하고 법무부와 국가정보원, 경찰 등을 통한 정상적인 검증 절차를 생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무자들은 외부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 후보자가 작성한 자가진단과 일부 자료만을 토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는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4월 제대로 된 인사검증 절차 없이 함상훈·이완규 후보자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혐의도 있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수석, 이 전 비서관은 이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 심의를 거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로도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한 전 총리 등 피고인들의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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