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월드 투어 '포워드'를 개최한 그룹 마마무. RBW 제공"신인을 만드는 게 옛날 같지가 않아요. 정말 양극화가 심해져서 대기업들이 마케팅비나 제작비에 투입되는 자금의 레인지(범위)가 중소기업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뭘 해도 잘 보이지 않아요. 실제로 시장이 넓어졌잖아요, 전 세계로 다 팔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뭔가 프로모셔널한 액션을 해도요. 옛날에는 '노래가 별로야' '노래가 좋아' 이랬는데 (인제) 평가라도 받고 싶거든요. 아예 보이지 않는 수준이 된 거죠." (김진우 RBW 대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 아이돌 그룹은 정식 데뷔 전부터 사전 활동 일환으로 투어를 돌기도 하고, 두 곡 이상을 타이틀곡 삼거나 수록곡까지도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노출 빈도도 높다. 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중소형 기획사는 몇 년을 들여 한 팀을 키워도 '존재한다'라는 것을 알리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큐브컨벤션센터에서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가 주최한 '2026 MWM 콘퍼런스'가 열렸다. 'K팝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생태계와 뮤직펀드'라는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크에서 RBW 김진우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점점 커져 양극화됐고, 자체적인 회삿돈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자구책으로서 '음악 펀드'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우선, 우승현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회장은 '모태펀드'의 개념을 설명했다. 정부 재정으로 결성한 모펀드가 민간 운용사가 운용하는 자펀드에 출자해 정책자금을 공급하는 펀드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출자한 정책재원을 바탕으로 모태펀드 내에 조성되어, 문화산업 분야의 자펀드에 출자하는 정책금융 계정이다.
정책자금이 선도적으로 출자하기에 민간이 부담하기 어려운 초기의 장기 투자위험을 분담하고, 정부 출자를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합쳐 더 큰 규모의 투자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음악 분야로는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히트 여부에 따라 매출과 기업 가치 차이가 커 수익 예측이 불확실하다는 점 △음원·공연·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등 수익원과 권리관계가 다양해 회수 구조 판단이 어렵다는 점 △음악 투자 트랙레코드와 전문 심사역이 제한돼 평가 기준과 비교 사례가 부족한 점이 음악 투자의 활성화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큐브컨벤션센터에서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가 주최한 '2026 MWM 콘퍼런스'가 열렸다. 'K팝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생태계와 뮤직펀드'라는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크에서 김진우 RBW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신인 걸그룹 영파씨(YOUNG POSSE)의 성장과 유지를 위해 영파씨 문화산업전문회사(120억 원)를 만들었고 RBW K팝 음원 IP 전문유한회사(300억 원 목표)를 조성하고자 하는 김진우 RBW 대표는 과거에 비해 현재 아이돌 시장의 '비용'이 워낙 커졌다는 점을 짚었다.
김 대표는 "마마무를 데뷔시킬 때(2014년)만 해도 음악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비용은 한 기획사가 유통사와 협업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앨범 한 장 내면 4~5억 원 선이었고 2년 정도 보면 아티스트의 사이즈(판매 규모)를 알 수 있었다"라며 "코로나 이후 어느 시점이 지나니까 데뷔 이후 2년 유지하는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 적게는 한 60~70억, 많게는 100~150억까지도 된다. 옛날 생각해보면 거의 7~8배까지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RBW)는 다행히 상장도 하고 자금이 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아티스트가 (투자 대비 결과가) 잘못되면 정말 100억이 날아갈 수 있게 된 거다. 한두 번 그러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 매출원가가 매우 높아졌다"라며 "저희도 그런(외부) 투자 없이는 단독으로 (비용 부담을) 다하기에는 힘든 거다"라고 전했다.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데뷔한 원어스(ONEUS)와 퍼플키스(PURPLE KISS) 때만 해도 회사의 '자체 자금'만으로 운용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이 엄청 올라가"버려서 "펀드 만들어서 운용해야 하는 그런 세상이 된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신인인 영파씨로 펀드를 만들려고 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질문에 김 대표는 "이 펀드를 운용해서 저희 아티스트를 키워내고 있다. 아직 두 번 정도의 기회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기획해서 해 보려고 한다"라며 "남의 돈 쓰면 원래 어렵다. 눈치 봐야 하고, 쓸 때 손 떨린다. 우리 돈으로 할 때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영파씨 문전사에 이어 K팝 음원 IP 전문유한회사를 시도한 이유로, 김 대표는 "저희가 새로운 남자 팀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 올해(2026년) 말 정도면 론칭하려는데 그러다 보니까 또 자금 레버리지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민간 음악 투자 모델 사례로 소개된 영파씨 문화산업전문회사, RBW K팝 음원 IP 전문유한회사. 김수정 기자단,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코스닥 시장 자체가 좋지 않았고 특정 종목 위주로 투자금이 몰리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펀드 조성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고, 되게 어려웠다. 오로지 리스크가 큰 신인 아티스트만을 가지고 VC(벤처 캐피탈)나 은행권 자금을 끌어오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구보 180억 원어치를 가지고 오고 신보 120억 원을 만들자는 거로 섞었다. 투자 수익률을 맞추는 형태로 구조를 짰더니 그건 되더라"라고 밝혔다.
영화 '범죄도시 2~3' '서울의 봄' '파묘' 등 천만 영화 4편을 비롯해 문화 콘텐츠에 2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온 가이아벤처파트너스의 김학윤 대표는 다른 분야보다 '음악 펀드' 조성이 어려운 배경으로 "저희 VC업계 심사역들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라는 것을 들었다.
김학윤 대표는 "음악 산업에 투자한 게 거의 없고 콘서트도 굉장히 간헐적인 투자여서 투자를 못 하거나 망설이는 게 이유의 첫 번째"라며 "저희(회사)도 실험적으로 남자 아이돌 그룹 음반에도 투자해 보고 트로트 같은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과 콘서트에 투자하면서 계속 실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맨 처음에는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모태펀드에서 영화 산업에 투자할 근간을 만들어 줬다. 그게 없었다면 영화 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가 없다. 모태펀드가 자금을 많이 랭크(차지)해 주시기 때문에 영화 산업에 계신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만들 수 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간이 탄탄해야 K팝도 더 길게 가고, 미래가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김진우 대표는 마마무가 중소 기획사인 RBW에서 데뷔했지만 글로벌 투어를 하는 팀으로 성장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시장 커지고 경쟁 치열해지고 자본게임으로 바뀌면서 대기업이랑 차이가 커지면서 대기업이 안 하는 새로운 장르나 뭔가 신박한 것들이 나와야 하는데 한 장 딱 내보고 (나서) 돈이 하나도 없어지는, 그 정도로 어려워진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우 대표는 "정부가 운영하는 자금 쪽에서 '이건 음악을 주목적으로 써라' 하고 규정한 자금이 있으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게임, 영화는 있는데 음악은 없다"라며 "있으면 저희 같은 중소 회사들이 다음 카드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박일규 한국벤처투자 펀드운용팀 팀장은 "음반업계의 큰 기업들이 민간 출자로 참여하게 되면 그런 부분이 기능적으로 출자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음악 산업에 투자하게 하는 유인이 되지 않을까"라며 "여건 자체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저희 주무 부처랑 협의해서 음악 펀드가 하이브리드 형태든 어떻게든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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