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글을 인용해 최근의 대법관 제청 논란을 분석한 정지웅 변호사의 SNS글에 직접 한 교수가 댓글을 단 모습. 페이스북 캡처진보 성향의 법학자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최근 불거진 대법관 임명 제청 논란과 관련해 "밀실야합이나 힘겨루기 같은 아름답지 못한 부분이 있는 관례는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 사이 논란이 된 '대통령 협의 후 대법관 제청' 관례를 비판한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가인 김병로'를 인용해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의 임명권과 법관회의의 제청권이 충돌했던 이승만 정부 사례를 분석한 한 법조인의 SNS 글에 댓글을 달며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SNS에 글을 올려 한 교수의 저서에 등장하는 1957~1958년 당시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이승만 대통령과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등 법조계 사이의 갈등을 현재의 대법관 제청 논란과 비교했다.
한 교수 저서에 따르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김병로 대법원장 퇴임 후 법관회의의 대법원장 제청을 거부하고 자유당의 정치인을 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자유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삭제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했지만, 김 대법원장과 법조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한 교수는 당시 상황을 저서에서 "대통령의 횡포라 아니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이를 두고 "임명권이 제청권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제청권은 그렇게 형해화된다"며 과거의 사례가 오늘날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교수는 댓글을 통해 "가장 공들여 쓴 저서인데 이렇게 훌륭한 독자를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고 입을 뗐다. 그는 "당시의 논쟁과 귀결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이러한 선례가 오늘날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때와 주체(대통령, 대법원장)의 성격 면에서 달리 해석되어 적용되어야 한다', '다른 검토지점도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은 현단계 논쟁의 지점일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제 주안점은 현재의 논쟁이 곧 다가올 26인 대법관 시대에는 훨씬 증폭될 수 있는데, 26인 시대를 준비하는 미래지향적 논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관례 같은 모호함을 떨치고 분명한 입법적 대안을 새로이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제 입장을 요청한다면 보다 종합적 대안의 그림 속에서, 현재의 논쟁지점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 본다"며 "저로서는 조금 더 숙고하여, 분명한 해석과 대안을 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교수는 논란의 핵심이었던 '대통령과 협의 후' 제청 관례에 대해서는 "'헌법적 관례' 운운은 찬동하는 입장이 아니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그 관례를 2004년경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어색하다고 생각했고, 밀실야합이나 힘겨루기 같은 아름답지 못한 부분이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쟁점을 더이상 유예할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와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위원장은 서울대에서 함께 교수 생활을 했으며 올해 6·3 재보궐 선거 등을 비롯해 조 위원장의 후원회장을 맡아왔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