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사퇴한 구체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5월 27일 출시 이후 석 달간 국내 증시를 뒤흔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논란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김용범 도입 건의→ 29일 만의 초고속 상장
김 실장은 올해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스닥에서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 하게 하느냐"며 금융당국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건의했다. 직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배 레버리지 ETF 출시 허용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제도 정비가 빠르게 진행됐다.
실제 상장 과정을 보면 속도가 남달랐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16종은 상장예비심사 신청부터 실제 상장까지 29일이 걸렸는데, 이는 최근 5년여간 상장된 ETF 852건 중 두 번째로 빠른 속도이자 평균 소요기간(60.9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파악됐다.
특히 통상 거래소 예비심사가 끝난 뒤 시작되는 금융감독원 심사가 이례적으로 거래소 예비심사와 같은 날(4월 28일) 동시에 시작됐고, 거래소 승인부터 실제 상장까지도 16일로 전체 평균(42일)보다 훨씬 빨랐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동시 심사는 누군가 밀어붙일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때 급하게 준비한 건 맞는 것 같다"고 인정한 바 있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인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인버스 ETF·ETN 18종이 한꺼번에 상장되면서,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정부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도입을 서둘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실장을 직권남용·강요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도입 이후 극심한 변동성, 꺾인 투자 심리
실제 삼전닉스 레버리지 도입 후 코스피는 66거래일 중 20일, 사흘에 한 번꼴로 5% 이상 출렁이는 역대급 변동성을 보여줬다. 하루에 5% 안팎 오르내리는 건 예삿일이었고, 두 자릿수 등락도 낯설지 않았다. 5월 27일 상장 당일 8228.70으로 출발한 지수는 한 달 만에 사상 최고치인 9114.55(6월 22일)까지 치솟더니, 다시 5주 만에 5593.56(7월 30일)까지 고꾸라졌다. 최고점 대비 38.63% 증발이다.
바로 다음 날인 7월 31일에는 하루 만에 17.91% 튀어 올라 사상 최대 상승률을 새로 썼다. 석 달 순변화율은 -17.12%(8월 31일 종가 6820.02 기준)에 불과하지만, 거래일마다 살벌한 롤러코스피 장세를 보여준 셈이다.
이런 변동성은 투자 심리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5월 27일부터 6월 22일까지 상승 구간에는 하루 평균 52.2조원이던 거래대금이, 지수가 가장 흔들린 급락기에는 39.6조원으로 24% 줄었다. 지수는 요동치는데 거래는 위축되는, 전형적인 패닉 매도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김 실장은 7월 19일 방송에 출연해 "상장폐지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상품 존속 방침을 재확인하고 괴리율 관리 개선 방향만 언급했다. 이 발언이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다"는 역풍으로 되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임 하루 만의 반전 '사의'로 귀결
금융당국은 7월 16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기본예탁금 상향(1천만→3천만원, 전액 현금), 신규 상장·광고 잠정 중단, 괴리율 관리 강화 등 보완책을 내놨다. 7월 31일 이후에는 일평균 등락폭이 ±3.20%로 낮아졌지만, 규제가 만능은 아니었다. 전액 현금 예탁금이 의무화된 8월 19일에도 코스피는 5.80% 급락해, 보완책 시행일에 오히려 변동성이 튀는 패턴이 두 차례 반복됐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시 김 실장은 비서실장·안보실장과 함께 유임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31일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 대통령은 즉시 사표를 수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사 효과를 거두려면 삼전닉스 레버리지를 도입한 김용범 실장을 경질하지 않고는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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