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는 학생들. 연합뉴스많은 사람들에게 명절은 흩어져 지내던 가족이 만나는 설레는 날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기숙형 위탁 교육기관인 가정형 Wee센터의 일부 아이들에게는 예전의 가정으로 돌아가야하는 고통의 시간이다.
복귀를 원하지 않는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가정의 변화를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밥도, 약도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연휴동안 무너지는 일상
2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가정형 Wee센터 교사들은 센터에서 안정을 찾은 학생들도 연휴 등을 계기로 며칠 집에 다녀오면 입교 초기 상태로 이른바 '리셋(Reset)'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간신히 쌓아 올린 생활 습관이 무너진 상태로 돌아온다는 취지다.
장기 위탁기관인 Wee스쿨에서 10년 넘게 아이들을 돌본 전문상담교사 A씨는 "아이들이 사실상 내팽개쳐진 상태로 휴일을 보내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돌봄과 지지를 받지 못하다 보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에 과몰입한 상태로 센터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약을 제때 먹지 못하는 경우도 문제다.
A씨는 "장기 위탁 학생 중에는 우울증이나 ADHD 약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집에 가면 복약 지도가 되지 않는다"며 "약이 (몸 상태가) 완전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데, 그게 끊기니 심리적으로 힘들어진 상태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에게는 일상을 유지하는 경험 자체가 회복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살고 있네', '나 좀 괜찮네'를 경험하면서 회복되는데, 그게 무너지면 '나는 원래 안 되는 아이였나'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가정형 Wee센터는 가정 문제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일정 기간 머무는 교육청의 기숙형 위탁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은 원래 다니던 학교에 학적을 둔 채 주중에는 센터에서 생활하고 주말과 연휴, 방학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학업 중단 위기 학생이 주로 머무는 Wee스쿨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중에는 센터에서 생활 습관을 익히고, 주말에는 가정으로 돌아가 일상을 이어가는 연습을 한다.
"집에 대한 진단이 먼저"…가정도 아이와 발맞춰 변화해야

아이들이 변화하더라도 돌아갈 가정이 변하지 않으면 회복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춘천 가정형 Wee센터 심성수 실장은 "여기서는 삼시 세끼를 제때 먹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안정되는데, 집에 돌아가면 다시 라면을 먹어야 한다거나 부모님이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거나 매일 싸운다거나 하는 불안한 환경에 다시 노출된다"고 말했다.
울산 가정형 Wee센터 '꽃피우다' 이정주 센터장은 명절이 되면 아예 집을 나와 여관을 잡는 보호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 간에 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부모가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경우였다.
보호자와 가정의 변화는 아이들의 변화만큼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장에서는 가정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본적인 보호자 상담과 교육조차 권고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보호자의 참여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보호자에게만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심 실장은 "의뢰되는 학생의 보호자 상당수가 생계 유지가 어려운 경우이고, 생업 중에 하루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보호자 본인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경우에는 부모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아이를 돌려보내기 전에 가정환경부터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구혜영 교수는 "가정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만 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그 가정이 아이를 받을 만한 상황인지 우선 집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상담이나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주요 이유가 생계라는 점도 지적했다. 구 교수는 "(부모들 다수가) 돈을 버느라 못 오는 것"이라며 "직장에 신고하면 그 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하거나 대체 인력을 쓸 수 있도록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식으로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집으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아이들에게 선택권 줘야"
가정환경을 점검하고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사이에도 연휴와 방학은 계속 돌아온다. 결국 진단과 별개로 아이들의 의사를 반영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 교수는 "부모의 양육권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며 연휴나 방학에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집에 보내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 쉼터에는 24시간에서 최대 7일까지 머물 수 있는 일시쉼터가 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가령 미성년자가 쉼터에 입소하면 원칙적으로 보호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가 입소 원인이거나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등은 예외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협조가 필요한 구조다.
구 교수는 "어머니는 간병인으로 들어가 있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어도 법적으로는 부모가 있는 것으로 돼 있다"며 기능적으로 가정이 무너진 아이들을 포괄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가정이 해체된 상황이 아니더라도 연휴나 방학에 아이들이 청소년 쉼터 등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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