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 발표하는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 연합뉴스장윤기 사건 당시 일선 수사팀은 살인 이틀 전 발생한 스토킹·강간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의 병합수사를 추진했으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지휘라인은 '초동 수사 부실 비난'을 의식해 분리 수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가 장윤기의 '강간살인죄'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지방검찰청은 2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한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 국수본 관계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장윤기의 여고생 살인 이틀 전인 5월 3일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스토킹·강간 사건과 살인 사건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연속성과 범행 수법상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병합수사를 추진했다.
광주경찰청에서도 살인의 동기와 성범죄 목적을 규명하기 위해 두 사건을 함께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0에 잇따라 병합수사를 건의했지만 분리수사 방침은 유지됐다.
다만 당시 광산경찰은 해당 여성으로부터 112 스토킹 신고를 받고도 정식 사건으로 접수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종결했고 이후 '사후 콜백'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국수본은 이러한 경찰의 스토킹 사건 대응이 미흡했던 사실과 이후 발생한 살인 사건의 연관성이 집중 조명되면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을 우려해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이 같은 분리 지시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정당한 수사지휘권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윤기의 스토킹 범죄 당시 미흡했던 초동 조치와 강간 사건 등이 살인 사건과 연결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을 경우 뒤따를 비판을 우려했던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은 장윤기의 강간 사건과 살인 사건을 별도로 수사하고 각각 송치할 경우, 경찰의 앞선 대응 미흡과 살인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가 장윤기의 '강간살인죄'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만 송치해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관련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건이 병합돼 송치되면 스토킹·강간 사건과 살인 사건의 연관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수사와 송치 단계에서 이를 떼어 놓으면 경찰의 미흡한 대응과 살인 사건의 연결성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비난을 완화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문을 냈다.
박 전 본부장은 "국수본이 경찰의 부실 대응을 은폐하고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분리수사를 지시했다는 검찰의 판단은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하고 사건의 성격상 보안을 유지하라는 통상적인 업무지시를 했을 뿐"이라며 "해당 경찰서 송치기록에도 범행 동기와 목적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검찰이 충분한 설명에도 무리하게 공소를 제기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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