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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높은 문화의 힘"…150년 뒤 다시 만나는 김구 '백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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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순 교수 30년 정본화 작업 반영한 전면 개정증보판
임시정부·광복군·해방 공간까지 한 생애와 시대의 기록

돌베개 제공돌베개 제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는 지금도 자주 소환되는 이 문장은 백범 김구(1876~1949)가 '나의 소원'에 남긴 구절이다.

백범 탄생 150주년이자 2026년 유네스코 '백범의 해'를 맞아 그의 삶과 독립운동 기록을 새롭게 정비한 '백범일지'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이번 책은 1997년 돌베개가 주해본 '백범일지'를 펴낸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온 정본화와 고증 작업의 성과를 반영했다. 도진순 교수가 엮었으며, 2016년 '정본 백범일지'와 이후 진행한 '백범 연보' 연구를 토대로 연도와 사건의 선후 관계, 인명·지명 등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도진순의 현대어 번역과 주해를 바탕으로 '정본 백범일지'의 근대 국어 문장은 원문의 맛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보다 읽기 쉽게 다듬었다.

'백범일지'는 흔히 자서전으로 읽히지만 애초 출발은 '유서'에 가까웠다. 김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던 1928~1929년 무렵 고국에 있던 두 아들 김인과 김신에게 자신이 살아온 길을 남기기 위해 상권을 썼다.

상권에는 어린 시절부터 동학 입문과 치하포 의거, 상하이 임시정부 초기 활동까지가 담겼다. 이후 1941~1942년 무렵 집필한 하권에는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와 한국광복군 조직 등 임시정부의 항일투쟁 과정이 기록돼 있다. 해방 이후 활동을 담은 '계속분'과 1947년 국사원판에 실린 '나의 소원'도 함께 수록됐다.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김구 개인만이 아니다. 그가 스스로 가장 낮은 사람을 뜻하는 '백정'(白丁)의 '백'과 평범한 사람을 뜻하는 '범부'(凡夫)의 '범'을 따 호를 지었던 것처럼, 기록 곳곳에는 독립운동을 함께했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이 들어 있다.

백범일지 본문. 국가유산청 제공백범일지 본문. 국가유산청 제공
1911년 일제의 고문을 받던 김구에게 일본인 신문관은 논밭에서 골라내는 '뭉어리돌'에 빗대며 저항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김구는 오히려 그 말을 받아들여 "죽어도 뭉어리돌 정신을 품고 죽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 같은 기록에서 '백범'이라는 이름에 담긴 평범한 사람들의 주체성과 독립 의지를 읽어낸다.

개정증보판은 원문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근대 국어 문장을 현대 독자가 읽기 쉽게 손봤다. 본문의 장절과 제목을 다시 정리하고,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사진과 지도 80여 장도 새로 골라 넣었다. 중국 지명과 인명은 현지음으로 고쳤으며 김구의 기억에 따른 시기 착오와 고유명사 오류도 연보 연구를 바탕으로 바로잡았다.

책의 마지막에 놓인 '나의 소원'은 해방 이후의 김구가 어떤 나라를 꿈꿨는지 보여준다. 그는 군사 강국이나 경제 대국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원했다. 문화의 힘이 자신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김구 지음 | 도진순 엮음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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